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가장 가혹하게 노조를 탄압했던 것은 어느 정부였을까? 학생운동의 뿌리를 아예 말려버린 것은 누구보다 학생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운동권 출신들이 포함된 김영삼 정부였었다.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에도 몸담았던 과거 민주화인사들이 정부와 여당으로 들어가며 아예 노조의 씨를 말리기 시작한 것이 김대중 정부였었다.

 

명분은 좋았다. IMF로 나라경제가 당장 망할 상황이니 노조가 좀 양보하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노조에 대한 탄압과 와해공작은 정말 집요하고 악랄할 정도였다. 그 가운데서도 역시 가장 지독했던 것이 바로 손배소로 노조의 경제적 기반 자체를 말려버린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서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기업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으로 수많은 노조가 와해되고 대부분 노동자들이 아예 노조를 만들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까지 되었다. 언론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비판도 끊임없이 이루어졌지만 정부와 여당은 철저히 노조가 와해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노회찬이 생전 팟캐스트에서 노조들이 모두 순치되어 더이상 기업과 싸울 힘이 없다 하소연했겠는가.

 

몇몇 강성노조들만 눈에 뜨이는 이들은 사실상 그들이 노동자의 편에서 싸우는 마지막 남은 몇 안 되는 노조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사용자와의 타협을 통해 사용자의 용인 아래 유지되는 어용노조들이다.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더욱 노조들을 과격하게 만들고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노조들은 모두가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강성들 뿐이다. 아니면 벌써 다 사용자에 의해 흩어지고 사라졌을 테니까. 그만한 힘이 있으니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노조들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노조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민주당 정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이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을 더 증오하고 혐오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도 김영삼 정부까지 성장일로를 걷던 노조가 김대중 정부를 맞으며 철퇴를 맞고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왔었다. 노조조직률도 낮고, 노조가 있어도 협상력은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나마 강성으로 알려졌던 몇몇 노조들도 이제는 혼자서 사용자와 맞서기에는 힘에 부친다. 그 원흉이 바로 민주당이고, 김대중이고, 노무현이었던 것이다. 문재인이 과거 노동전문변호사이기도 했다는 점도 그래서 저들은 절대 믿지 않는다. 그만큼이나 노동자의 편에서 함께 싸웠던 노무현 역시 끝내는 자신들을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았던 것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 나는 민주노총이 현정부를 적대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럴 만하다. 충분한 명분과 이유가 있다. 아무리 자유한국당이 반노동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도 오히려 미운 것은 자신들을 배신했던 - 그 전에 자신들을 버리고 양지를 찾아 떠났던 민주당내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던 정치인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의당에 남은 이들보다 더 과격하게 강성으로 운동하다가 어느새 돌아서서는 번듯한 양복 차려입고 그럴싸한 말들만 읊어댄다.

 

현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현정부를 반대하는 정도도 아닌 혐오의 감정까지 갖는 민주노총에 호의적일 수 없고, 더구나 일본의 경제도발에 맞춰 파업을 하려는 의도 역시 그리 좋게 볼 수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다. 원죄라 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 정부에서 노동자에게 해 준 것은 자유한국당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 그나마도 김영삼 정보보다도 더 악랄하고 교묘했던 탄압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다. 어째서 민주노총은 민주당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에도 오히려 적대적인 행동으로만 일관하는가. 단 한 번도 민주당 정부와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냥 일관되다 보면 된다. 자유한국당도 다르지 않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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