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민주화를 위해 군사독재를 타도해야겠다는 목적의 당위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독재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그 배후에 있는 미국제국주의부터 몰아내야 한다. 그래서 미국문화원에 폭탄을 설치했다. 동의할 수 있는가?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긴 사람이 있다. 그래서 재산을 되찾아달라고 하소연하니 누군가 나서서 빼앗아간 사람의 집을 털어 훔쳐내왔다. 아마 여기서는 서로 판단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과연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 물건을 훔쳐내오는 것이 정당한가?


아니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선거를 치러 집권하고 역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을 바꾸며 권력을 강화해서 독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이 그렇게 정해졌다면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는 것도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동기와 수단은 별개다. 목적과 과정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런데 쉽게 착각한다. 동기가 선하니 그 수단도 선한 것이다. 그 방법이 잘못되었으니 목적도 잘못된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터넷 키워들의 문제다. 1차원의 텍스트 안에 갇혀 살다 보니 세상 모든 것이 너무 단순하게만 보인다. 동기와 수단이 하나가 되고, 목적과 과정도 하나로 여겨지고, 서로 다른 사안들까지 하나로 통합된다. 그건 그것, 이건 이것. 원래 극단이란 그런 단순함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항상 인터넷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공통된 모습들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극단으로 몰아간다. 페미니즘이든 안티페미니즘이든 그래서 결국 같은 무리들이라는 이유다. 극단만이 관심을 받고 호응을 얻는다. 가끔은 세상을 조금 더 복잡하게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하여튼 이슈마다 보게 되는 모습들이다. 하나가 전부가 되고 전부가 하나가 된다. 하긴 그러니까 윾튜브 같은 일베종자가 남성들의 희망이 되는 것일 테지만. 내가 남자라는 게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뭐라 말한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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