그러니까 진짜 박근혜와 단절하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했다면 그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차떼기로 한나라당이 궁지로 내몰렸을 때 박근혜의 주도로 천막당사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모습처럼.


최소한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진심으로 그동안 박근혜가 저지른 잘못들을 당사자로서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당분간 차마 국민들을 볼 면목이 없다. 정치적인 이해를 따지지 않고 진심으로 잘못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


그런데 바로 새누리당 뛰쳐나와 바른정당 만들고는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차기 대선을 노리고 벌써부터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과연 누가 그나마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다르게 진심으로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대해 뉘우치고 있구나 여기게 될까? 그저 박근혜로 인해 새누리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당내의 입지도 좋지 않으니 핑계김에 나와 자기들의 이익에 맞는 정당을 차린 것이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지금껏 자기들이 대통령으로 떠받들던 박근혜를 배신하는 모양새만 만들고 말았다.


유승민이 괜히 대중들에 인기없는 것이 아니다. 똑똑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박근혜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정작 박근혜가 잘못된 정책을 펼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자기 국회의원직을 걸고서 한 번 제대로 들이받아 보던가. 자기의 신념이 그렇다면 정치생명 걸고서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관철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기왕에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바른정당을 차렸으면서 보다 중간에 있는 자기에게 우호적일 수 있는 중도층이 아닌 기존의 지지층에 안주하며 그들을 위해 발언하는 모습은 그동안 우호적으로 여겨온 중도층의 실망을 불러오고 어차피 배신자로 여기는 보수층의 환멸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누구도 유승민을 지지하지 않는다.


유시민이 유승민더러 큰기술을 걸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확실하게 박근혜와 단절하거나 아니면 홍준표가 그랬던 것처럼 더 악착같이 박근혜를 부여잡거나.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거나. 무엇이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일 수 있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그저 해오던 대로만 관성으로 하는 정치에 어디 미래가 있고 비전이 보이겠는가.


풍찬노숙하며 진짜 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차기 대선을 아예 포기하고 진짜 나라를 바꿀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처음부터 안철수의 지지를 선언했더라면. 그저 백의종군하며 국민들에 봉사하겠다며 한껏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었어도 지금처럼 지지율이 처참하겠는가.


도련님정치란 내부의 반성만이 아니다. 원래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랬다.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것도 단지 박근혜로 인해 불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서다. 처음부터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는데 희망이든 지지든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이제 자기당 후보를 끌어내리면서까지 자기 살 길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마 자유한국당 남은 인간들은 줏대라도 있다. 저런 놈들이 대한민국의 입법부를 이루는 국회의원들이었다. 참 쉽게 정치들 해왔었다. 유권자가 불쌍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