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른바 야동을 보는 사람 가운데 포르노업계의 어두운 그늘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모르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모를 수가 없다. 당장 포르노에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해 인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묻는다면 답은 금방 나온다. 물론 스스로 직업으로써 포르노배우를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을 테지만 다른 이유로 처음 업계에 발을 딛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야동을 많이 더 열심히 볼수록 자연스럽게 자신의 귀에 들어오게 된다. 그럴 때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바로 옆나라 일본의 이야기다. 스카우터에게, 혹은 소속사에게 속아서 잘못 계약을 맺은 탓에 포르노에 출연해야만 했던 여배우들의 이야기가 간간이 미디어를 통해 들려온다. 때로 사기로, 때로 유인과 약취로, 때로 협박으로,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포르노에 출연하고 그로 인해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고 고통속에 살아가야 하는, 심지어 아예 삶을 포기하고 마는 불행한 경우마저 적잖이 듣게 된다. 그런 때 가장 먼저 들려오는 대답은 다름아닌,


"품번은?"


당사자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고 어떤 고통속에 살아가든 상관없이 자신은 그런 이슈마저 자신을 위한 더 큰 자극으로 여기려 한다. 그나마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경우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염치나 연민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조차도 결국에 그런 사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포르노산업을 위축시킬까 걱정되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업계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배우들이 그런 피해자인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의 사례이고 그러므로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포르노합법화에 반대하는 이유다. 인간이 아니다. 그냥 대상이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위한 도구이고 수단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 인간인 포르노배우들이 어떤 일들을 겪고 그로 인해 어떤 상처를 입고 고통을 당하는가는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설사 어떻게든 들어 알게 되었어도 인간으로서의 존중이나 연민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망을 지키고 더 극단적으로 누릴 것인가 하는 고민만을 보일 뿐. 그리고 그것이 여전히 포르노산업에서 알게모르게 범죄와 불법들이 저질러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포르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성매매에서 매매자가 아닌 매수자만을 처벌할까? 물론 성매매 역시 매매자 자신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성매매가 범죄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매매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나 억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 또한 현실에서 결코 적지 않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까지 범죄집단으로 하여금 성매매에 집착하도록 만드는가? 그래도 상관없다 여기는 매수자들의 존재인 것이다. 전에도 썼던 고래고기나 개고기 문제와 유사하다. 아예 처음부터 금지했다면 고래의 밀렵도, 개도둑도, 마찬가지로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나 사기, 협박, 감금 등의 범죄도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란 것이다. 당연히 그래서 매매여성은 처벌하지 않아도 알선하고 대가를 챙긴 포주들은 엄격하게 처벌한다. 반면 성매매여성들은 그 자발성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판단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처벌에서 예외시킨다. 성매매의 비범죄화다.


비슷한 사례로 아동포르노가 있다. 아동포르노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단순히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격하게 처벌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유가 있으므로 생산과 유통이 있다. 아동포르노 제작자를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과 함께 아동포르노의 수요자들 역시 철저하게 처벌하여 시장 자체를 없애 버린다. 그렇다고 포르노 소비자들을 모두 법으로 처벌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아예 포르노 자체가 불법이라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들은 불법이라는 족쇄 정도는 채울 수 있다. 그만한 부담을 지면서까지 제작할만한 이익이 있는가 스스로 따져 묻게 된다. 역시 그렇더라도 포르노를 보는 수요자가 없다면 그같은 범죄들은 그나마 줄어들게 된다.


사실 한국이라고 아예 포르노의 불모지는 아니었다. 80년대 한국산 포르노가 세계에서 꽤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제작방식은 모두가 예상하는 그대로였다. 납치와 인신매매, 그리고 폭력, 강간, 바로 청계천 상가에서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성인방송이 유행했을 때도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꽤 있었다.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은 그런 기억이 없는 젊은 세대들인지 모른다. 포르노가 얼마나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를. 그래서 묻는 것이다. 그토록 포르노를 예찬하는 자신은 포르노배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매매합법화를 주장하는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성매매가 당당하고 옳은 것이라면 성매매 여성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차피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하지도 못하고 멸시하고 차별할 것이라면 그런 대상을 만들어내는 일을 처음부터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믿고 인간이기에 존중해야 함을 안다면 그에 반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성매매여성을 멸시하면서 정작 그런 성매매여성을 만드는 성매매는 합법화시키려 한다. 포르노배우를 동등한 인격으로 대우하지 못할 것이면서 그런 배우들을 만들어내는 포르노를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합법화하려 한다. 모순이다. 원래 인간이 모순된 존재이기는 하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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