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간단히 마라톤을 한다. 압도적인 1등이다. 뒤를 돌아봐야 눈에 들어오는 선수도 없고 앞만 보면 바로 골이 코앞이다. 그냥 그대로 달리기만 해도 1등이다. 그런데 굳이 고개를 돌려 다른 선수들을 의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반면 뒤따라 오는 2등이나 3등의 입장에서는 한참 앞에서 달리는 1등이 골을 가리고 있다. 골까지 가려면 당장 1등부터 추월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긴 아예 그마저 포기하고 그보다 한참 뒤에 달리는 2등과 3등의 등이나 보며 달려야 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가 힘을 내서 추월하고 1등이 되기보다 그냥 1등이 꼴보기 싫어 2등과 3등이 역전하는 드라마만을 기대한다. 참 가엾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웃기는 것이, 골까지 이제 100미터 남았으니 이제 더이상 변수가 없다. 골까지 1킬로가 넘게 남았으니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므로 1킬로미터 이상 뒤진 2등에게도 기회가 있다. 1등은 더이상 확장성이 없다.


뭔가 비슷하게 경쟁할만 해야 네거티브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상대를 끌어내리고 내가 올라서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상대를 직접 공격하기도 하는 것이다. 직접 몸을 부딪히며 몸싸움도 한다. 일부러 달리는 걸 늦추고 상대가 오기를 기다려 몸싸움을 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앞만 보며 달렸다.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렸더니 어느새 1등이더라. 괜히 작전 쓴다 기술 쓴다 엉뚱한 곳에서 힘을 낭비하다 앞서 가던 주자들이 모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묵묵히 달린다.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만 분주하다.


문재인의 전략이 옳다. 원래 성품이기도 할 것이다.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아예 없는 듯 묵묵히 앞만 보며 달린다.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말들이 자신의 대세를 확인시키는 수단이 되어준다. 네거티브에 목숨거는 사람들만 알지 못한다.


참 가련할 정도다. 한참 앞서가다 뒤쳐지니 남은 건 악밖에 없다. 쫓아가서 앞서기보다 닿지도 않을 말로 끌어내리기만 시도한다. 그런데 정작 누구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 누구인지 말은 않는다. 너무 쉽게 이기는 경주도 때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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