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이다. 왕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그를 취재한 르포프로그램이 공중파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고, 힘도 센, 심지어 운동까지 했던 아이 하나가 프로그램 안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얼핏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정도라면 왕따하는 아이들 한둘은 혼자 해결 가능할 텐데 어째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가.

 

오히려 키가 크기 때문이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셌기 때문이었다. 얼핏 무서워 보였는데 전혀 무섭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해 보니 만만하더라. 힘을 가지고도 쓰지 못하면 오히려 우습게 여겨진다. 힘이 있는데도 제대로 쓸 줄 모르면 무시당하고 조롱당한다.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를 두려워 한 자신이 그만큼 더 비천해지기 때문이다.

 

여당이 180석 가져갔을 때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 기득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것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런데 결국 여당이 180석을 가져봐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새끼들은 그냥 병신들 아닌가. 때리면 맞고, 괴롭히면 당하고, 조롱하고 모욕하면 그게 사실인 줄 안다. 두려워 할 필요도, 그래서 공정하게 정당하게 대해야 할 이유도 없는 그냥 모지리 버러지 새끼들인 것이다.

 

이번 김경수 판결의 이유라 할 것이다. 아마 정경심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자기들이 판결하는대로 알아서 상처입고 자중지란 일으키다가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자기들에게 감히 보복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자신감인 동시에 조롱이고 경멸이며 무시였던 것이다. 그런 민주당을 누가 만들었을까?

 

이낙연이 대표이던 시절 민주당이란 정당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무존재들이었다. 그러다가 언론이 떠들면 떠드는대로 있는대로 휘둘리고 비굴하게 고개까지 숙이고 있었다. 차라리 송영길이 대표인 지금이 더 볼 만하다. 사법개혁하겠다던게 언제인데 아직도 바닥만 비비고 있는가.

 

그래서 보복당한 것이다. 하지도 않을 사법개혁을 감히 입에 올린 이유로. 하지도 못할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감히 말했다는 이유로. 그럴 힘이 있는데 그런 낌새를 느끼게 했다는 이유로.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는데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찌해야 할까? 힘이 있어도 쓰지 못하면 그것도 병신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래서 썩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통령의 권한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싸울 줄 모르면 힘이 있어도 지는 것이고, 싸움에서 지고 나면 희생은 필수다. 그럼에도 깨닫는 것이 없다면 희생은 더 늘어만 갈 뿐이다. 싸워서 이겨야만 희생을 줄일 수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 내가 당하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다. 민주당이 아싸리판이 되어 가는 이유다. 그런 놈들이 저리 많다. 동지의식도 없다. 참 버러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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