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면 누구에게 더 좋은가. 거꾸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다면 누구에게 더 좋을 것인가. 그래서 당이 중요하다. 현정부의 성공을 계승하는 것은 여당일 것이고, 현정부의 실패를 기회삼는 것은 야당일 것이다. 당연히 여당이라면 현정부의 성공을 어떻게든 도울 수 있기를 바랄 것이고, 야당이라면 현정부가 실패하도록 기회를 노리려 할 것이다. 상수다. 아무리 당내에서 서로 적대하며 싸우더라도 정부의 실패는 곧 여당의 실패로 이어진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여당이 실패해야 야당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


남경필도 괜찮겠다는 사람마저 있다. 이재명이 너무 싫어서 심지어 다른 정당의 후보인 남경필에 투표하겠다는 사람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다른 곳도 아닌 경기도다. 문재인 정부의 구상대로 남북경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강원도와 더불어 가장 중심에 서게 될 지역이 바로 경기도일 것이다. 물론 대놓고 훼방은 놓지 않겠지만 보이지 않게 발목잡고 훼방놓는 것이야 지자체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그것은 곧 야당에 기회가 된다. 그런 기회를 만든 자기당 도지사에 대한 당원이나 지지자의 생각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이재명을 떨어뜨려야 한다. 이재명을 떨어뜨려야 하니 차라리 남경필을 당선시키는 것이 낫다. 심지어 자기당 후보를 위해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당대표와 소속 국회의원마저 비난하고 있다. 아니 같은 민주당 소속인데 자기당 후보를 위해 나서는 것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저러고서도 스스로는 문재인 지지자라 말한다. 문재인을 지지해서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리겠다. 문재인을 지지해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당선시키겠다. 문재인을 지지해서 문재인도 속해 있든 민주당 대표 추미애마저 몰아내야겠다. 문재인이 영입한 표창원마저 이재명을 위해 한 마디 했으니 아예 찍어눌러야겠다. 문재인이 대통령이다. 지지자가 대통령인 것이 아니다. 당원이 주인이라고 당을 마음대로 해도 좋은 것도 아니다. 문재인 한 사람 대통령이 되었다고 지지자들이 마치 뭐라도 된 양 당의 위에서 놀려 한다. 민주당이 문재인 지지자만을 위한 정당인가. 오로지 문재인만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러면 차라리 분당을 하라. 문재인을 위해서 정작 문재인이 소속된 여당 민주당에 해당행위를 하겠다.


이재명 개인이 가진 흠결이나 약점은 자신이 책임지고 안고 갈 문제인 것이다. 그것을 경선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당원과 지지자들이 당과 함께 안고 가야 할 사안인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가 당과 별개가 아니다. 그렇게 문제가 심각했으면 지난 경선과정에서 보다 널리 알려서 이재명을 떨어뜨렸어야 했다. 그때는 무얼하고 이제와서 이미 결정된 이재명을 사퇴시키라 마라 지방선거 후보에 대해서까지 관여하려 하는가. 갑질이 다른 게 갑질이 아니다. 손님은 왕이라고 당원이 진짜 주인이라 생각한다. 한 줌도 안되는 자기들이 주인이라 생각한다. 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그들이 과연 진짜 민주당의 주인인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당이 결정한 후보이니 결과야 어떻게 나오는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것이 진짜 민주당의 주인된 자세인가.


이래서 안철수가 그리 바람을 일으켰던 것이다. 한 방에 바꿔야 했으니까. 중간과정 없이 한 번에 모든 것을 뒤집어 엎어야 했으니까. 수십년에 이르는 민주당의 역사가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정파와 계파가 민주당 안에서 생겨났다. 다양한 사람들이 민주당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들기도 했었다. 만일 그들 가운데 진짜 틀렸고 문제가 된다 여겨지는 이들이 있으면 정당한 경쟁과정을 통해 도태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그런 과정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원중심의 상향식 공천은 공천과정에서도 나눠먹기가 아닌 당원에 의한 옥석구분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면 그런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고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경기도지사 후보경선에서 어떤 부정이 자격이 안되는 이재명을 후보로까지 만들고 있었는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여당인 민주당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그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유한국당의 남경필이라도 상관없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남북평화무드를 부정하는 정당의 후보가 차라리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니까 말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한다 말하지 말거나, 아니면 아예 당을 따로 차려 나가거나. 그나마 이재명은 민주당에 당적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다음 대권을 노리려 해도 현정부의 성공을 도울 수밖에 없다. 아니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심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남경필도 그럴 수 있는가. 남경필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가 아닌 자유한국당 당원과 지지자들이다. 그런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이재명 개인에 대한 증오로 판단력을 잃고 있다.


중요한 시기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경기도일 터다. 경의선이 이어진다. 파주에 남북경협을 위한 대규모 공단이 들어선다. 남북경제교류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지역의 장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보다 원활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차기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 그래서 산수다. 이재명에 대한 감정은 다음 기회에 또다시 경선할 일이 있으면 그때 지지자의 이름으로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경선은 끝났고 후보는 선출되었다. 당대표가 자기당의 후보조차 지지하지 못한다. 꼴같잖은 것이다.




아, 이렇게 써놓으니 그리 시비거는 인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듣보잡 블로그라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너 손가혁이지!"


니미럴. 그래서 내가 노빠 문빠들 싫어하는 것이다. 자기들 말고는 모두가 적이다. 자기들 말고는 노무현을 지지해서도 안되고 문재인을 지지해서도 안된다. 자기들만 진짜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다. 하긴 그러니 빠라 불리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해도 문재인의 대통령 임기는 앞으로 4년 뒤면 끝난다. 개인이 아닌 정당을 본다. 이념과 지향, 정책을 본다. 무엇보다 정당정치의 원리와 원칙을 생각한다. 상식이란 것이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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