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정은이 써서 보냈다는 서한의 내용에 문득 생각이 미쳤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채널이며 기사며 찾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김정은의 이 메시지에 모든 답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첫째는 지금 당장 북한이 직면한 최우선의 문제는 경제라는 것이다. 반드시 인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 선대서부터 약속했던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배두드리며 살게 해 주겠다. 그리고 둘째가 자신을 신격화하지 말라. 무슨 뜻인가?


이번 북미회담을 두고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김정은이 체면을 구겼다. 약속까지 받고 잔뜩 기대하고서 갔는데 단순히 물먹는 것을 넘어서 큰 모욕까지 당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구겨진 체면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미사일 시설도 복구하고 핵시설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해 보자. 처음부터 구겨질 체면이 없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도 그렇게 심각한 타격이랄 것도 없지 않은가. 체면따위 필요없이 그저 인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중하겠다면 오히려 그것으로 지도자로서 김정은의 면은 더 사는 것이다.


한 마디로 더이상 미국과의 관계에서 선대와 같이 자신의 체면을 최우선에 두지 않겠다. 체면이 구겨지고 깎이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즉 지난번 트럼프에게 당한 망신을 더이상 개의치 않겠다. 더불어 오로지 인민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미국으로부터 제재해제를 받아들이는 한 가지 목표에만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명분이 필요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그림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트럼프가 직접 평양으로 가서 김정은에게 약속해주는 것이면 어떨까. 그 대신 김정은도 트럼프가 바라는대로 한 번에 모두 내줄 수 있다.


물론 물리적으로도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꼼수도 써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핵폐기와 관련한 전체 로드맵을 주고받는다. 형식은 한꺼번에 모두 주고받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절차들이 진행된다. 즉 북한이 내놓은 핵시설들을 검증하고 폐기하는 동안 미국은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일부 제재를 완화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들을 폐기하는 동안 나머지 제재해제 조치를 완료한다. 다만 어느 정도 절충이 가능하다면 중장거리 미사일 정도는 양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이니 생화학무기 역시 어느 정도 유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차근히 관계를 정상화한 다음에 진행하면 된다.


아마 우리 정부와 북한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간다면 이런 부분들이 아닐까. 너무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당장 북한 자신이 급하다는 사실을 트럼프에게 들키고 말았다. 더이상 다른 선택지란 없는 막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모른다면 그냥 앉은 채 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들을 설득해야 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아마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그같은 방안들에 대해 구체화시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지금 북한이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다름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행복회로를 활활 불태워 본다. 그럴 것 같아서가 아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도 아니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과연 가능할까? 그래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 문재인 대통령만 믿는다. 역시 모두가 하는 말이다. 지금 모든 문제를 풀 열쇠는 문재인 대통령의 손에 쥐어져 있다. 자물쇠는 김정은이 가지고 있지만.


부디 선의보다는 일방적 바람으로만 가득한 지금의 추측이 사실로 이루어지기를. 성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에 북한은 약자고 미국은 강자다. 국제질서는 오로지 강자가 옳고 선한 것이다. 그 사실을 이제라도 알았으면. 부디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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