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 정당에서 대선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려면 적어도 자기 이름을 내걸고 후보 한둘쯤 당선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당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이 후보자의 도움을 기대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 모습이나, 그동안 박근혜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며 보수정당의 승리를 이끌었던 것이 그런 대표적인 예다. 자기 이름만으로 그만한 지지와 득표를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그렇게 자기 이름을 빌어 당선이 된 정치인은 그에게 정치적으로 빚을 진 그의 사람이 된다. 완전한 자기 사람이라 하기는 어렵더라도 여러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신의 편에 서기 쉬울 것이다. 그렇게 자기 사람을 만들고 세력을 넓혀간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박원순은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기 선거운동은 뒤로 하고 구청장 후보들 지원에 앞장서고 있었다. 각각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들이 곧 정당의 풀뿌리조직을 이룬다. 정차 대선후보 경선이라도 치르면 이들은 곧 박원순의 편에서 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모두가 아니더라도 그런 식으로 자기가 시장으로 있는 서울에서 자기 기반을 넓혀간다. 그런데 이재명은 어떠했는가.


선거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쏟아진 검증의혹들이 남긴 가장 큰 상처일 것이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방어하기 급급하느라 다른 시장이나 군수의 선거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가 일파만파 커져가자 당에서 지도부까지 지원에 나서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이재명을 지지하느라 오히려 지지자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들어야 했던 당내 정치인들에게 거꾸로 빚을 진 상황이 되었다. 물론 이재명은 그런 부채따위 깔끔하게 잊을 것이다. 그러나 정산을 제대로 안하고 사람의 마음을 잡는 방법이란 어디에도 없다. 갚지 않으니까 부채다. 그리고 부채는 어느 순간 결정적일 때 어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무튼 경기도라는 가장 큰 지자체의 장이 되었으면서도 정작 실속은 크게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바로 문빠들과 바른미래당이 만든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철저히 이재명을 궁지로 내몰았다. 아예 낙마시키지는 못해도 옴짝달싹 못하게 완전히 옭아맨 채 고립시키고 있었다. 최소한 대선후보에 도전하려면 경기도당은 이재명의 편에 서야만 한다. 그런데 전혀 이재명에 신세진 바 없는 경기도당이 그렇게 바란다고 움직여주기나 할 것인가.


한 마디로 대선후보로서 급을 보여준 선거였다 할 수 있다. 박원순은 자기 이름으로 여러 후보들을 당선시켰다. 가장 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적극적인 지원유세에 나섰던 영향도 아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부겸 역시 험지인 대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일구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었다. 김경수는 그런 점에서 경남이라는 최고 격전지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재명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지만 그 승리에 이재명의 몫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겠다.


아마 다음 대선을 노리려 한다면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경기도지사로서 도정에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함은 물론 이번 선거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각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 풀뿌리 조직을 자기의 편으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인 노력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마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몇 걸음이나 늦다. 뼈아플 것이다. 그것이 이재명이란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지지자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당연한 상식을 무시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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