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그럴 여유가 없다. 반드시 이번 대선만큼은 이겨야 하는데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없다. 설사 이길 수 있다 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권을 잡고 정국을 주도하려면 최대한 높은 지지로 당선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내가 이렇게 절박한데 유승민이 뭘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광화문광장에서 직접 배를 가른다 해도 거기에 더해줄 동정따위 나에게는 없다.


둘째 그러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동안 유승민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는 것이다. 가끔 잘못된 결정들에 대해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었다. 하지만 반대는 원희룡도, 남경필도 했었다. 김무성도 해야 할 때는 했었다. 그래서 얼마나 정부와 당의 잘못된 결정에 반대하려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는가 하는 것이다. 셋째 이유와도 바로 이어진다. 그래서 박근혜가 잘못했고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잘못했으니 반성하고 새로 시작한다면 뭣한다고 다시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기어나왔는가는 것이다. 다시 기어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김대중 노무현때도 그랬다. 진짜 반성하기는 하는 것일까?


자기를 희생하지 않는 선의는 결코 선의라 할 수 없다. 최소한 동전 몇 개라도 던져주고 불쌍해해도 해야 그것을 선의라 인정하는 것이지 그저 말로만 베푸는 선의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유승민이 얼마나 희생해 왔는가. 얼마나 헌신해 왔는가. 하다못해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라도 선언했다면 유승민의 처지가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시 총선에서 아예 작심하고 불출마선언한 뒤 다음을 기약했다면 오히려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보수의 중심은 유승민에게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이 배신자인 것은 박근혜를 등져서가 아니라 그러면서도 여전히 권력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계산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과연 유승민이 진정으로 참보수를 위해 저리 버티고 있다 생각하는가.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파들 가운데 일부를 절대 받지 않겠다 거부한 것을 보면 똑똑한 유승민이 왜 지금 사퇴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상정의 자살골이 인상적이었다. 처절한 실수였다. 아직 사람들이 정의당과 심상정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저 막연히 말 잘하고 들어줄만한 말을 하니 능력있다 여겨서 진보에 대한 만역한 호감으로 심상정을 지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의 표를 빼앗아오겠다고 - 최소한 문재인에게로 가려는 표들을 막아보겠다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정의당과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치명적인 한계만 노출시키고 말았다. 아예 문재인의 선거운동을 하러 토론에 나선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을 정도다. 현실적으로 증세할 수 있는 한계를 이야기하며 점진적인 개선과 개혁을 이야기하는 문재인에게 당장 70조의 세금을 더 거둬 모든 것을 한 번에 이뤄보겠다고 윽박지르듯 나서고 있었으니. 심상정이 그동안 말해온 입바른 말들과 문재인이 그동안 보여온 답답한 모습이 그 순간 정확히 크로스되고 있었다. 그저 말뿐인 이상과 답답한 현실로써.


홍준표는 사실 그러려니 한다. 대한민국 특히 노년층의 도덕적 수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노인들이 말하는 버르장머리란 자신의 부도덕을 가리기 위한 덮개다. 자신의 사악함을 상대의 싸가지없음과 등치시킨다. 내가 잘못했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너의 태도가 더 잘못이다. 그런 식으로 쓸데없이 먹기만 많이 먹은 나이 뒤에 숨어서 오히려 올바르게 자란 젊은이들을 훈계하고 그들을 자신과 같이 타락시키려 애쓴다. 악마가 따로 없다. 인간을 악으로 유혹하는 악마가 있다면 바로 이 사회의 기성세대들이다. 바로 그 증거가 그들이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홍준표의 수준인 것이고. 노인들의 도덕적 감수성에는 홍준표 정도가 딱인 것이다. 그래서 보수의 지지가 그리로 몰려가는 것이고. 홍준표같은 인간이 대통령이 되어도 전혀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토론에서 무슨 짓을 했든 딱 그 수준이라 여기기에 굳이 말을 더하지 않는다. 말할 가치도 없다.


안철수는 확실히 내가 본 것이 옳다. 안철수에게는 옳고 그름이 없다. 바르고 어긋남이 없다. 한 가지다. 잘하고 못하고. 도덕관념이 일반 사람들과도 크게 다르다. 정치인치고도 상당히 이질적이다. 아무리 국민통합을 위한다고 유언으로 지금의 자리에 묻히기를 바랐던 노무현을 다시 파내서 현충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하다니. 유족들에게 먼저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니고 방송에서 그냥 뜬금없이 제안부터 던지고 만다. 사실 안철수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도 이런 도적적 감수성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러니 2015년 분당사태를 보고서도 오히려 문재인에게 책임을 묻지. 이희호 여사와 관련한 녹취록 사건은 진짜 인간으로서 바닥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보좌관을 사적으로 부리려 한 아내를 응원하던 모습은 그 연장선에 있을 테고. 참 인간이 싫어진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듣고 끊지 않으면서 또한 지나치게 공격하지 않는 문재인의 태도는 역시나 서로를 물어뜯고 쓰러뜨려야 하는 이같은 토론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지적에도 진지하게 듣고만 있고, 무례하게 말을 끊는데도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을 이어갈 기회를 기다리고, 심지어 경쟁후보를 진심으로 동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홍준표에게 저렇게까지 예의를 지키며 말하는 후보도 문재인밖에 없다. 인격은 드러나는데 안타깝게도 젊은 층에서는 그다지 인격같은 것은 잘 보지 않으니까. 리더의 토론방식이다. 리더가 앞장서서 말을 끊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면 아래에서는 그저 복지부동만 하게 된다.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내가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유승민이 또 읍소 좀 했다고 흔들리는 인간들이 몇 있다. 심상정은 바닥을 드러냈고, 원래 유승민은 바닥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고. 휘황한 말로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그 판단을 가린다. 똑똑하기는 하다. 말도 꽤 잘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유승민이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왔었는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도 한다. 그나마 홍준표보다 낫기는 하다. 같잖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헌법마저 무시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언론과 국회의 견제조차 받지 않고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었겠는가. 여론의 반대마저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근거는 압도적 지지와 과반의 지지층이었다. 무엇을 해도 지지해주는 안정된 지지층이 있었기에, 더구나 그들의 집권의 정당성을 확인해주었기에 그들은 그런 짓들도 태연히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더 옳은 일을 하려면. 더 제대로 된 일을 하려면. 그런데 저항이 거세다면. 정의당이 그 저항을 대신 막아줄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지금 정의당이 가장 각을 세우며 덤비는 대상이 누구인가? 홍준표에 대한 감정이 혐오감이라면 민주당에 대한 감정은 적개심이다. 민주당을 죽여야 정의당이 산다. 정권을 잡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지만 틀렸다는 게 아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압도적 지지와 과반의 지지가 있었기에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거의 아무런 견제도 제제도 받지 않고 저 하고 싶은 대로 온갖 짓거리들을 저지를 수 있었다. 확실히 정의당이 보기에는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이나일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문재인의 과반은 이명박의 압도적 지지와 같다. 박근혜의 과반과도 같다. 앞으로 정권을 잡고 난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변수가 많다. 심상정의 지지율이 지금 추세대로 15% 넘어가면 홍준표가 된다. 안철수의 보수지지가 홍준표에게로 가고 문재인의 지지가 심상정에게로 가면 대통령은 홍준표가 되는 것이다. 뭐 지들 좋아서 선택한 거니 나는 말 않으련다. 홍준표가 동성애자를 어떻게 탄압하고 노조를 어떻게 박살내든 그때 되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테니. 내가 알 게 뭔가?


아무튼 당장 보더라도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홍준표인데 정작 성소수자단체인 무지개행동이 공격하는 대상은 오로지 문재인 하나 뿐이다. 홍준표를 직접 찾아가서 시위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는데 문재인은 유세장마다 찾아가서 아주 극성을 부리는 중이다. 문재인이 자신들의 말을 들어줄 것 같아서? 그런데 정작 그들이 정책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정당인 정의당이다. 문재인을 공격하는 것이 정의당에게 이익이 된다. 실제 동성애발언 이후 20대 무당층 지지 상당수가 정의당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문재인을 까면 진보에 도움이 된다.


과연 문재인이 당선되고 심상정이나 진보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의당과 민주당의 개혁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정의당도 알고 있다. 심상정이 괜히 문재인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 민주당과 행동을 같이하다 보면 영영 민주당의 아류가 되어 그들에 먹힐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당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침 대통령까지 되면 기회도 좋다. 야당으로서 여당을 공격한다. 야당으로서 정부를 비판한다. 아직 대선후보인데도 저리 난리인데 대통령이라 되어 보라.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 정의당이 100을 요구하고 자유한국당이 10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점진적인 50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래도 10보다는 낫다고 지지하기보다 50만큼 부족하다고 공격하는 쪽이 정의당에게는 더 이익이다. 나쁘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바뀌었어도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생각했을 것이다. 별개의 정당인데 남의 정당보다 자기 정당에 더 우선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다. 정의당이 대변하는 것은 야권 전체가 아니라 당비를 내고 지지를 보내는 정의당의 당원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연대하던 논리였다. 참여정부의 정책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반대편에 있는 한나라당과 연대해서 그것을 저지하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바로 지금 무지개행동이 하는 행동을 앞으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 진보정당이 똑같이 보여주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도 어떻게든 문재인에게로 갈 표를 끌어오려 문재인을 공격하고 있는 저들이다. 때로 비열할 정도로 계산적인 말과 행동으로 문재인을 상처입히고 그의 지지를 빼앗아오려 한다.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서로 추구하는 이념도 지향하는 정책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목적도 이해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도 어차피 문재인이 당선될 것이므로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 다른 정당인데?


정의당 지지자가 문재인 욕하는 것이 옳듯 민주당 지지자라면 심상정을 굳이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재인의 집권을 바라고 문재인이 약속한 개혁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더더욱. 정의당의 정책이 아니면 안된다 여긴다면 심상정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 아니면 아예 문재인 정부를 뒤집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무지개행동이 확인시켜준다. 저들은 단지 적이고 경쟁자일 뿐이다. 분명히.

  1. 타리 2017.05.02 23:43 신고

    저소득 시장 자영업자가 기득권옹호정당의 지지율이 높았듯이
    개개인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주는 사람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게 우리네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저들도 본인의 이익을 외치지만,
    결국 저들을 사회구성원으로써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큰 몸통
    대다수를 이루는 큰 몸통의 국민들이 합리적인 선택과 투쟁을 통해 그런 세상을 만들고 안겨주는 것이죠.
    그들을 비난해봐야 의미도 없고 깨우쳐지지도 않고 (대구처럼)
    일단 이겨내고 조금씩 바꾸는 수밖에요.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노후걱정을 안할 수 없다. 아니 당장도 문제다. 11년 넘게 기르던 고양이가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것도 내 앞에서 밥주고 있는데 손에 덜어놓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발광을 하더니 그래도 세상을 떠났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나이다. 혼자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혼자서 살다 보니 당장 손놓고 있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어찌할까?


대충 계산을 해봤다. 보증금 얼마, 월세 얼마, 그리고 들어놓은 보험이며, 무엇보다 가장 믿고 있는 국민연금은 또 어떻게.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아도 쪼들리지 않게 살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차피 혼자 사니까 큰 집은 필요없고, 그보다는 혼자 사는 만큼 취약해지는 개인의 안전이나 복지를 대신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어떨까?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노인만이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간단히 나라, 혹은 사회가 만드는 기숙사라 보면 되겠다. 단지 학생이 아닌 만큼 개인의 주권과 존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따라서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살면서도 외롭지 않게. 소외되지 않게.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도시가 좋을 테고. 나이 먹으면 조금 교외로 빠져도 상관없을 테고. 진짜 필요한 복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개인가구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라면.


어차피 은퇴하고 나면 멀리 지방으로 집값 싼 곳을 찾아 떠나볼 생각이기는 하다. 집값 싼 곳에 가진 돈 탈탈 털어서 전세라도 하나 얻으면 그나마 남은 세월 그다지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 듯. 문제는 역시 고독과 소외. 노인을 죽이는 것이다. 그다지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까. 내가 처하게 될 현실이다. 분노가 아닌 두려움. 절박함이다.

바로 오늘 새벽에 썼는데. 하여튼 이겨본 적이 없으니 이기는 법을 모른다. 이겨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반드시 이겨야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다지 생각이 없다. 그래도 이기겠지. 자기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이기겠지.


홍준표랑 탈당파 엿먹으라고 유승민에게 표를 주겠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승민이 불쌍해서 그나마 유의미한 득표라도 얻어보라고 한 표 보태겠다고 한다. 누구냐면 어쩌면 문재인, 아니면 안철수나 심상정에게로 갔을지 모르는 중도층에서 나오는 소리다. 중도적이면서 개혁적인 젊은 유권자 가운데 유승민을 동정해서 당장의 승리마저 뒤로 하고 그를 지지하겠다 말하고 있다.


유승민의 지지가 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보수는 홍준표와 안철수가 나눠가지고 있었으니까. 중도개혁은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가 나눠가지고 있었다. 원래 유승민에게는 보수의 지분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그것을 모르고 보수코스프레나 하고 있으니 잠재적 지지자들마저 떨어져나가고 어차피 오지 않을 지지자들은 그대로 외면하고. 그런데 바른정당 사태로 그나마 잠재적 지지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으니.


보수유권자가 모두 홍준표에게로 집결하면 중도적 개혁적 유권자는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유승민에게로 나눠지게 된다. 우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 와중에 어차피 문재인 될 테니 나는 심상정 찍겠다. 나는 유승민에게 한 표 주겠다. 하긴 그 가운데는 어차피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따위 모르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홍준표 대통령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겨레를 비롯한 보수언론까지 가세했다. 대놓고 심상정 15%를 이야기한다. 문재인의 표를 갈라치자는 소리다. 유승민을 낙마시키는데 경향까지 한 몫 하고 있었다.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진보언론의 목적은 보수언론과 일치한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 문재인이 만에 하나 당선되었을 경우 보게 될 모습이기도 하다. 문재인을 꺾기 위해 진보와 보수가 하나가 된다.


여유부릴 때가 아니라는 소리다. 표가 갈리고 있다. 모여야 할 표가 나뉘며 문재인은 약해지는데 홍준표는 다시 강해지고 있다. 박근혜의 사면을 주장하는 홍준표가 어쩌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자살도 권리다. 다수 국민이 그리 선택했다면 따라야겠지.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이 없으면 다시 저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다.


왜 이리 위기감이 없는 것일까. 당장 승리를 목전에 두고서도 보수걱정 진보걱정. 보수를 걱정해서 유승민에게 표를 주고, 진보를 걱정해서 심상정에게 표를 주고. 유승민이 일어나야. 심상정이 살아나야. 그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승리이고 정치교체여야 하는 것 아니던가.


정의당 지지층은 생각도 않는다. 보수유권자 역시 어차피 가는 길이 다른 사람이다. 문제는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중도개혁층인데 이리 딴생각들이 많으니.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지만 될 수 있는 상황이면 당연히 될 수도 있다.


과반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당선을 생각할 때다. 안정적인 당선을 위해서도 이제는 힘을 모아야 한다. 나도 필사적이다. 딴생각하는 인간들을 어떻게든 멱살을 잡고라도 끌고 간다. 이겨야 한다. 그것만이 정의다. 답답하다.


  1. 타리 2017.05.02 23:40 신고

    어찌보면 촛불참가자들의 생각이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누구인가, 그사람을 잘 판단하고 표를 줘서 지지하고 싶다.
    간단하지만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죠.
    다만 말씀하신대로 일리있는 것이 아직 그런 진짜 민주주의의 선택을 하기에는
    기득권 세력이 개입하는 영향력이 너무 크고, 불법적 행태에 대한 엄중한 잣대가 없으며
    애초에 판 자체가 민주적이고 공정하지 않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기는 것이 우선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정치와 나라가 만들어지고 쓰레기들 분리수거 하고나면
    그 다음에 비로소 어떤 사람인지 살아온 과정과 정책을 보고 뽑는 제대로 된 선거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겠지요.

  2. 짱구라 2017.05.07 21:00 신고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라 시대정신에 부합하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 줄 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그럴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제대로 골라서 다음 정권의 책임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시대정신과 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정의는 유권자들마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지지 후보도 제각각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로 회귀 가능성이 없고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줄 후보중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우선 당선시켜 일보의 전진이라도 이룸으로써 전진의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있다.
    87년 대선에서 보듯 우둔한 후보(YS와 DJ)에 우둔한 유권자(당시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들로 인해 6월항쟁의 전리품을 송두리째 날리는 결과만 초래하고 말았다.
    두 지도자의 책임이 크지만 운동권은 물론 유권자들의 책임 또한 만만치 안ㅎ다.
    과거 소련이나 중국의 경우와 같은 유혈혁명을 꿈꾸기는 힘든 현실이다.우선은 점진적 개혁과 선거혁명을 통할 수 밖에 없다.
    불쌍하다고 한표, 기특하다고 한표... 그렇게 흥청망청 나눠줄 때가 아니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의 후보를 당선시켜 힘을 몰아주되 단단한 감시시스템을 구축혀 제대로 된 개혁과 발전을 요구해야 한다.
    싸움이란 다 끝나봐야 승패를 안다.
    천만 촛불과 탄핵은 싸움의 시작이었을 뿐 끝이 아니다. 못난 대통령 하나 쫓아내려고 시작한 싸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부를 통해 나라다운 나라,희망과 내일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고 아직도 그 시작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기왕 시작한 싸움, 4.19이래 계속 그래 왔듯이 죽쒀서 개주는 짓거릴랑 이제 그만 두고 이기는 싸움의 기원을 열어보자!

간단히 처음으로 취직해서 월급이라는 것을 받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정말 많았다. 어디에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고 계획을 세웠다가 수정했다가 허물기도 했다가. 그런데 지금 월급날이 되면 딱 한 가지 돈이 제대로 통장에 들어왔는가만 확인한다. 어차피 돈을 버는 것도 쓰는 것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기에 일단 돈만 제대로 들어와 있으면 나머지야 어떻게 한다.


시합만 했다 하면 지는 축구팀이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어렵사리 이기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압도적인 실력차만 확인하며 패배를 늘리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어느날 시합을 하는데 그날따라 운이 따르는지 전반에만 4골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과연 선수들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점수차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더 열심히 몰아붙여서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누려보고자 할까? 아니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은 패자에 대한 동정으로 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될까? 그래서 틈을 보이면 다시 역전을 당하기도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이 져왔기 때문이다. 한 번도 속시원하게 이겨본 적이 없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을 때도 그것이 진짜 자신들의 승리인가 의심해야만 했었다. 그만큼 탄핵역풍을 등에 업고 총선을 맞는 열린우리당의 공천이나 공약, 전략등은 형편없는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이나 이후나 김대중과 노무현을 당선시킨 두 번의 대선을 제외하고 그나마 애써 합리화시키면 이겼다고 할만한 승부가 한두번 있었을 뿐 거의 매번 지는 선거의 연속이었다. 그러니까 만일 선거에서 이겻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에 하나 선거에서 이기기라도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망상 뿐이다. 이제 승리가 다가왔으니 승리한 다음을 생각하자. 


벌써 적지 않은 민주당 - 그보다는 야권지지자들이 문재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지자 심상정의 지지로 돌아서는 이유였다. 문재인의 승리가 확실해졌으니 이제는 한국서회에서는 아직 미약한 진보정당에 힘을 실어주자. 진보정당이 제도권에서 한국사회를 보다 건전하게 감시하고 견인할 수 있도록 힘이 될 수 있게 한 표를 보태주자. 아직 이겼다고 발표가 나기도 전이었다. 이기더라도 얼마나 이겼는가 확인하기도 전이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 떡이라고는 먹어본 적 없으니 지레 기대를 부풀리며 떡도 먹기 전에 김칫국부터 한참 들이킨다. 일단은 이기고 나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다. 이겨도 압도적으로 확실하게 이긴 다음에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언제 과거 새누리당이 승리 앞에서 주저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악랄할 정도로 승리 그 하나만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어떤가?


결국 따지고보면 2012년 정권심판의 여론이 우세했던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후보였던 문재인 또한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보수라고 하는 정체성마저 아예 포기한 듯한 박근혜의 공약집과 전혀 자신의 위치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듯한 문재인의 공약들을 비교해 보라. 선거에서 이기고 무엇을 할 것인가만을 생각했지 선거에서 이기는 그 자체만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20016년의 총선에서는 개헌선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인해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하고 집요한 의지를 특히 전대표였던 문재인을 중심으로 민주당 전체가 보여주고 있었다. 절대 져서는 안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리고 이제 지난 정부들의 잘못을 심판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더 큰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겨야 한다. 문재인이 공약한 적폐청산을 위해서도. 박근혜를 처벌하고 그 부역자들을 심판하기 위해서도. 그동안 저질져온 모든 부패와 부정들을 밝혀내기 위해서도. 자신들이 꿈꾼 새로운 나라를 위한 길을 열기 위해서. 지난 대선과는 달리 문재인이 거의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받아들여 캠프를 꾸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그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혁신안을 적용하여 당을 개혁했고 이제는 문재인 자신이 아닌 당의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계파도 이념도 성향도 전부 묻어둔다. 서로 대립하고 적대하던 사이에도 일단은 손부터 잡고 행동을 함께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모아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선거에서 이기고 난 다음에는 일단 그 위에 할 수 있는 일부터 한다. 문재인이 벌써 재작년에 말한 것이 있었다. 섣부르게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하기보다 하나라도 확실하게 이루고 지속가능한 개혁과 집권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노라고. 그런데 정작 지지자들은 당장의 승리에 취해서 나 하나 쯤이야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으니.


물론 정의당 지지자들이야 원래 자신들의 정당이고 후보인 정의당의 대통령후보 심상정을 지지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원래는 문재인을 지지하려 했던 어찌되었거나 야권지지자들일 것이다. 문재인을 지지하고 문재인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만 이미 승리가 확정되었으니 내 표는 다른 곳에 쓰겠다. 승리보다 더 가치있는 일에 쓰일 수 있도록 최대한 보태겠다. 그래서 지지율이 떨어진다. 홍준표는 어느새 바른정당의 국회의원들과도 입을 맞추고 보수권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나마 심상정의 득표율마저 15%로 만들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만일 그 표가 모두 문재인으로부터 나온다면 정권교체는 커녕 자칫 홍준표라고 하는 싹수가 없는 인물에게 앞으로 5년동안 나라살림을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뽑아주고 반대하면 된다. 일단 지지하고 나서 마음과 맞지 않으면 반대하여 저지하면 된다. 그 전에 먼저 뽑아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여소야대 정국에서 의회의 지원 없이도 국민의 지지만으로 확실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까지. 정의당은 민주당과 동반자관계인가. 심상정과 문재인은 같은 정치적 이상과 목표를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인가. 그러니까 선거가 끝나고 여당과 야당으로서 그들은 정치적으로 공조를 함께 할 것인가. 그럴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심상정은 우리편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심상정은 문재인의 표를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끌어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런 심상정에게 문재인의 것이었을 수 있는 한 표를 더하게 된다니. 문재인이 낮은 지지율로 집권 초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승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모른다. 철저하고 완벽한 승리야 말로 내일을 위해 얼마나 간절한가를 알지 못한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길 때 압도적으로 사정따위 봐주지 않고 오로지 이겨야만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이겼으니 됐다. 이쯤 이겼으니 자기와 전혀 상관없다. 선거는 단지 정지작업에 불과하다. 진짜 개혁은, 적폐의 청산은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가려진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정의당 지지자는 정의당을 지지한다.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당을 지지한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는 곳에 중도가 있다. 자칫 자신에게로 오게 될지 모르는 표를 잡는다. 민주당의 승리야 말로 내가 원하는 정치와 가장 가깝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직 이기지 못했다. 이겼어도 끝이 아니다. 이기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이다. 그 절박함을 떠올린다. 아직 시작도 못했다. 벌써 마음을 놓는다.

그러니까 진짜 박근혜와 단절하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했다면 그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차떼기로 한나라당이 궁지로 내몰렸을 때 박근혜의 주도로 천막당사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모습처럼.


최소한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진심으로 그동안 박근혜가 저지른 잘못들을 당사자로서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당분간 차마 국민들을 볼 면목이 없다. 정치적인 이해를 따지지 않고 진심으로 잘못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


그런데 바로 새누리당 뛰쳐나와 바른정당 만들고는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차기 대선을 노리고 벌써부터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과연 누가 그나마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다르게 진심으로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대해 뉘우치고 있구나 여기게 될까? 그저 박근혜로 인해 새누리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당내의 입지도 좋지 않으니 핑계김에 나와 자기들의 이익에 맞는 정당을 차린 것이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지금껏 자기들이 대통령으로 떠받들던 박근혜를 배신하는 모양새만 만들고 말았다.


유승민이 괜히 대중들에 인기없는 것이 아니다. 똑똑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박근혜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정작 박근혜가 잘못된 정책을 펼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자기 국회의원직을 걸고서 한 번 제대로 들이받아 보던가. 자기의 신념이 그렇다면 정치생명 걸고서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관철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기왕에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바른정당을 차렸으면서 보다 중간에 있는 자기에게 우호적일 수 있는 중도층이 아닌 기존의 지지층에 안주하며 그들을 위해 발언하는 모습은 그동안 우호적으로 여겨온 중도층의 실망을 불러오고 어차피 배신자로 여기는 보수층의 환멸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누구도 유승민을 지지하지 않는다.


유시민이 유승민더러 큰기술을 걸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확실하게 박근혜와 단절하거나 아니면 홍준표가 그랬던 것처럼 더 악착같이 박근혜를 부여잡거나.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거나. 무엇이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일 수 있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그저 해오던 대로만 관성으로 하는 정치에 어디 미래가 있고 비전이 보이겠는가.


풍찬노숙하며 진짜 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차기 대선을 아예 포기하고 진짜 나라를 바꿀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처음부터 안철수의 지지를 선언했더라면. 그저 백의종군하며 국민들에 봉사하겠다며 한껏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었어도 지금처럼 지지율이 처참하겠는가.


도련님정치란 내부의 반성만이 아니다. 원래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랬다.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것도 단지 박근혜로 인해 불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서다. 처음부터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는데 희망이든 지지든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이제 자기당 후보를 끌어내리면서까지 자기 살 길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마 자유한국당 남은 인간들은 줏대라도 있다. 저런 놈들이 대한민국의 입법부를 이루는 국회의원들이었다. 참 쉽게 정치들 해왔었다. 유권자가 불쌍하다.

요즘 심상정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들 사이에 논란이 한창이다. 늘 보아오던 것이므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사 만에 하나 상황이 고약하게 꼬여서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문재인이 못나서 그런 것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할 것은 못된다. 전교조도 아니고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는데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설마 나를 죽일까? 가족도 없으니 후손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사실은 원래 처음부터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념도 정책도 성향도 지향도 다른 정당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비롯해서 진보정당에 표를 주면서도 정작 그들의 정책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이유다. 단지 민주당이 싫어서 표를 주었을 뿐 진보정당을 지지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지자도 아니면서 남의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 지향 등에 대해 일일이 관여하고 간섭할 이유는 없다. 정의당 지지자들도 싫을 것 아닌가. 원래 정의당은 이런 정당인데 생뚱맞은 놈이 와서는 고작 한 표 더해주었다고 이러니저러니 따져묻고 바꾸라 강요하면 어이없는 것이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근사치의 정당이 있으면 그 정당의 지지자가 되어 그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참여하고 힘을 보태기도 하는 것이다. 원래 처음부터 너무 다른 정당인데 나 하나 요구한다고 나때문에 그 정당이 바뀌어야만 하는 것인가.


바로 여기에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정의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을 위해 투표해야 한다. 반드시 정의당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정의당을 통해서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옳은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로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투표해야만 한다. 민주당의 승리가 자신이 바라는 정치와 가장 가까운 근사치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의당도 민주당도 아닌 지지자들이 문제다. 정의당을 지지하면서 마음은 민주당으로 향해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생각은 정의당에 가 있다. 그러니 서로의 정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마치 자기 정당인 것처럼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정의당 지지자의 표가 원래 문재인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정의당을 지지하고 심상정을 지지해서 그쪽에 표를 주겠다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서서 무어라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마찬가지다. 원래 민주당 지지자다. 그런데 나도 그렇지만 자유주의자 특유의 어떤 중립과 정의에 대한 강박이 상관없는 진보정당의 성장에까지 기여하고 싶은 막연한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민주당은 이만하면 되었으니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아직 세력이 미미한 진보정당에 힘을 보태주어야겠다. 민주당이 지금 이모양 이꼴이니 그 대안으로 진보정당이 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한 표 보태주어야겠다. 그런데 과연 민주당과 정의당이 그렇게 한묶음으로 여겨도 좋은 유사한 정당인가? 민주당 지지자로서 정의당에 표를 주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지향을 배반하지 않는 올바른 선택일 수 있는 것일까? 정의당지지자들이 민주당에 표를 주는 것이 보수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전략적인 것이라면 민주당 지지자의 정의당 지지는 어떤 정치적 당위를 가지는가? 그러니까 말하지 않는가. 민주당과 정의당은 서로 다르다고.


이를테면 민주당이 비정규직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축소와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연히 자유한국당은 반대입장일 테고, 정의당 역시 바로 비정규직의 채용을 제한하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민주당의 법안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정의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방향은 다르지만 민주당의 법안을 반대한다는 공통점을 갖는 자유한국당과 연대하는 편이 가장 확실할 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법안을 좌절시키고 자신들의 법안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통과되어서는 안되는 악법을 막는 것. 지난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이 한결같이 보여온 모습이었다. 적의 적은 동지이고 목적이 일치하는 동안에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 문재인의 집권을 막기 위해 한겨레와 경향이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입장을 같이하는 - 그보다는 아예 받아쓰기를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정의당 지지자야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자신이 바라는 정치가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근사치의 모습이라는 것인가.


당장 이번 대선에서만도 심상정은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심지어 상당히 비열하다고 할만한 수단까지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민주당의 후보 문재인을 흠집내려 시도하고 있었다. 문재인에게 불리한 질문을 던지고는 대답도 제대로 듣지 않고 말을 끊거나 일방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정책을 강요하는 모습 등이 그런 것이다. 왜냐면 서로 대표하는 정당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가 대변하는 지지층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후보인 심상정에게는 정의당과 지지자들의 목적이 항상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설사 문재인이 떨어지고 홍준표가 당선되는 한이 있더라도 어차피 자신들이 바라는 정치가 이루어질 것이 아니면 누가 되든 상관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 정치를 하는 것이고, 내가 바라는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를 통해 지지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화내봐야 소용없다. 심상정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의당이 정권을 잡지 못한다면 극단적으로 홍준표든 문재인이든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그렇게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정권교체는 이루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그래서 단단히 각오해야만 한다.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정의당은 자유한국당과 함께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야당의 입장이 된다. 야당으로서 필요하다면 정부를 저지하고 압박하기 위해 같은 야당인 자유한국당과도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한겨레가 이제와서 심상정의 지지율 15%를 떠들고 다니는 이유가 그것이다. 심상정이 문재인의 지지를 빼앗아와서 15%가 넘는 표를 얻게 되면 잘하면 문재인의 집권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지 모른다. 아니더라도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라면 국정운영에 있어 문재인의 차기정부부는 처음부터 동력을 가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민주당이 망해야 국민의당이 산다. 민주당이 망해야 정의당이 산다. 민주당이 망해야 진보진영이 산다. 그동안 민주당이 엉망이 되며 어쩔 수 없이 피난하듯 진보진영을 기웃거리던 다수의 지지자들을 그들은 기억한다.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이 다시 정권을 잡겠지만 친문이 몰락하고 민주당이 지리멸렬한 만큼 자신들의 지분은 커지게 된다. 철저히 정당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리고 지난 참여정부에서 이미 경험한 사실들이다.


그만큼 서로 입장도 이해도 다른데 그저 막연한 이유로 다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따라서 정치적으로 그다지 옳다고만 볼 수 없다. 각자 지지하는 정당을 통해 이루고픈 것이 있을 텐데도 전혀 다른 정당을 지지하여 그들이 권력을 가지도록 만든다. 원래 정의당 지지자로서 정의당을 통해 이루고픈 정치가 있었을 텐데도 전혀 다른 민주당의 후보를 지지하여 대통령을 만들고 국회의원을 만들어준다. 그런다고 민주당이 정의당 지지자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민주당이 아닌 정의당이라 불려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것들까지 감수해가며 표를 주어야 한다면 그 또한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자가 정의당에 표를 주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고도 장차 선거가 끝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어차피 민주당은 자신들과 다른 정당이니 다른 정책을 펼 것이나. 어차피 정의당은 자신들과 다른 정당이니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적대하기도 할 것이다. 그것까지 감수할 자신이 없다면 무모한 선택은 않는 것이 옳다. 같은 59%라도 누구의 말처럼 51%와 8%는 48%와 11%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무엇이 자기를 위한 선택이 될 것인가. 그 의미를 알고 선택도 해야만 한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이 서로 정체도 모호하게 뒤섞여 있던 두 정당의 지지자들이 결정적으로 갈라서고 독립하게 되는 첫선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정의당 지지자는 정의당으로.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당으로.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의당을, 그리고 민주당은 민주당을. 그동안 이명박근혜를 거치면서 선거연대까지 하고 나니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 지지자의 수가 더 많아서 홍준표가 당선되면 그것도 정치적으로 옳은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자가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의 지지자보다 적었으니 그들이 대통령도 가지게 된다.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니 아직까지 혼란이 가시지 않는다. 매번 선거때마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고 누가 누구를 지지해서는 안되고. 그래봐야 결론도 나지 않고 서로 앙금만 남는 말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선택은 자신이 한다. 책임 역시 자신이 진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오로지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진정 자신이 가장 원하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을 탓하고 남에 휘둘릴 것이 아니다. 나는 과연 진정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추구하는가. 나 자신의 목적과 지향이다. 자신이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것을 선택하고 그 책임을 스스로 진다. 주인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기꺼이 받아들인다.


심상정은 이미 자신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은 별개의 정당이다. 정의당이 가고자 하는 길은 민주당과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에게 와야 할 표가 민주당으로 간다면 그것은 분명 사표다.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과 민주당이 적폐청산과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도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심상정이 더 많은 표를 얻는다고 민주당과 대통령 문재인의 개혁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냥 야당이다. 언제든 민주당의 개혁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정의당 지지자가 아닌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만일 문재인이 더 나은 대안이라나 생각한다면 더욱. 그것이 정의다.

하긴 양당제 아래에서 대선이라고 해봐야 당선유력한 후보는 많아야 셋 정도다. 대개는 둘이고, 거기에 깍두기 몇 더해서 서너명 정도가 유력후보라 불리는 정도였다. 그래도 깍두기들도 어느 정도는 득표력도 있고 대권을 노릴만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아니다.


너무 일찍 문재인의 대세가 확정되어 버렸다. 덕분에 반문을 기치로 거세게 따라잡은 안철수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탄핵의 여파로 보수진영 자체가 박살나다시피 하면서 기껏 자유한국당에서 후보라고 내세운 인물이 대중성에서 바닥을 기는 홍준표 정도였다. 그나마 보수유권자들로부터 버림받은 바른정당의 유승민은 이후 자신의 정치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문재인의 집권을 막을 대안이 보이지 않았기에 안철수에게 결집한 표가 그나마 양강구도를 만들며 선거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심상정에게도 대선은 아직 먼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문재인과 안철수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아예 당선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껏 저 하고싶은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또 각 후보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홍준표는 기왕에 대중성이 부족한 약점을 고려해서 굳이 중도를 잡으려 하기보다 기존의 보수층에 올인하고 있었다. 보수만 잡아도 최소한 선거비보전은 받는 15%를 넘길 수 있고 일단 지금과 같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15%만 넘겨도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 내에서 주도권을 쥐는데는 문제가 없다. 유승민은 그런 홍준표와 보수내에서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사실 그것이 문제였다. 유승민에 대한 소극적 지지층은 보다 왼쪽의 리버럴에 포진해 있는데 정작 유승민이 선택한 전장은 보다 오른쪽인 홍준표와의 사이에 있는 보수유권자였다. 바른정당은 보수유권자들이 보기에도 단지 기회주의자이고 배신자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가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면 대통령으로서 과연 자격이 있을까? 


심상정도 덕분에 아주 시원하게 문재인을 공격하며 마음껏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굳이 역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온건한 중도층의 반발을 꺼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뒤가 없는 말에 속시원해 할 유권자들만을 노리고 그들의 지지를 받으려 한다. 그나마 말에 조심하며 중도층에 신경을 쓰는 것은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 정도인데, 그 가운데서도 이미 40%라는 안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한 문재인과 함께 더이상의 실책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미래를 외치는 안철수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원래 미래를 말하려면 심상정처럼 과감하게 뒤를 보지 말고 내질렀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중도유권자는 물론 보수와 진보 모두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해야 할 말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바로 정치인 안철수가 가진 실체이며 한계이기도 하다. 바로 입까지 떠서 갖다주어도 못먹으면 어쩔 수 없다.


과연 그동안 보수는 보수 혼자만의 힘으로 40%가 넘는 득표를 얻고 있었는가. 기본이 35%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동안 보수정당들이 잘해왔던 것은 야당과의 사이에 있는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때로 자신들의 이념이나 신념과 전혀 상반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중도층의 표만 끌어올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과거 보수정당들이었다. 공약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보수정당이 지리멸렬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기본적인 표만을 확보하고자 홍준표는 자기에게 불리한 중도층을 아예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아직도 홍준표에게로 가지 않은 안철수의 20%, 그 가운데서도 원래 안철수의 것이었던 10%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홍준표에게로 향할 것이라 여기지 않는 이유다. 이미 자유한국당, 즉 보수유권자 가운데 홍준표에게로 갈 수 있는 표는 모두 갔다. 나머지는 아무리 그래도 홍준표는 아니라는 유권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유승민은 가능성이 없다. 그 뒤에 있는 바른정당마저 대선이 끝나고 남아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보수유권자 가운데 심상정을 선택하는 경우마저 있다. 말이라도 똑부러지게 시원하게 한다. 역시 그다지 책임있는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문재인의 과반을 만드는데 힘을 더하는가.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해서일수도 있고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있어서일수도 있다. 홍준표는 이미 거의 한계고 안철수는 여전히 추락만이 남아 있다. 심상정과 유승민이 더이상 기대할 수 있는 표도 한계가 있다. 덕분에 여전히 남는 것은 문재인의 표가 여기에서 더 늘고 줄고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19대 대통령선거는 문재인의 선거였다. 문재인이 얼마의 표를 얻어 당선될 것인가? 말 것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안철수는 가망이 없고 홍준표도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므로 대선이 끝나고 바로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재인이 얼마나 동력을 가지고 국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 과반이 중요한 이유다. 어떻게 해서든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홍준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홍준표가 얻는 표야 말로 보수가 자신만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 할 수 있다. 거기까지가 한계다.


재미있는 선거다. 하긴 역대 대선에서도 정작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도 없이 무작정 뛰어든 후보들이 최소 몇 명은 되었던 듯하다. 그래도 원하던 것을 얻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후보도 있다. 남는 것은 문재인 하나. 과반이냐? 아니냐? 홍준표는 무시한다. 딱 거기까지다.

사실 지금도 공무원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부문 전체로 놓고 보더라도 인력이 충분치 않다. 그래서 수당 때문이 아니라 진짜 일에 치여서 퇴근도 못하고 밤을 새야 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적지 않다. 하물며 앞으로 더욱 복지를 비롯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려면 더 많은 공공부문의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기왕에 사람들도 있는데 굳이 세금을 들여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사장님들의 생각이다. 있는 사람 쥐어짜서 쓰면 되지 굳이 무엇하러 새로 사람을 고용해 쓰는가.


가끔 보면 이 인간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앞에서는 소방사들의 열악한 여건과 처우를 걱정한다. 소방사들에 대한 보상과 대우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방인력이 부족하다는데 인력의 증원은 세금이 더 들어가니 안된다. 사회복지사도 인력이 태부족이라 현업에 있는 대부분이 과중한 격무에 시달리는데도,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공무원을 더 늘려서는 안된다. 사회복지사만일까? 경찰도 필요하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더 많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의 감시와 관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서 오히려 사람이 부족해서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면 이렇게 일에 치여 사생활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 심지어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당연하게 수당이 아닌 월급만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수당은 다른 사람의 임금으로 대체하여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기존에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모두가 또한 양보해야 할 부분이다. 그만큼 더 많은 필요한 인력을 고용함으로써 개인의 업무늘 줄이고 공공의 고용은 늘려 전체적인 실업자의 수도 줄인다. 이른바 일자리나누기다. 공공부문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수입도 줄겠지만 대신 여가가 늘어난다.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사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과제다. 일을 줄이면 고용이 늘고 개인의 삶에서 여유도 늘어난다.


헬조선이라면서도 그러나 공무원이니까. 헬조선이라며 욕하면서도 정작 공무원에게 주는 급여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나가니까. 그러니까 있는 공무원이나 굴리라. 공무원 노는 꼴 두고 보지 못하겠으니 악착같이 쥐어짜라. 그러므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도 세금을 쓰는 추가고용은 없다. 문재인의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반대의 논리들이다. 당장 이미 비대해진 대한민국에서 공공부문의 인력수요가 이렇게 많은데도, 그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다가 건강은 물론 심지어 목숨마저 잃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도, 그러나 그들을 위해 내 돈을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래서 사장들이 추가로 사람을 쓰지 않고 없는 일까지 만들어가며 직원들을 밤새우게 하고 휴일에도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가? 분명한 것은 이것이 바로 이 사회의 표준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하찮게 여긴다. 사람을 가치없게 여긴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한다. 자신이 공무원이 아니니까. 철밥통이라며 질시하고 그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결정은 반대한다. 어디선가는 바로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들이 그런 식으로 결정된다. 문재인이 유승민에게 역공했다. 그래서 더 사람을 쓰지 않겠다는 거냐고. 들어가는 재원은 구체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방향에 대한 것이다. 그나마 제대로 임금도 주지 못하고 정해진 업무시간도 지키지 못할 것이면 사업을 그만두라. 고작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인력인데도 돈아까워서 쓰지 못할 거면 나라 역시 때려치라.


할 줄 아는 말이 민간기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만들게 하겠다. 단순히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여러 공공부문에서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그래서 더 비대해지고, 그로 인해 수요가 늘었음에도, 그러나 작은 정부를 추진한다며 정작 필요한 인력과 예산은 손놓고 방치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은 문재인의 복지공약과 함께가는 것이다. 여러 사회공약과도 함께 간다.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그만큼 노동력의 수요도 생긴다. 돈만 아낀다. 사람만 굴려 쓴다. 헬조선이 멀리 있지 않다. 그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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