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을 찾아가 물으면 대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묫자리를 잘못 썼다. 집터가 안좋다. 귀신이 씌었다. 그러니 부적을 쓰고 굿을 하고 새로운 터를 알아보라. 내가 해 주겠다. 아주 비싼 값에.

 

세상에 수많은 일들이 있고 각각의 일들마다 그만큼이나 많은 원인과 이유들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원인과 이유에 따른 해결방법들이 모두 다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이 무어고 이유가 무어고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당장의 곤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무당에게 그만한 지식이나 능력이 있을 리 있겠는가. 그러니까 가장 쉽게 귀신을 말하고 터를 말하고 부적과 굿을 비싸게 팔아먹을 궁리부터 한다.

 

한국 언론의 기사라는 것도 거의 비슷하다. 한참 열심히 떠들다가 나오는 답이란 결국 최저임금, 아니면 탈원전, 아니면 미세먼지의 경우는 중국이다.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않는 듯하다. 다른 대안들에 대해서도 전혀 고민같은 것은 해 본 적 없는 듯하다. 세계경제가 안좋아도 최저임금이 문제이고, 국제무역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줄여서 수출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제대로 기술투자도 않고 기업을 사유화하여 오히려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사이 경쟁상대인 중국에 추월당한 상황에서조차 반기업정서가 기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호그룹과 한진해운을 망친 것은 반기업정서인가? 기업을 사유화한 경영자들이었는가?

 

하지만 그런 면밀한 분석 따위 없다. 어째서 자영업자들은 어려운가. 어째서 자영업자들은 곤란을 겪고 있는가. 내수가 침체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출이 부진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인가? 정부는 어떤 정책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대안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있기는 하다. 벌써 수십년째 떠들어대는 소리들이다. 규제를 풀고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이명박근혜시절 그렇게 했더니 어떻게 되었는가. 과연 지금 경제상황에서 그런 정책들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알 리 없지 않은가. 아는 것도 없이 그저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려니 그냥 집터 타령이나 귀신 타령처럼 익숙한 레파토리만 반복해 읊어댈 뿐이다.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기업이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당장 한진해운과 금호그룹이 그러다 망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도. 조양호를 대한항공 이사에 선임되지 못하게 한 것은 과연 국민연금이었는가? 조양호 일가로 인해 실추된 대한항공의 이미지에 대한 주주들의 분노였는가?

 

고용지표가 나빠지면 왜 나빠졌는가? 오히려 장기적인 추세를 보며 고용이 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왜 그런가? 고용이 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째서 그런가? 그러면 정부의 역할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앞으로 구성원들은 이같은 현실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떻게 그런 현실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저 하는 말이란 IMF 이후 최악, IMF보다 더 최악, 어찌되었든 최악, 어찌되었든 최저, 어찌되었든 최고, 그러니까 나라 망한다. 경제 망한다. 그래서 뭘 어째야 하는가? 눈앞에 있는 저놈들부터 때려죽이자! 이런 게 선동이다. 다른 게 선동이 아니라.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 내수를 키우고 그를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세계경제가 안좋고 국제무역이 줄어들며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내경기를 살려야 한다. 답이 무엇이겠는가. 소비를 하라. 기꺼이 국내에서 소비를 하며 돈을 쓰라. 그렇게 돈을 쓸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돈을 풀라. 그래서 더 어이없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재정이 가정에서 가계부 쓰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는 모양이다. 기업에서마저 필요하면 과감히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고는 한다. 오히려 더 많은 빚을 지더라도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마저 있다. 정부의 재정이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재정에서 이익을 남겨서 도대체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가.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따라서 당연히 있는 재정은 모두 소모하는 것이 옳다. 필요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리고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몰라서 그리 떠드는 것이든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든 언론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저 공포심만 자극한다. 혼란만을 조장한다. 그동안 한국정부의 경제정책들이 표류하게 된 원인 가운데 대부분은 언론들이 제공한 것이다. 당장의 단기적 처방들에만 급급하다. 고등수학보다는 그저 초등학교 산수 수준의 정책들만을 선호한다. 재정적자가 어떻고, 성장률이 어떻고, 기업의 이익이 어떻고,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고용을 희생해서 기업의 이익을 높이면 경제도 좋아진다. 그냥 믿음이다. 신앙이다. 종교다. 그래서 더욱 그리로 사람들을 내몰려 한다. 다른 생각은 감히 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원인은 무엇이고 해법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인가. 당장 무엇부터 고민해야만 하는 것인가. 주제가 안되니 기사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기자랍시고 아는 척 써대려니 할 수 있는 것이 무당짓 밖에.

 

IMF가 대한민국 경제를 분석해서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리고 조언도 곁들였다. 세계경제의 일부로서 대한민국 경제를 철저히 살피고 있었다. 그런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고도 자기들이 언론이라 말한다. 똥도 거름으로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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