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종이신문을 읽어야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 신문이나 볼 수 없으니 그래도 가깝다고 한겨레나 경향을 찾아읽게 된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이 새끼들 진짜 악랄하구나!"


이를테면 보수언론의 경우 자신들이 기대하는 정책이 있으면 그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것을 추진하는 정부나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전략을 취한다. 당연하다. 힘이 있어야 무어라도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도 힘이 없으면 결국 저항을 못이기고 중간에 좌초되고 만다. 세상에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란 없는 이상 반대를 딛고 설득하며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수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언론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도 언론들이 공공연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지면을 통해 타매체와 논쟁하는 것을 결코 꺼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같은 논쟁을 통해 시민들은 더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다. 결국은 누가 더 설득력있는 타당한 논거와 주장을 전개하는가에 따라 여론이 움직이고 실제 정책들도 힘을 얻고 탄력을 받는다.


그런데 자칭 진보언론들은 아니다. 그러고보면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랬다. 바라는 정책이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그것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일단 의심부터 한다. 비판부터 한다. 그러면서 더 선명하게 타협이나 양보 없이 밀어붙일 것을 주문한다. 당장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서조차 정부를 의심하고 사소한 문제들을 비판하며 힘을 빼놓고서는 자신들이 바라는데로 선명한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능과 변절의 낙인을 찍어 버린다. 그러니까 같은 목표와 지향을 가지고 함께 책임을 공유하며 싸워나가는 것이 아닌 뒤에서 잔소리하며 야단만 치다가 정작 책임은 정부에게 모두 떠넘기는 방식이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당시 노무현 정부의 그나마 개혁정책들이 좌초하고 무능과 부패의 프레임을 씌우는데 앞장섰던 것이 누구인가 떠올려보면 명확해진다.


최저임금을 올리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 남북단일팀을 꾸리라. 남북대화에 나서라. 그러면 그를 위해 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기사를 실어야 하는데 정작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부터 꼬집는다. 정부의 작은 흠까지 찾아내서 정부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고서도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 자위한다. 그럴 거면 긴장관계에 있는 정부에게 특정한 정책을 기대하거나 요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떨어뜨리는데 앞장서고는 정부가 힘을 가지고 자신들이 바라는 정책을 끝까지 일관성있게 추진하기를 바란다. 아예 정체성이나 지향이 달라서 정책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조중동은 어차피 그런 놈들이라 아예 제껴두고 언급도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정책은 동의하면서도 그 흠을 들추지 못해 안달인 언론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엄밀히 나는 자칭 진보언론들이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문제, 남북문제 등에 대한 주장이나 입장에 그다지 지정성이 있다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수단이다. 자신들의 정의를 드러내기 위한.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함을 확인하기 위한. 그를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흠집내기 위한. 그래서 결국 문재인 정부마저 실패하고 다시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으면 그러겠지.


"봐라, 결국 우리가 말한대로 되지 않았는가."


그들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자신들이 바랐던 정책들이 좌절한 데 대한 아쉬움부터 드러냈어야 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바란대로 정책이 추진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느껴졌어야 했을 것이다.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그저 그를 빌미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실패한 정부를 비난하는데 앞장섰을 뿐이었다. 그들이 바란 것은 그들이 주장하던 진보적인 정책인가. 아니면 그런 정책들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당위성인가. 괜히 사람들이 그들을 한경오라 하나로 묶어 조중동과 같이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흥미롭다. 같은 지면 안에 마치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듯한 기사와 함께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한 데 싣고 있다. 오히려 대비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과 함께 그럼에도 전혀 기대에 못미치는 정부의 미흡함이 강조된다. 이런 정부를 믿고 지지할 수 있을까. 그런 정부가 과연 그런 옳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을 일관되게 끝까지 추진하며 지켜낼 수 있을까. 너무 뻔해서 때로 그냥 웃음부터 난다.


진보언론이라는 말도 사치라는 것이다. 진보언론이라면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진보적인 가치가 이 사회에서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비판 이외에 그 진보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스스로 희생해가며 노력한 적이 있었는가. 그 책임을 함께 나누려 한 적이 있었는가. 지난 대선에서 그들이 취한 스탠스는 곧 그들이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 자체였었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런데도 굳이 그들을 진보언론이라 불러주어야 할까.


물론 노무현 정부도 잘한 것 없다. 그보다 열린우리당 그 쓰레기새끼들이 보인 막장짓거리를 떠올리면 자다가도 토하고 싶어진다. 그놈들은 지금 다 어디에 가 있을까? 그럼에도 그들이 어떤 식으로 노무현 정부의 몰락을 부추기고 열린우리당의 막장화에 힘을 실었는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 그런데도 여전히 자기들은 잘났다. 잘했다. 너무 뻔해서 욕하기도 민망해진다. 요즘 한경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뭐라 하는 것조차도 마치 나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여겨진다. 그나마 조중동은 자신들의 당파성에라도 충실하지.


새삼 느끼는 깨달음이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정작 이 사회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허물고 진보적 정책들을 훼방놓아 왔는지. 어떻게 이 사회의 정치적 진보를 퇴보시키고 있었는지. 그런데도 진보언론이란 얼마나 지독한 조롱이고 모욕인가. 언어와 인식에 대한 모독이다. 웃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