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은 없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혼자 튀면 반드시 저항과 맞닥뜨린다. 똑똑해서 오히려 실패하는 이유다. 세상이 너무 바보같아서 혼자서 너무 많은 짐을 지려 하니 결국에 모두의 적이 되고 만다.


물론 안철수 역시 독불장군이 될 생각은 없다. 모난 돌이 될 생각도 없다. 그래서 국민의당이 자신의 뜻과 전혀 상관없이 움직여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국민의당을 따라가고, 국민의당이 연합한 다른 정당의 정치인들과도 연합하려 한다. 문제는 그것이 진짜 대세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의 대선정국을 만든 것은 거의가 박근혜의 탄핵을 위해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거리로 나선 다수의 시민들이다. 반드시 대통령으로서 자격을 잃은 박근혜를 탄핵하고 그동안 쌓인 모든 적폐들을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강한 열망이었다. 먼저 잘못을 저지른 박근혜를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룬 다음에 개헌을 하든 뭐를 하든 하자. 그런데 바로 탄핵인용의 기로에 선 시점에, 박근혜의 부정과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의 연장이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 탄핵도 정권교체도 아닌 단지 개헌과 문재인의 임기만을 말하고 있다.


하필 안철수가 정치권으로 들어와서 정치를 배운 것이 김한길인 때문이다. 김한길은 딱 김대중식 정치를 하던 사람이다. 기존의 고정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인들끼리 알아서 가르고 나누고 합의하여 결정하는 구시대의 정치에 익숙하다. 정치인들이 결정하면 그것이 사실이 된다. 정치인들이 합의하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 그렇게 정치를 해왔다. 김영삼이, 김대중이, 김종필이. 국민은 단지 그들을 위한 거수기였다.


어째서 지역주의 정치가 망국적이라 말하는가. 당연히 무조건적으로 표를 주는 지지자들이 있다. 아무것도 안해도 단지 당의 이름만 보고 표를 준다. 아예 이름도 아닌 당의 기호만을 보고 표를 준다. 중요한 것은 누가 당을 장악하고, 어떻게 구성원들이 합의하는가다. 당원도 상관없고 지지자도 상관없다. 보다 다수의 불특정한 유권자는 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치가 특정한 신분들에 의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 그래서 지역주의 정치의 반댓말이 상향식 시스템 정치다. 당원과 지지자,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정치다. 민주주의라면 당연히 다수 국민에 의해 모든 결정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와서 아무리 개헌하겠다 나서봐야 결국 국회에서 합의하더라도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말짱 꽝인 것이다. 그만큼 개헌이란 입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중대하고 엄중한 사안인 것이다. 정치인들끼리 합의해서 통과시키더라도 결국 국민의 뜻을 마지막에는 물어야만 한다. 그래서 국민이 개헌을 바라는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이 다음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바라는가?


속내가 훤히 보인다.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자기가 못 입을 옷으면 똥물이나 뿌려보자. 문재인이니까 3년으로 줄여보자.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바보가 되란다고 국민을 바보로 여겼다가는 결국 미친 놈밖에 되지 못한다.


이재명이 사그라든 이유도 감히 당원과 지지자를 상대로 싸움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혼자서 싸우고 있다. 그나마 안철수에게는 기존의 정치세력이라는 동류가 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나로 도매급으로 넘어간다. 결국 같은 무리다. 정치인의 대세는 따르지만 정작 중요한 국민의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이라는 입장을 위해 국민이라는 대세를 거스르려 한다. 왜 그 좋은 능력과 똑똑한 머리로 지금의 궁벽한 상황에 내몰렸는가.


조금만 겸허하면 된다. 조금만 자신을 죽이면 된다. 노무현의 장례식에서 유족을 대표해서 이명박에게 정중히 허리숙여 인사하던 모습이 지금의 문재인을 만들었다.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인정하게끔 만든다. 그것이 문재인의 무서움이다. 알아달라 발버둥칠수록 오히려 국민의 뜻은 정반대로 가기 쉽다. 차라리 똑똑한 것이 어리석은 것만 못하다.


너무 말이 많다. 그리고 그 말들이 모두 한 사람만을 가리키고 있다. 바보가 되어 대중 속에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꼭 티를 낸다. 영리하지 못하다. 또 잘못된 길에 자신을 던진다. 알아서 스스로 함정에 빠지고 만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말하기도 입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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