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되었나?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에서 강마에는 이런 말을 했었다.


"하루를 쉬면 내가 할고, 이틀을 쉬면 남이 알고, 사흘을 쉬면 지나가는 개가 안다."


해방되고 한반도가 온통 혼란에 빠졌던 이유는 결국 한 가지다. 무려 36년 동안, 아니 일본에 병탄되기 전에도 상당기간 한국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국가단위를 운영해보지 못한 상태였었다. 책임을 지고 국정을 운영해 본 사람이 거의 없었고 당연히 믿고 맡길만한 신뢰와 권위를 가진 사람도 없다시피 했었다. 독립운동가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지 국가단위를 운영해 본 경험자들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친일파들의 등용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이기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사법부든 행정부든 말단 지방관청이든 뭐라도 해 본 사람이 있어야 맡기든 할 것 아니겠는가.


최소 5년이다. 2012년 파업이 실패하고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이 좌천되며 MBC가 저들에게 완전히 장악되고 무려 5년 동안 MBC는 사실상 언론으로서 공백상태에 있었다. 언론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취재도 한 번 해 본 적 없었고 어떤 식으로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가 고민한 적도 없었다. 그냥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받아쓰고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것이 전부였었다. 경험있는 기자와 아나운서들도 대부분 현장을 떠났고 대신해서 현장을 채운 것은 단순히 그 빈자리나 채우려 고용한 경력직과 이념적인 이유로 채용한 신입들이 전부였었다. 오죽하면 MBC내부에서도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었겠는가. 제대로 탐사보도를 할 수 있는 인력이 MBC에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원래 있던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인력들은 너무 오래 현장을 떠나 있었고, 그동안 현장에 남아 있던 인력들은 제대로 된 경험과 실력을 쌓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파업에 성공하고 사장이 바뀌고 사람들만 일부 제자리로 돌려놓은 상태다. 왜 일부라 하느냐면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아예 MBC를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그러잔다고 이전의 MBC가 보여준 것과 같은 제대로 된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사흘만 연습을 그만두면 지나가는 개가 안다는데 과연 방송이라는 것이 5년이라는 시간을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터다.


사장 하나 바뀌었다고 끝날 일이 아닌 것이다. 사장이 바뀌었어도 결국 보도를 책임지는 것은 일선 기자와 아나운서들이다. 과연 지금 일선에 있는 기자와 아나운서들이 제대로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할 능력과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 점검하고 정비해야만 했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교육하고 훈련시켰어야 했다. 명분은 충분하다. 그동안 MBC가 너무 망가져서 바로 뉴스를 내보내기에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 더 완벽하게 준비를 갖춘 다음 제대로 MBC다운 뉴스를 내보내겠다. 하지만 무엇이 그리 급했던 것일까. 결국 빠른 뉴스보도는 이렇게 문제를 만들고 만다.


몇 차례 터무니없는 오보가 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응마저 너무 서툴렀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중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 파업이 끝나고 겨우 생겨나려던 기대마저 허물고 마는 엉터리 뉴스에 대응이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심지어 인터뷰조작까지 하고 있었다. 뻔히 드러난 이름과 얼굴을 가지고 마치 아닌 것처럼 평범한 시민으로 위장해 자신들이 의도한 인터뷰를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원래 MBC가 하던 방식이라면 내가 MBC를 오해했던 것이고, 아니라면 여전히 MBC는 내부정비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책임은 MBC가 져야만 한다.


기다리고 있다. 과연 지금 MBC의 뉴스를 믿고 봐도 괜찮은 것일까? MBC의 뉴스를 전처럼 믿고 봐도 괜찮은 것일까? 한 한 달은 내부정비에 쏟았어야 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럴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엉터리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은가. 이런 꼴 보자고 지난 몇 달 MBC정상화를 위한 파업을 지지했던 것이 아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커진다. 믿었던 만큼 분노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분명 MBC는 약속했었다. 노조원들은 시민들과 약속한 바 있었다. 무엇을 위한 파업이고 투쟁이었던가? 그러나 5년의 시간 만큼 유예는 둔다.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부디 더이상 실망케 하지 않기를.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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