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덧붙인다. 필터와 검열의 차이는 무엇인가? 검열과 필터는 무엇이 다른가?

'씨발'이라는 단어가 차단어로 등록된 커뮤니티를 예로 들어 보자.

"에이 씨발, 좆됐다."

당연히 씨발이 들어 있으니 차단된다.

그런데 다른 경우도 있다.

"아무개씨 발 좀 씻으세요."

여기에는 씨발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개'씨'와 '발'이 있다.

이해하겠는가? 필터란 내용을 파악해서 걸러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냥 특정한 조건을 걸고 그 조건에 맞는 것을 내용과 상관없이 걸러내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는 어떤 주관도 판단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검열은 사람이 필터는 기계가 한다.

https 차단을 두고 검열이네 뭐네 말들이 많다. 그런데 검열이 되려면 누군가 암호화된 https 정보를 계속해서 감시하며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단지 프로그램에 의해 특정한 조건에 대해서만 차단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그냥 기계적 필터링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내용에 대한 파악도, 따라서 어떤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나 수집도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확실히 멍청하거나 아니면 사악한 것이다. 몰랐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면서도 날뛴다면 사악한 것이다. 하긴 대중이란 원래 대부분 멍청한 것이니까. 자기가 낚인 줄도 모르고 정의감이 강할수록 스스로 똑똑하다 여길수록 잘도 파닥거린다. 검열이 뭔지도 감청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남이 그렇다니 조잘조잘.

그래서 https를 차단하면서 정부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가? 개인의 정보를 들여다 보고 있는가? 차단이란 감청과 검열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인가? IT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진지 벌써 수십년은 지난 것 같지만. 어설프게 아는 놈들이 낚이면 더 우스워진다.

개념을 알아야 판단도 비판도 할 수 있다. 아직도 물색 모르고 날뛰는 것들이 어이없기만 하다. 인터넷이란 이런 곳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