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변수가 많다. 심상정의 지지율이 지금 추세대로 15% 넘어가면 홍준표가 된다. 안철수의 보수지지가 홍준표에게로 가고 문재인의 지지가 심상정에게로 가면 대통령은 홍준표가 되는 것이다. 뭐 지들 좋아서 선택한 거니 나는 말 않으련다. 홍준표가 동성애자를 어떻게 탄압하고 노조를 어떻게 박살내든 그때 되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테니. 내가 알 게 뭔가?


아무튼 당장 보더라도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홍준표인데 정작 성소수자단체인 무지개행동이 공격하는 대상은 오로지 문재인 하나 뿐이다. 홍준표를 직접 찾아가서 시위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는데 문재인은 유세장마다 찾아가서 아주 극성을 부리는 중이다. 문재인이 자신들의 말을 들어줄 것 같아서? 그런데 정작 그들이 정책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정당인 정의당이다. 문재인을 공격하는 것이 정의당에게 이익이 된다. 실제 동성애발언 이후 20대 무당층 지지 상당수가 정의당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문재인을 까면 진보에 도움이 된다.


과연 문재인이 당선되고 심상정이나 진보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의당과 민주당의 개혁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정의당도 알고 있다. 심상정이 괜히 문재인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 민주당과 행동을 같이하다 보면 영영 민주당의 아류가 되어 그들에 먹힐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당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침 대통령까지 되면 기회도 좋다. 야당으로서 여당을 공격한다. 야당으로서 정부를 비판한다. 아직 대선후보인데도 저리 난리인데 대통령이라 되어 보라.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 정의당이 100을 요구하고 자유한국당이 10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점진적인 50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래도 10보다는 낫다고 지지하기보다 50만큼 부족하다고 공격하는 쪽이 정의당에게는 더 이익이다. 나쁘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바뀌었어도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생각했을 것이다. 별개의 정당인데 남의 정당보다 자기 정당에 더 우선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다. 정의당이 대변하는 것은 야권 전체가 아니라 당비를 내고 지지를 보내는 정의당의 당원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연대하던 논리였다. 참여정부의 정책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반대편에 있는 한나라당과 연대해서 그것을 저지하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바로 지금 무지개행동이 하는 행동을 앞으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 진보정당이 똑같이 보여주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도 어떻게든 문재인에게로 갈 표를 끌어오려 문재인을 공격하고 있는 저들이다. 때로 비열할 정도로 계산적인 말과 행동으로 문재인을 상처입히고 그의 지지를 빼앗아오려 한다.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서로 추구하는 이념도 지향하는 정책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목적도 이해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도 어차피 문재인이 당선될 것이므로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 다른 정당인데?


정의당 지지자가 문재인 욕하는 것이 옳듯 민주당 지지자라면 심상정을 굳이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재인의 집권을 바라고 문재인이 약속한 개혁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더더욱. 정의당의 정책이 아니면 안된다 여긴다면 심상정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 아니면 아예 문재인 정부를 뒤집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무지개행동이 확인시켜준다. 저들은 단지 적이고 경쟁자일 뿐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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