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제위기론이란 아주 절묘하고 악랄한 프레임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10년 넘게 성장률 10% 이상을 기록한다고 찾아보면 어려운 사람 한 둘 없겠는가. 장사가 안되어 가게문을 닫고 사업이 안돼서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갖다대고 묻는다. 요즘 경기가 어떤가?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원래 사업이란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면 굳이 남의 눈치 봐가며 싫은 소리 들어가며 월급쟁이 노릇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만한 자본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경쟁력있는 자기만의 컨텐츠를 만들기란 더 어렵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며 사업이 잘되면 잘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장사 잘되고 아무것도 안해도 사업 잘되는 그런 경우란 아주 예외적으로 드물게 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경우는 현실의 모든 어려움과 장애를 이기면서 힘들게 지금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장사하기 어렵지 않은가 사업하는데 문제는 없는가 물어보라.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어쩌면 비열한 것이기도 하다. 대안 따위는 없다. 면밀한 분석도 없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들의 사정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가. 그냥 어렵다니까 어렵다고 보도한다. 힘드니까 힘들다고 보도한다. 그러고서는 조금이라도 정부가 잘한 일을 말하려면 꾸짖는다. 어디 괜찮은가. 어디가 잘했는가. 당장 장사 접고 사업 망한 사람들 앞에서, 혹은 일자리를 잃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래서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직 대한민국 경제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실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언론만 제목장사질에 정치질 하느라 입만 열면 최악을 읊어대고 있을 뿐.

 

더구나 과연 지금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정부의 정책 때문인가. 당장 가장 중요한 수출부터 세계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주력수출품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에 있어 가장 큰 시장이 바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다. 사실 전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침체되면 당연히 중국의 제조업에 납품하던 한국기업들도 영향을 받는다.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단가라는 것이 오히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도 작년 미국 정부가 막대한 관세를 물렸음에도 미국 경제가 좋아지며 철강에 대한 수요가 늘자 괜히 지레 겁먹고 협상을 했던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철강수출국들이 더 큰 이익을 올린 것에서도 드러난다. 수요가 있으면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른바 언론이 늘 떠들어대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란 것이다. 대체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높여 불러도 되는 제품들이다. 하지만 그런 제품들도 정작 생산해봐야 팔 곳이 마땅치 않다.

 

언론에서도 역시나 항상 떠들어대는 내용이다. 세계경기가 안좋다. 국제무역량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 세계경기도 안좋고, 무역량도 줄어드는데, 그러면 기업에 대한 규제만 풀어주면 수출도 늘고 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신규원전을 줄이거나 원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냥 탈원전 않겠다 선언만 하면 원전 팔아서 다시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인가? 당장 동남아 국가들의 주력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팜유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규제하려 했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도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올바름이 현실의 경제를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냥 우리만 규제 풀고 인건비 낮춰서 싸게 많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면 다시 이전의 무역규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도 아니고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더러 더이상 싸우지 말고 화해하라 강요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세계경제가 나쁘다 나라 경제가 위기다 쓰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으로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그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나아가 한국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그 어렵다면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혹은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을 위해서 국민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괜히 어차피 되돌리지도 못할 최저임금 가지고 지랄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소비가 애국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를 한다. 소비를 통해 시장의 돈이 소비자에게서 생산자로 다시 소비자로 자연스럽게 순환하기 시작한다. 어렵다며 허리띠만 졸라매라 할 것이 아니라, 그저 괜한 아파트에 빚내서 돈을 쓰라 선동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위해 작은 사치를 하는 것을 오히려 권장하고 응원해야 한다. 하기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작년 한국의 관광수지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관광하러 온 사람보다 나간 사람이 더 많다. 다만 그런 지출을 어떻게 국내 경기를 위해 선순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진정 기업을 위하는 것이다. 자본을 위하는 것이다. 그렇게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기업도 자본가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더 지속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기업주가 가져가는 이익이 아닌 기업과 자본, 그리고 국가차원의 이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식견도 더구나 그를 주장할만한 확신도 자신감도 없다. 그저 안전한 곳에서 못한다 잘못한다 지적하기만 바쁠 뿐. 제대로 통계조차 볼 줄 모르는 전문가들이 쓰는 기사란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다. 현상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단편적인 사실만을 전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의 것들을 대중이 알기 쉽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기자란 한 때 한 사회의 지성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던 것이다. 지금 언론이 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경제가 그렇게 어렵다면서. 욕은 잠깐 참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