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플레이션을 위해서다.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위험수준에 다다른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노동자의 수입이 10% 늘면 부채의 가치는 그만큼 10% 줄어든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띄우겠다고 너무 쉽게 대출을 해줬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믿고 너도나도 대출받아 집을 샀었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늘어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생계형 대출도 있다. 그것이 물견 수천조다. 이것 터지면 일본의 버블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렇다고 시장에 돈을 푸는데 기업에게만 풀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당장 미국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기업들 좋은 일만 시키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은 가계대출로 고민하는 다수가 임금노동자라는 것이다. 또한 다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대부분은 그들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어먹고 있다는 것이다. 월급 20만원 올랐는데 지출도 20만원 늘어났다. 내 이야기다. 상당히 타이트하게 조이며 살고 있었는데 월급 늘어나니까 늘어난 만큼 고스란히 지출로 이어진다. 그러면 그 지출은 누구에게로 가겠는가.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불경기라며 앓는 소리를 한 것도 결국 소비해야 할 대중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정확히 지갑을 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출이 적으니 소비도 적고 소비도 적으니 매출도 적다. 그런데도 건물주들은 임대료만 올려받고 있다. 여기서 노동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과연 얼마이던가.


사실상의 화폐개혁이다. 화폐의 가치를 재조정함으로써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것이다. 가계부채에 묶여 있는 가계의 지출을 풀어 침체된 시장을 살리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상 지금으로서는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더이상 늦추다가는 가계부채라는 폭탄이 터진다. 가계부채에 묶여 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동안 경제의 활력도 사라진다.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했던 것인데 이제와서 안면을 몰수하고 있다. 기업만 잘 살면 된다. 사용자만 잘 살면 된다. 그런 언론과 정치인들에 선동되고 있다. 사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데.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면 세계의 정책이 바뀌게 된다. 위험한 한 걸음이다. 하지만 필요한 한 걸음이기도 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딛어야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