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일본에서도 포르노는 불법이다. 실제 삽입하는 것도 성기를 보여주는 것도 모두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모자이크로 성기와 삽입만 가림으로써 법을 피해 포르노가 아닌 AV를 촬영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동유럽 나라들 가운데 불과 얼마전까지 합법이던 나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대놓고 합법적으로 아동포르노를 만들어 선진국들에 수출까지 하고 있었다. 과연 그들 나라에서 합법이었으니 다른 나라에서도 합법이어야 하는가? 그들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이니 다른 나라에서도 아무런 규제 없이 접속해도 좋은 것인가?

선진국이라고 모든 종류의 포르노에 대해 관대한 것이 아니다. 엄격히 포르노에 대한 여러 규제들이 법제화되어 있고 그같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 아래 포르노는 제작되고 유통될 수 있다. 미국산 포르노를 보면 너무나 익숙한 FBI의 경고문구는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다만 어디부터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성행위가 이루어지지 않고 성기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다. 실제 국제적으로 한국의 에로영화도 포르노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기도 하다. 어차피 일본의 AV도 공식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실제 성행위도 성기노출도 금지되어 있다.

마치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포르노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는 것처럼.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풀어놓기라도 하는 듯이. 그런 나라는 없다. 말했듯 포르노가 주는 본연의 수치심과 모멸감, 그리고 포르노 제작과정에서의 인권유린과 성적 착취에 대한 경계로 일찍부터 여러나라에서 포르노에 대한 다양한 엄격한 규제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되어 왔다. 그마저 부족하다고 그들 나라에서도 포르노에 대한 규제강화를 넘어 아예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오로지 우리나라만 포르노를 규제한다.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기는 하지만 포르노에 대한 규제 자체는 오히려 국제적으로 보편적 현상인 것이다. 포르노를 금지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이번 정부 들어 갑자기 금지한 것처럼 난리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저들의 분노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 자신이 포르노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도 있지만 그 논리가 너무 군색하다. 법으로 금지하는데도 굳이 틈을 비집고 다양한 방법으로 포르노를 소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포르노를 소비하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포르노가 합법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동안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법을 피해 포르노를 소비해 온 만큼 그에 대한 단속방법도 고도화되고 있었다. 단지 그 단속의 범위가 이번에는 https에까지 미치게 되었을 뿐이다.

묻는다. 해외사이트라고 국내법으로 금지한 포르노를 접속해서 소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 이미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 포르노가 유통되고 있는데 아직 법으로 금지된 그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극단적으로 아동포르노가 합법인 나라에서 운영중이면 불법인 나라에서도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아동포르노를 보아도 괜찮은 것인가. 그러고면 꽤 오래전 아동포르노가 합법이던 일본에서 어린이 누드잡지를 소지하고 귀국하다가 처벌받은 영국 외교관의 사례도 있었을 것이다. 단지 데이터지만 온라인을 통해 전송되어 구체적인 형체를 띄는 순간 이미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경 안에서 현실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 법을 무시하고 용납해야 하는 것인가.

따라서 정히 비판하려면 포르노가 법으로 금지된 현실을 비판해야 한다. 따라서 대안을 이야기하려면 포르노 합법화를 주장해야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도 반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포르노에 대한 규제철폐가 반드시 옳은 것도, 포르노의 합법화가 반드시 정의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단지 포르노를 금지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이 가능한가. 비판이 아닌 비난인 이유는 단지 그것이 감정의 배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도 불법이다. 단지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사회적인 묵인 아래 그런 불법들이 공공연히 저질러지고 있을 뿐이다. 그런 사회를 바라는가. 법으로는 불법인데 암묵적 합의 아래 불법도 합법도 아닌 상태로 내버려두는. 그래서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방치하다가 때가 되면 단속을 강화하는. 정부가 허용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이제는 https까지 단속해야 하는 이유와 명분과 그럴 수 있는 기술이 갖추어졌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종류의 포르노에 대해 온전히 자유로운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아예 법 자체가 없다면 모를까 어떤 나라에서도 표현의 자유 역시 일정한 한계를 갖는다. 욕망이 정의가 아니다. 욕망이 선인 것도 아니다. 물론 악도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합의하고 있다. 자신들만 정의고 선이며 반대편은 모두 악이다. 아마 자신들이 비판하며 내세운 논리일 텐데. 하여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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