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기저기서 중국 망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중국 망해라. 중국 망해라. 그래서 진짜 중국이 망하면 과연 우리에게 좋기만 할까? 아니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이 괜히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가려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화웨이가 망하면 그 피해는 미국 기업들에게까지 미친다.

 

중국은 이미 세계최대의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미국 다음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도 온전히 미국의 편에 서지 못하는 이유다. 오히려 미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하는 경우마저 늘고 있다. 그만큼 중국과 얽힌 이해가 미국보다 더 크다는 뜻일 터다. 중국으로부터 받는 투자와 중국에 파는 상품의 양이 미국의 그것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망한다. 그러면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한 방을 아끼는 이유인 것이다. 경고만 요란했지 실제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과정은 매우 느리고 신중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제재의 규모나 정도도 중국을 한 방에 항복시키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중국도 자신을 갖는다. 미국이 자신들을 진짜 망하게 할 수는 없다. 망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버티다가 적당히 미국과 타협하면 된다. 문제는 상대가 트럼프라는 것이다.

 

오바마와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지금의 미국에는 필요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한 번 쯤 미국이 가진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미국이 세계최고이고 최강임을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약간의 내상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는 때로 가장 이기적인 리더가 가장 훌륭한 리더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남아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자신이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그럴 수 없지만 트럼프는 그럴 수 있다. 중국의 불행이다. 더구나 트럼프가 무작정 중국만 잡자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피해를 상쇄할만한 여러 정책들로 미국내 기업과 경기를 지켜내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좋지 못했다면 이 싸움은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대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자해공갈이 먹히지 않는다. 다 같이 죽는다.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중국과 함께 모두 죽을 수 있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잠시 타격이야 있겠지만 미국이라면 얼마든지 다시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다. 오히려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가 무너진 틈을 타서 다시 한 번 경제패권까지 확실하게 거머쥘 수 있다. 중국이 죽고 나면 그 잔해는 전리품으로 남을 테고 그것은 다시 미국을 일으키는 밑천이 될 터였다. 다만 과연 그러기까지의 혼란과 피해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또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 가장 필요한 대통령이란 것이고.

 

과연 중국의 자해공갈이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트럼프는 어디까지 중국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인가. 버텨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진핑의 권력은, 아니 공산당의 지배에는 큰 균열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중국이 버티는 이유다. 김어준과 같은 부류는 중국 인민들의 지지로 인해 오히려 공산당의 지배가 강해졌다고 하는데 원래 권력이라는 것은 경제구조 위에 쌓아 올린 탑과 같은 것이다. 경제구조가 무너지면 지배체제 역시 함께 무너지게 된다. 경제에 타격이 갔는데 과연 공산당의 일당독재는 전과 같은 권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이 막대한 빚까지 져가며 경기를 부양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뻔히 질 것을 알면서도 중국이 끝까지 버티고자 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항복하든 멸망하든 이후 중국공산당은 없다. 중국공산당의 일당지배는 없다. 최소한 시진핑은 더이상 지금의 권력과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중국이 세계화된 국제질서의 일부가 된 순간 필연적인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그것마저 트럼프와 미국은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 국제질서를 만든 것이 미국 자신이다. 미국이 정의고 미국이 표준이다.

 

아마 이번 G20에서도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시진핑에게도 목숨이 걸린 일이고, 중국공산당에게도 명운이 달린 일이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잔혹한 시간들이 기다린다.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모진 놈 옆에 있으면 유탄을 맞는다. 더럽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