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는 괜찮고 https는 문제다. http는 암호화되어 있지 않으니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고, https는 암호화되어 있으니 들여다 봐서는 안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http든 https든 개인의 통신정보 아니던가. 단지 해킹이나 검열 등을 피하기 위해 데이터를 암호화했는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이다. 그 암호화를 풀고 내용을 보았더라도 결국 http와 같은 개인의 통신정보만이 나올 뿐인 것이다. 아니 더 의문인 것은 더구나 해외 선진국에서도 관계기관에서 필요한 요건을 갖춰 요청하면 그런 통신정보 내역을 볼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가.


하긴 솔직하다. 정부의 해명이 나온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왜 포르노 사이트를 막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포르노 사이트 자체를 막은 것이 문제이지 어떤 식으로 어떤 정보가 정부에 의해 감청되고 검열되는가는 상관없다. 실제 감청되고 검열되는가의 여부도 상관없다. 그리고 아마 여기에 어떤 의도가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감청과 검열 부분만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그것이 전혀 감청이나 검열 같은 것과 상관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도. 진짜 몰라서일까? 아니면 모르고 싶었던 것일까?


이번 정부에서 성인사이트를 차단한 기술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실제 https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직접 보고 검열해서 차단하는 그런 번거로운 짓이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가 도대체 몇 명인데 그것을 일일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터넷을 사용하는가 일일이 검열해서 차단하기에는 비용도 수고도 너무 많이 든다. 초당 못해도 수백만 개 이상의 정보를 감시하고 처리해야 할 텐데 아무리 많은 돈과 사람을 쓴다고 가능할 부분이 아니다. 그냥 해당데이터가 서버와 접속하는 순간에 필터 하나를 걸어 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지만 특정한 조건에 있는 요청데이터만 걸러서 차단한다. 그리고 필터는 굳이 암호화된 데이터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암호화되기 이전의 평문의 내용만을 걸러내면 된다. 


지금도 이미 여러 커뮤니티 등에서 금지어를 차단할 때 어디서 누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서 차단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그런 것 알지도 못하고 판단하지도 못한다. 그냥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조금 범위를 넓혀서 조건을 충족하는 몇몇 단어만을 기계적으로 걸러내는 것이다. 그것을 감청이라 부르는가? 검열이라 부르는가? 그러면 남는 것은 포르노 합법화일 텐데, 그러나 현정부만을 탓하기에는 포르노사이트에 대한 차단은 벌써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온 정책이다. 그동안 하지 않던 분야까지 이번에 확대해서 차단하게 되었을 뿐. 


다시 말하지만 http나 https나 암호화의 차이가 있을 뿐 개인의 통신정보라는 사실에는 전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번에 감청하고 검열한다는 대상도 암호화된 데이터 가운데 서버와 직접 통신하는 접속하고자 하는 사이트에 대한 일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누군가 의지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필터링되어 처리되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도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벌써 오래전부터 한국은 인터넷검열국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방법은 무엇인가? 포르노를 합법화 해 볼까? 지금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성에 대해 여전히 엄숙하기만 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 뿐만 아니라 별 사소한 것들 가지고도 온통 난리를 떨어대는 네티즌들이 있는 나라에서?


어쩌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선진국에서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불법사이트가 있으면 차단하기보다 사이트 운영자를 수사해서 체포함으로써 사이트 자체를 없애 버린다. 그러는 한 편 이미 운영중인 불법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가지고 접속자까지 다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하게 처벌한다. 아동포르노나 기타 법으로 금지된 종류의 포르노는 단지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리벤지 포르노를 금지하기 위해서 해당 동영상이 있는 사이트에 접속했거나 동영상을 실제 소유하고 있는 경우 다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도록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이트 자체를 막지 않는 대신 배포만이 아닌 열람과 소유에 대해서까지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아예 관련 동영상을 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한다. 그것을 바라는가? 글쎄. 리벤지 포르노 논란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해당 동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부터 묻는 것이 또 그런 이들이므로.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쪽 방법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열람과 소지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없으니 너무 쉽게 불법동영상을 찾아보고 또 퍼뜨린다.


아무튼 해외성인사이트에 대한 일방적인 차단이 기본권 침해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렇다면 차단 방법에 있어 http와 https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차단과정에서 노출되는 개인의 정보라는 것이 http와 https 사이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설사 그런 정보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임의로 상시로 그런 정보들을 현행 체제 아래서 들여다 볼 수 있는가? 하지만 한 편으로 필요에 의해 그것을 봐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진짜 문제가 뭐냐고 묻는 것이다. 냉정하게. 참고로 성인사이트가 아닌 P2P를 주로 이용하는 주변인들의 반응은 그래서 상당히 뜨악하기도 하다. 원래 해 오던 일인데 새삼 뭐가 문제인 것인가?


잘못된 선동에 너무 쉽게 놀아나고 있다. 아마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린 때문일 것이다. 성매매는 부도덕하다. 성매매여성도 부도덕하다. 그러나 남성의 성욕을 위해서 성매매와 성매매여성은 존재해야 한다. 남성의 성욕은 도덕을 뛰어넘는다. 포르노는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가? 아니면 남성의 성욕에 귀속되는가? 그 어느 때보다 여러 남초사이트에서 정부에 대한 성토가 드높다. 사실여부는 상관없다. 오히려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비난받고 공격당한다.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항상 인터넷은 재미있다. 인간이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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