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어느 소갈비집에서 미국산 갈비만 쓴다고 광고했는데 알고 보니 호주산 갈비가 섞여 있었다. 그런데 갈비집 주인은 수입업자에게 미국산 소갈비라고 납품받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소의 품종도 같도 기르는 방식도 같고 고기의 겉모습도 같다면 가게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방송에서 어떤 패널은 눈으로만 봐도 석탄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알 수 있다 말하기도 한 모양이다. 해당 광물을 첨단장비로 정밀조사하지 않는 이상 그것이 어디서 생산되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소처럼 품종이 갈리는 것도 아니고 기르는 환경이나 방식에 따라 맛과 품질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철은 어디서 나든 철이다. 은 역시 어디서 나든 은이다. 단지 광물의 순도나 그로부터 필요한 원소를 분리하는데 드는 비용에서 차이가 드러날 뿐이다. 당장 석탄을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면 그것이 어디사 난 것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한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반중이라 의심되는 선박이나 회사를 걸러내는 방법은 의외로 복잡하지만 간단하다. 해당 선박의 그동안 항해기록을 보면 된다. 그러니까 북한을 거쳐 왔는가. 북한을 기항했다가 왔는가. 그런 것은 거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러면 선적화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역시 이력추적을 하면 알 수 있지만 이 또한 거의 서류를 통해 확인된다. 그리고 대부분 기업들에게 그 이력까지 일일이 추적해서 알아내야 할 의무같은 것은 없다. 한국이 한 해 수입하는 석탄 물량만 억 단위가 넘어가는데 그 가운데 고작 1만 톤 정도의 수입물량을 잡자고 매번 선탁을 수입할 때마다 원산지가 어딘가 일일이 추적해야만 하는 것인가. 업자가 러시아산이라 넘겼다면 러시아산으로 여기고 받아서 쓰면 그 뿐인 것이다. 수입측에 책임을 물으려면 처음부터 북한산 석탄을 명시해서 선적하도록 요구한 정황이나 증거가 밝혀졌을 경우 뿐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여전히 한국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을 제재하는데 있어서도 북한의 뱃길을 틀어막고 있는 한국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국가가 된 한국정부와 자칫 이 문제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정부가 의도해서 노골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하려 그리한 것도 아니고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라고도 말할 수 없는 오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마저도 아직은 명확한 근거도 없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설사 사실이더라도 굳이 한국정부에 책임을 묻기보다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좋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이고 야당들인 것인지. 그래서 한국 기업이 제재를 위반했고 한국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심지어 어느 언론은 그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제재받을 경우의 피해를 우려하는 기사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기정사실화한다. 그래서 문제가 된 러시아 선박에 실린 석탄들이 모두 북한산이고 선박 역시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때로 사실이어도 아닌 척 넘어가고 국익을 위해서 확실한 일도 아니라고 우겨야 하는 때가 있다. 과연 저들이 국익이라는 것을 생각하기는 하는 것인지.


어차피 북한과 관련해서 정밀하게 추적하는 정보기관이 아닌 이상에는 정부기관이라 해서 매번 모든 사안에서 북한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시나 국제무역은 서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서류상 하자가 없다면 하자가 없는 것이다. 혹시라도 의심할만한 부분이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더이상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러시아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함부로 무시해도 좋은 나라인 것도 아니다. 자칫 국제적인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마저 있다.


북한이라면 이성이 마비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노리고 양심을 마비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하긴 처음부터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는가 의문이기는 하다. 언제부터 그렇게 국가와 국민을, 나라의 이익을 그리 생각했다고. 지금 이 순간도 미국의 제재로 정부가, 아니 국가와 국민이 불이익받고 고통받는 것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한 해 수입물량만 억 단위를 넘어간다. 지금 북한과 거래한 당사자로 지목된 기업도 한 해 수천만톤의 석탄을 수입하고 있다. 북한도 그 만큼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단위부터 다르다. 한 몇 백만 톤 수입하고 문제가 된 줄 알았다. 크게 키울 일이 아니다. 아주 고약하다.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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