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몇 년 전까지 나같은 경우 택배를 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골라서 사는 것을 더 선호했었다. 간단한 계산으로 차비가 택배비보다 더 쌌거든. 택배비조차 아껴보겠다고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내가 직접 나가서 사는 것보다 택배로 주문하는 쪽이 더 싸서 그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부려서 시키는 것이 더 싼 것이 과연 정상인가.


몇 번이나 말했던 사람의 가치다. 사람의 노동력이 가지는 가치다. 내가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부려서 쓰는 비용이다.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이란 그래서 인간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과연 노동자들에게 그만한 임금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 노동자가 가진 노동력에 그만한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가.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란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설사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도, 심지어 사고로 수백의 사람이 죽어나가도 들어갈 비용만을 말하며 눈썹 하나 깜짝 않는 사람들이 현실에 적지 않다. 그런데 고작 그런 노동자들을 위해 그만한 임금을 지불해야 하고 그를 위해 내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솔직히 이런 글 쓰면서도 만일 택배비가 더 오르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고는 한다. 그러면 내가 직접 나가서 장도 보고 물건도 다르고 해야 한다. 보통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날까지 추우면 차라리 배달시키지 말고 그냥 굶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까 그런 수고를 대신해 주는데 지금 내가 치르는 비용이 정당한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청소지만 누구나 하기 싫은 청소이기도 하다. 이런 추운 날 주차관리를 하고 건물 경비를 하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뙤약볕에 나가서 일하려 하면 하루만에 온몸의 살이 벗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신해서 맡기는 것이다. 누구나 하기 싫은, 혹은 번거롭고, 혹은 귀찮고, 혹은 수고가 드는 일을 대신 시키면서 그만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물가가 오른다고 뭐라 하지만 물가야 언제나 다른 이유로도 언제나 오르고 있었다. 택배비만 해도 벌써 몇 년 째 제자리다. 물류센터에서 뼈빠지게 물건 날라도 최저임금 이상은 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최저임금 올랐다고 당장 물가가 올라야 할 정도로 대부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장 다른 이유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욕하면서 최저임금을 이유로 물가를 올리는 것은 오히려 이해하며 최저임금만을 탓한다. 최저임금만 아니었으면 오르지 않아도 되었을 물가니 물가를 올린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노동력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 단적으로 알게 해주는 주장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작년 임금보다 더 높아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이 아니다. 노동자들이다. 자신들도 돈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런 노동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을 사람들이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희생을 그토록 안타까워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에 대해서만큼은 올려서 안된다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임금보다 자신이 지불해야 할 비용에 더 관심을 가진다. 양보하는 것도 희생하는 것도 결국 노동자다. 입맛이 쓴 요즘이다. 택배비는 그래서 안 오를 것 같지만.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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