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일이다. 그렇다고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어머니를 쫓아 시장에 갔었다. 그냥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그것도 기특하다고 시장안 허름한 식당에서 순대국이라는 것을 사주셨다. 내가 그 뒤로 상당이 오랜동안 순대국이라는 것을 먹지 않게 된 이유였다.


제대로 냄새도 제거하지 않아서 거의 악취에 가까운 노린내가 나는 내장들이 시뻘건 고추국물 안에 담겨 있었다. 순대국에 순대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아주 나중에 지인이 맛집이라며 끌고 들어간 순대국집에서였다. 그래도 거기 순대는 고기며 야채며 듬뿍 들어간 순대였다. 당면순대를 넣은 순대국이라니. 거의 컬처쇼크급이었다. 요즘은 아예 돼지국밥 아류로 뽀얗게 국물을 우려 내놓는다.


아마 그 비슷한 무렵 학교 다니던 길에는 이것저것 안주와 함께 소주를 팔던 식당이 하나 있었다. 항상 지나면서 보면 노란 들통이 식당 앞에서 보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그 안에 끓고 있는 돼지뼈며 감자며 손님이 주문하면 덜어서 내놓는 것이 바로 감자탕이었다. 손님더러 알아서 끓여먹으라고 - 하기는 이미 돼지뼈와 감자는 다 익어서 나온다. 국물도 거의 우려 내온다. 그냥 야채며 몇 가지만 손님 앞에서 익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그때는 삼겹살은 진짜 돈 없어서 먹는 값싼 고기였다. 대학교 다닐 때도 싼값에 그것도 고기라고 푸짐하게 먹고 싶을 때 시켜먹는 것이 바로 삼겹살이었다. 돈있으면 돼지불고기, 그보다 더 돈에 여유가 있으면 돼지갈비. 요즘은 갈비보다 어째 삼겹살이 더 비싸진 것 같다. 과연 삼겹살이 그렇게 비싸게 먹을 부위인가는 지금도 그다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는 노마 하나가 자기네 이모네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밥 볶아준다고 자랑하던 게 그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아, 그런 것도 있구나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예 그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 그다지 오래지 않은 것이 많다. 어려서 감자탕이라 하면 감자국 비슷한 것이라 여겼었는데. 들통 안에는 빨간 국물 위로 노란 감자만 동그라니 떠있는 듯 보였다. 아주 오래전 기억이다. 그리 오래지 않은 기억이다.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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