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뭐 이런 호로잡놈 새끼들이 다 있나 욕부터 나왔다. 민주당은 정말 끝났구나. 다시 열린우리당 꼴 나는구나. 이제 지지할 일 없겠다. 그런데 추가된 내용을 보니 또 그게 아니네?

 

작년 총선 끝나고 원구성하던 무렵 흘러나온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예 국회의 입법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법사위의 기능을 약화시킨 뒤라면 임기 후반기 쯤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양보할 수도 있다. 뭔 말이냐면 지금 법사위가 문제인게 상임위 위에 상임위로 아예 법사위에서 뭉개려 작심하면 모든 법안의 상정 자체를 막을 수 있었는데 더이상 그러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나면 누가 법사위원장이 되든 문제가 되지 않게 될 것이란 이야기였다.

 

법사위에서 심의하는 기간도 60일로 단축하고 심사내용도 자구 등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나면 앞으로 누가 법사위원장이 되든 이전과 같은 혼란은 없을 것이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법사위를 두고 지금처럼 서로 싸울 이유가 없다.

 

민주당의 문제가 뭐냐면 무엇보다 너무 민주적이란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타도해야 할 악 쯤으로 여기는데 민주당은 대부분이 그런 국민의힘까지도 함께 국정을 책임져야 할 파트너로 여긴다. 지지자들이야 왜 저딴 새끼들이란 대화하고 협상하느냐고 비난하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내주는 것도 있어야 하고 그 결과 애초 목표에 미달하거나 상당부분 방향이 틀어지는 것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100을 원한다고 온전히 100을 다 가져가는 건 독재자도 감히 하지 않는 짓거리다.

 

민주당이 적폐정당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민주당 성향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처럼 입으로만 주장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의석이 부족할 때라도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협상을 시도하고 양보하며 타협을 이끌어내려 한다. 그래서 항상 뭔가 아쉬운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그런 타협 자체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이 문제인 것이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타협을 통해 정치를 한다고 욕먹을 일은 아닌 것이다. 다만 지지자 입장에서 열받긴 한다.

 

정치적 부담이 사실 아주 없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상임위 전체를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다는 건 정치저관여층인 중도층이 보기에 그다지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민주당 혼자서 뚝딱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정치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터다. 그렇게 개혁을 이루면 지지자들이야 만족하겠지만 부동산법 등을 보더라도 반드시 옳은 법이라 해서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것이란 기대는 너무 성급하다. 

 

혁명을 원하지 않기에 정의당이 아닌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납득해야만 하는 부분이라는 게 있다. 다만 중요한 건 법사위에 대한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나아가 그 전에 검찰개혁과 언론개혁과 사법개혁까지 완료하지 않으면 안된단 것이다. 거기까지 하고서야 비로소 민주당이 양보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답답하다. 하지만 원래 민주당 놈들 스타일이 이렇다. 송영길 잘못을 묻기에는 송영길 스타일과 거리가 상당히 멀다. 내부에 다른 힘이 작용한 결과다. 하여튼 이래저래 마음에 안드는 놈들이다. 비러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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