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과 임용은 전혀 다른 것이다. 임용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맡기는 것이다. 책임있는 자리에 얼마나 적절한 인물을 앉혔는가는 당연하 그 집단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얼마나 흠결없고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제대로 골라서 책임을 맡겼는가는 곧 그를 결정한 인사권자의 역량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입은 그냥 해당 인물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연히 임용은 자신의 철학이나 목적, 필요, 지향 등에 의해 결정된다. 최소한 자신과 책임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공유할 때 그를 임용하여 중요한 역할을 맡기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입은 아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약속들이 오고갔는지 솔직히 알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래봐야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재야정치인의 캠프에서 무슨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영화를 누리겠는가. 그건 그때 가서 비판하면 되는 것이고 아직까지는 그저 장차 후보경선과 대선에서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고작이다.


엄격히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내가 이만큼 지지도가 높다. 내가 이만큼 영향력이 크다. 내가 이만큼 포용력 있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이끌려 이런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려 나의 캠프로 모여들고 있다. 자신과 상당히 다리고 심지어 전혀 반대편에 있다면 따라서 더 좋을 수 있다. 이렇게 전혀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마저도 자신을 인정하여 지지하고 돕고 있다. 원래는 절대 자신을 지지할 수 없는 사람인데도 자신의 인품과 능력에 이끌려 스스로 돕고자 나서게 되었다. 해당 정치인과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가졌다 해도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 사실을 인정조차 않으려는 보수적인 인사들이 많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특히 군부에는 더욱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알고 있다. 그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들을 꺾고 눌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입장을 가진 군인이 오히려 안보를 이슈로 삼아 전혀 반대편의 입장에 선 문재인을 도우려 하고 있었다. 전인범 정도 되는 사람도 문재인의 대세를 인정하고, 문재인의 역량과 인품을 인정한다. 과연 여전히 강고한 한국사회의 보수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고 많은 것들을 이루어내야 하는 야권의 대선후보로서 그에 대한 판단은 어떨 것인가. 그런 사람까지도 영입해서 자기 사람으로 쓰려 했다.


전근대사회에서 유력자들은 하나같이 자기 집안에 딱히 쓸데도 없는 사람들을 식객입네 문인입네 하여 거두어 먹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가운데 등용되어 두각을 드러내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밥이나 축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런데도 유력자들이 식객들을 거두어 먹이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세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식객을 거느리고 있는가는 자신의 권력과 부, 무엇보다 영향력과 인품을 보여준다. 정치인의 그늘 아래 모여든 사람들은 거의 그런 역할이다. 실제 쓰이며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자리만 채우고 구색만 맞추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양한 사람들이 그 그늘 아래로 모여드는가. 다르다 해서 단점이 되지 않는다. 정반대에 있어 오히려 장점이 된다.


문재인이 김종인을 영입했을 때 놀랐던 이유이기도 했다. 설마 김종인을? 그리고 다시 전인범을 영입했을 때도 설마 전인범까지 영입했는가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보수지지층에서는 아예 패닉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능력있는 군인인 전인범이 보수가 아닌 진보의 문재인에게로 갔다. 문재인에게 덧씌워진 빨갱이라는 낙인이 그 한 번의 영입으로 순식간에 흐려지고 있었다. 오히려 전인범이 문재인과 어울리기 힘든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인정할 수 있었다. 다른 욕심으로 문재인을 지지한 것이든, 아니면 진정 문재인이라는 인간에게 이끌린 것이든 결국 이것이 현재 문재인의 실력이고 역량이다.


오히려 비판할수록 그런 부분들이 드러난다. 전인범과 같은 이들마저 문재인을 지지한다. 야권지지자의 입장에서도 전인범과 같은 보수적인 인사마저도 영입할 정도로 실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확장성이라는 것이다. 전혀 반대편에 선 이들마저 거침없이 끌어들일 수 있다. 책임있는 자리에 가기 까지 검증은 또 별개의 문제다. 그와 별개로 단지 문재인의 대선캠프에 영입된 단계까지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품이다. 그것이 포용력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의 세라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이다. 반대편까지 끌어안는다. 안희정이 괜히 포용과 화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충청권에만 머물던 도지사에서 중앙무대에서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한다. 자신의 큰 그릇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걸맞는 크기를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한다. 문재인만 바라본다. 그것이 결국 그릇의 크기를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