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포르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한 가지다. 성매매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만일 당신의 앞에 있는 여성이 과거 포르노에 출연한 적이 있다면 그래도 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더 나아가 과연 자신이 포르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혹은 주변의 지인들에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가? 특히 동성이 아닌 이성의 주변인들에게 그 사실을 당당히 밝히고 자신이 포르노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포르노를 금지하는 첫째 이유는 바로 후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포르노를 즐겨보는 사람들조차 공개적인 장소에서 포르노를 보게 되면 상당히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냥 왜 이런 것을 이런 장소에서 보여주는가 하는 수준이 아닌 포르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인간의 오랜 도덕적 관습에서 비롯된 본능에 가까운 수치심이고 혐오감이다. 그것은 성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포르노를 보며 즐기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 사실을 누군가 알게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도 없는데 동물학대를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가? 자기가 원해서 그러는 경우라도 인신매매는 대부분 나라에서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인간 본연의 양심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을 보는 그 자체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인간을 수단으로 여기는 그 자체가 인간의 존엄을 해치고 다른 개인들에게 깊은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포르노라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그래서 당장 포르노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차별받고 혹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그런 직업을 합법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더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포르노가 가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개인에 대한 성적 착취란 부분이다. 대부분 포르노들은 굉장히 가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포르노 수용자들의 일방적인 요구에 맞춰 출연자들을 소비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강간물이다. 포르노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강간물을 촬영하는 동안 실제 강간을 당하는 것과 같은 충격과 공포,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 아무리 연기라지만 실제 강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와 과정들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아니 심지어 찢겨나가고, 폭력이 가해지는 가운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관계를 강요당한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동성간의 강간을 소재로 한 BL물을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받고 직업으로 출연한 것이라지만 그 순간 배우는 철저히 성적인 대상이자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포르노 산업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인권유린과 성적착취, 심지어 성폭력들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전부터 고발되어 왔었다. 포르노 산업이 어떤 식으로 배우를 확보하고 관리해 왔는가를.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마전 일본에서도 포르노 촬영 도중 배우에게 가혹행위를 하다가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다. 법정에서 해당 레이블 대표가 한 발언도 충격적이었다. 한 마디로 포르노나 찍는 여배우들은 인간도 아니었다. 그래도 상관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실제 범죄조직까지 연루되어 강간과 폭력, 마약, 심지어 성매매까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중이다. 포르노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거의 대부분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 것이다. 괜히 일본 정부가 나서서 포르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포르노 배우들에 대한 착취와 인권유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그 이전에 단지 포르노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더 비하적이고 더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자체가 개인의 인격에 대한 인권에 대한 착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노에 출연하기 전 분명 평범한 시민 가운데 하나였을 배우가 포르노에 출연하고 난 뒤 전혀 다른 존재로서 사회적으로 인식된다. 사회적으로 혐오와 경멸, 심지어 차별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포르노에 출연하기 전과 뒤 달라진 개인의 인격과 인권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는가. 결국 내가 포르노를 즐기는 대가로 대상은 동등한 인격으로서 그 지위를 잃게 되었다. 내가 포르노를 즐기는 만큼 대상은 더이상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지위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과연 포르노가 합법화된 나라들이라고 해서 포르노 배우들에 대한 아무런 편견과 차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어째서 그런 행위를 법으로 제도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다. 과연 진정으로 포르노 배우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포르노 배우더라도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동등하게 대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자신의 직업이고 자신의 선택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그를 이유로 사람을 달리 대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포르노 역시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아마 좀 되었을까? 일본에서 포르노 배우들과 관련한 수많은 범죄와 불법들에 대한 폭로가 보도된 바 있었다. 사기로 계약하고, 협박과 폭력으로 촬영을 강요하고, 마약으로 배우들을 관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었다. 그때 잘나신 다수 남성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가해자들에 분노했을까? 아니면 피해자들을 동정했을까? 그보다는 품번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촬영한 포르노가 어떤 것인가? 그러면서 한 편으로 자기들이 더이상 포르노를 보지 못할 것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포르노 합법화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유란.


성매매도 못하고 포르노도 못보면 강간이라도 하라는 말인가? 그들의 인식인 것이다. 인간이 아닌 것이다. 성매매여성도 포르노배우도. 그러니까 또 열광하며 팬을 자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근대사회에서는 성매매여성이 아이돌처럼 추앙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명품 골프체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트로피처럼 자신이 소유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자유주의에 입각해 성매매와 포르노의 합법화와 자유화를 주장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남성들이 실제 성매매와 포르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기 전까지다. 그리고 실제 성매매와 포르노 산업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범죄들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개인의 성적인 욕망보다 인간의 존엄이 더 중요하다. 인간의 양심이 더 중요하다. 그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가. 성매매여성은 당신 주변의 다른 여성들과 동등한가? 포르노 배우는 당신 주변의 다른 개인들과 같은가? 그럴 수 있는가? 아니라면 해서는 안된다. 내가 성매매와 포르노에 반대하는 이유다.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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