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였다. 당장 내가 핸드폰으로 어디다 전화를 건다 치자. 그러면 내가 언제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가, 심지어 전화를 걸고 받은 기지국까지 낱낱이 통신사의 서버에 기록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락을 받아 수사기관에서는 그렇게 기록된 통신내역을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아 확보할 수 있다. 바로 얼마전 김경수 지사의 재판에서도 그렇게 확보한 드루킹과의 통화내역이 중요한 증거로 제출된 바 있었다. 그래서 과연 그런 식으로 자신의 통화내역을 낱낱이 알아낼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감청이나 검열이라 부르는가?


감청이라 하려면 개인의 통신내역을 중간에 엿듣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 통신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이라도 항상 확인하는 주체가 있어야만 한다. 앞서 전화의 경우도 누가 언제 누구와 전화를 걸고 받는가 항상 누군가 엿듣고 있다면 감청이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에 들어가면 검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해당 사이트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암호가 풀린 순간 평문이 된 내용을 파악한 장치에서 연결 자체만을 기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물론 그 내역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얼마전 김경수 지사의 재판에서도 드루킹 일당이 언제 어디서 누구의 아이디로 네이버에 접속했는가 하는 내역이 증거로써 제출된 바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강제로 암호를 풀고 내용을 보는 것도 아니고, 암호가 평문으로 바뀌는 순간 특정한 조건을 검색해서 장치를 통해 차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내역을 특정한 개인이나 기관이 항상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자유한국당의 핑계를 댄다. 자유한국당이 이것을 악용할 수 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다. 그러므로 다음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겠다. 재미있는 논리구조랄까? 자유한국당이라면 법이고 뭐고 상관없이 마음대로 그 내역을 들여다보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자칫 개인을 억압하고 자유를 박탈하는데 사용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했듯 통화내역이든 통신내역이든 이미 들여다 보려면 얼마든지 들여다 볼 수 있다. https가 다른 것은 통신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암호화가 되어 보안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지 아예 아무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결국에 또 누군가의 선동에 넘어간 것이다. 적절히 사실과 거짓을 섞어 제대로 낚은 것이다. 아마 야동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분노가 컸을 것이다. 그래서 그 분노를 발산할 명분을 찾았을 것이다. 당연히 아직 우리 사회에서 포르노는 불법이니 그것 아닌 다른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감청과 검열이다. 마침 민주정부이고 과거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테러방지법에 반대했던 전력도 있으니 엮기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 민주정부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감청하고 검열한다. 정부의 정당성과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동들을 한다. 마침 정부를 공격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빌미를 준다. 또 한 번 확인했다. 한국경제 기자란 놈들은 죄다 병신들이다.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없이 정부를 깔 수 있으니 무작정 기사부터 내보내고 본다.


처음부터 이상했었다. 이게 과연 감청일까? 이런 걸 과연 검열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보안 쪽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니까. 혹시 모른다며 판단을 미룬 채 차근히 사실여부부터 확인했다. 기자놈들도 못 믿지만 네티즌은 더 못믿는다. 더구나 야동을 빼앗긴 수컷들이 하는 소리는 더 믿을 게 못된다. 원래 그동안 해 온 일들이다. 지금도 하고 있는 일들이다. 통화내역이든 통신내역이든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들이 지금도 어딘가에는 저장되어 있고 요건이 갖춰졌을 때 들여다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아무 요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에서 그런 내용들까지 일일이 들여다보려 하고 있는가. 그런 시도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그에 대한 또다른 정황이나 증거가 나온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덧붙이자면 https라 해서 모든 과정에서 정보가 암호호된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무엇보다 서버와 접속할 때는 평문으로 전환해야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암호화되기 이전에는 역시 평문인 상태다. 그것을 파악해서 장치에서 기계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물이나 공기와 같은 것이다. 아무 의지도 없고 따라서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조건에만 반응한다. 인터넷에서 바보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항상 판단은 신중하게 느리더라도 한 발 물러서서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번 바보되는 걸 피했다.  과연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멍청해서 그런 것일까? 그저 궁금할 뿐.


한 마디로 하루종일 모든 사이트가 하나되어 날뛸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도 틀렸고 사실에 대한 해석도 틀렸다. 포르노의 합법화 여부는 이와는 별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한 마음으로 지지하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그들이 바라는대로 포르노 자유화를 이루어줄까? 마치 지금 정부만 포르노를 금지하는 것처럼. 지금 정부만 포르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것처럼. 지금 정부만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페미니즘이 지금처럼 극성이지 않았을 때도 포르노는 불법이었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야동은 좌도 우도 남자를 하나로 만든다. 남자란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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