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도 공무원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부문 전체로 놓고 보더라도 인력이 충분치 않다. 그래서 수당 때문이 아니라 진짜 일에 치여서 퇴근도 못하고 밤을 새야 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적지 않다. 하물며 앞으로 더욱 복지를 비롯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려면 더 많은 공공부문의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기왕에 사람들도 있는데 굳이 세금을 들여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사장님들의 생각이다. 있는 사람 쥐어짜서 쓰면 되지 굳이 무엇하러 새로 사람을 고용해 쓰는가.


가끔 보면 이 인간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앞에서는 소방사들의 열악한 여건과 처우를 걱정한다. 소방사들에 대한 보상과 대우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방인력이 부족하다는데 인력의 증원은 세금이 더 들어가니 안된다. 사회복지사도 인력이 태부족이라 현업에 있는 대부분이 과중한 격무에 시달리는데도,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공무원을 더 늘려서는 안된다. 사회복지사만일까? 경찰도 필요하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더 많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의 감시와 관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서 오히려 사람이 부족해서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면 이렇게 일에 치여 사생활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 심지어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당연하게 수당이 아닌 월급만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수당은 다른 사람의 임금으로 대체하여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기존에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모두가 또한 양보해야 할 부분이다. 그만큼 더 많은 필요한 인력을 고용함으로써 개인의 업무늘 줄이고 공공의 고용은 늘려 전체적인 실업자의 수도 줄인다. 이른바 일자리나누기다. 공공부문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수입도 줄겠지만 대신 여가가 늘어난다.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사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과제다. 일을 줄이면 고용이 늘고 개인의 삶에서 여유도 늘어난다.


헬조선이라면서도 그러나 공무원이니까. 헬조선이라며 욕하면서도 정작 공무원에게 주는 급여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나가니까. 그러니까 있는 공무원이나 굴리라. 공무원 노는 꼴 두고 보지 못하겠으니 악착같이 쥐어짜라. 그러므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도 세금을 쓰는 추가고용은 없다. 문재인의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반대의 논리들이다. 당장 이미 비대해진 대한민국에서 공공부문의 인력수요가 이렇게 많은데도, 그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다가 건강은 물론 심지어 목숨마저 잃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도, 그러나 그들을 위해 내 돈을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래서 사장들이 추가로 사람을 쓰지 않고 없는 일까지 만들어가며 직원들을 밤새우게 하고 휴일에도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가? 분명한 것은 이것이 바로 이 사회의 표준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하찮게 여긴다. 사람을 가치없게 여긴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한다. 자신이 공무원이 아니니까. 철밥통이라며 질시하고 그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결정은 반대한다. 어디선가는 바로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들이 그런 식으로 결정된다. 문재인이 유승민에게 역공했다. 그래서 더 사람을 쓰지 않겠다는 거냐고. 들어가는 재원은 구체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방향에 대한 것이다. 그나마 제대로 임금도 주지 못하고 정해진 업무시간도 지키지 못할 것이면 사업을 그만두라. 고작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인력인데도 돈아까워서 쓰지 못할 거면 나라 역시 때려치라.


할 줄 아는 말이 민간기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만들게 하겠다. 단순히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여러 공공부문에서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그래서 더 비대해지고, 그로 인해 수요가 늘었음에도, 그러나 작은 정부를 추진한다며 정작 필요한 인력과 예산은 손놓고 방치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은 문재인의 복지공약과 함께가는 것이다. 여러 사회공약과도 함께 간다.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그만큼 노동력의 수요도 생긴다. 돈만 아낀다. 사람만 굴려 쓴다. 헬조선이 멀리 있지 않다. 그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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