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16년까지 당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한국은 중국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한국상품이 중국에서 팔리고 있었고 덕분에 지금도 중국은 미국을 넘어 한국에게 가장 큰 교역상대이자 무역흑자국이다. 하지만 사드보복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가장 직격타를 맞은 것은 롯데지만 롯데 말고도 많은 한국기업들이 이후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며 이미 철수했거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더이상 중국시장에 미련을 가질 필요 없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그런 일환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믿을 수 없다. 언제고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게 되면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안에 더이상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이 발붙일 여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한 입장은 여와 야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국에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마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LG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는 사실만으로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거의 일방적인 비난을 듣고 있다. 이전에도 화웨이 장비는 국내에서 적잖이 쓰이고 있었음에도 새삼 5G장비를 화웨이 것으로 쓴다는 사실에 비난이 폭주한다. 그런 상황에 과연 한국정부는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미중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비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더 많은 중국의 상품들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상품을 팔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을 금지했을 때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국일 수밖에 없다. 원래 장사를 할 때는 사는 사람이 갑이 되는 것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자. 그동안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약세를 보였던 이유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시장이 더이상 한국 기업이 노려볼 시장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면 더이상 중국을 두려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상황을 중국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다. 삼성의 스마트폰을 배제한 결과 삼성은 아예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인도로 옮겨 버렸다. 현대도 기아도 공장을 폐쇄했다. 그러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더이상 무엇으로 중국은 한국정부에 큰소리를 칠 수 있을 것인가. 하나둘 한국기업이 빠져나가고 더이상 중국이라는 시장이 한국 기업들에 매력적으로 비쳐지지 않게 된다면 한국정부도 더이상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제재했을 때 중국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소비재는 더이상 팔리지 않고 중간재만이 중국기업들을 상대로 주로 수출되고 있다. 그같은 상황이 가속되고 있다.

 

지금이 청나라 시대라 착각한 모양이다. 물론 그동안 단 한 번도 한국은 전체 경제규모에서 중국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기술력이나 자본에서 한국기업들을 따라잡고 있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아직 중국이 한국을 완전히 앞서가게 된 것도 아니다. 미국에 대해서도 성급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성급했다. 이만하면 굴복하겠거니.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홀대를 감수하면서까지 낮은 자세로 먼저 손을 내밀었음에도 스스로 외면함으로써 더이상 여지를 없애 버리고 말았다. 아직까지 한국은 쉽게 중국에 굴복할만큼 약한 상대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의 뒤에는 미국도 있고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일본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가 또한 한국이기도 하다.

 

안타깝다면 조금만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다면 오히려 단호하게 미국의 편에서 중국을 압박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사드보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한국기업들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말 자체가 중국 정부에게서 나온 순간 형용모순이 되고 마는 상황인 것이다.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하긴 한창 중국붐이 이는 와중에도 중국 관계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중국을 믿지 말라. 중국 당국을 믿지 말라. 그리고 노골적으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깨달음은 크다. 교훈을 뼈에 새겼다. 더이상 중국을 믿지 않으며 중국에 기대지도 않는다. 신남방정책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중국은 친구가 아니다. 될 수도 없다.

 

확실히 중국은 크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전처럼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절실한가.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오히려 중국을 두드리는 미국을 응원한다.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몇몇을 제외하고 다수는 이미 중국에 적대적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사나운 적을 만든다. 외교든 어디서든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거리다. 중국정부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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