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들었던 속담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


그런데 감이든 배든 원래 제사상에 올라가는 것 아니었던가. 역시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홍동백서 좌포우혜 두동미서 조율시이...


그 진짜 뜻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원래 제사에는 감이든 배든 대추든 올리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인근에서 제철에 나는 것들 가운데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거나 모두가 맛있거나 혹은 귀하다 여기는 것들로 정성껏 조리해서 제사상에 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방마다 집안마다 제사지내는 방식도 달랐다. 올리는 제수들도 달랐다. 그래서 가가례다. 집안마다 다르다 해서 가가례인 것이다. 그런데 남의 집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감놔라 배놔라 했으니 얼마나 우스웠겠는가.


즉 지금 제사상은 이렇게 차려야 한다 따지는 자체가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짓 그 자체라는 뜻이다. 피자도 안되고, 바나나도 안되고, 그런데 정작 산적에는 햄이며 맛살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는가 말이다. 무슨 상관인가.


가장 바보같은 짓거리일 터다. 제사는 이렇게 지내야 한다. 제사상은 이렇게 차려야 한다. 근본이 없으니 남이 하는 것만 열심히 살펴서 따르려 한다.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이니까. 예란 원래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제사가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조상을 공경하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각자 믿는 종교에 따라, 각자의 처지나 사정에 따라 그에 맞게 격식을 갖추고 예를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원래 공자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근대가 왜곡되어 버린 탓이다. 원래는 우리 스스로 극복했어야 하는 전근대였는데 일제가 중간에 끼어들며 전근대란 민족을 뜻하게 되고 말았다. 만들어진 전통을 민족의 이름으로 강요한다. 여전히. 아직까지도.


감이든 배든 자기들 사정에 따라 놓는 것이다. 오지랖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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