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면 수호전을 읽는 걸 추천해 본다. 


이를테면 수호전에서 가장 명망높은 인사 가운데 하나인 송강만 해도 사람 죽이고 물건 훔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인사였다. 소선풍 또한 대인이라 불리지만 세상의 범죄자 전과자들을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해 보호하고 있었다. 왜? 그것이 옳다고 여겼으니까.


어차피 세상에 도의따위 없다. 조정의 법따위 인간의 정의를 지켜주지 못한다. 그러면 누가 무엇으로 세상의 도의와 정의를 지켜야 하는가? 그것이 바로 협이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고 다른 이를 위해 원수를 갚아주는 불합리함. 혹은 자신의 가족까지 해쳐가며 억울한 이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부당함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그런 자신의 선의를 세상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집착 같은 것일 게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그래서 자신이 누군가를 알아보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이규도 강도짓을 해가며 송강을 대접하려 했던 것일 게다.


손혜원의 행동원리는 바로 이와 닮아 있다. 법을 믿지 않는다. 정부를 믿지 않는다. 권력도 믿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것들이 강제하는 윤리나 도덕도 우습게 여긴다. 내가 해야겠다는데. 내가 옳다는데. 그런데 그 의도를 누군가 오해했다.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왜곡했다. 참지 못한다. 차라리 있는 사실 그대로 잘못한 부분만을 지적했다면 껄껄거리고 웃고 넘겼을지 모르겠다.


어째서 법과 제도를 만들기보다 국회의원으로서 직접 행동에 나섰는가. 아마 그동안 보아 왔을 테니까. 정부조직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제도와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아는 한 가장 효율적인 최선을 선택하겠다. 내가 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


그래서 대장부라는 것이다. 아마 수호전 가운데서도 송강이나 시진과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을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신분임에도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며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관철한다. 그것이 바로 협이라 부르는 것이다.


아무튼 흥미로운 캐릭터이긴 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송강이나 시진이 관리로서 적합한가. 고위관직에 오를만한 인물들인가. 과연 송강이나 시진이나 고구나 채경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소설을 읽으면서도 의문이었다. 자기만의 정의를 앞세우는 것은 유협이나 할 일이지 관리가 할 일은 아니다. 더더욱 사대부의 자세도 아닐 터다. 하지만 개명한 21세기 민주화된 대한민국이니까.


그냥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다. 딱 협객이로구나. 대인이로구나.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일지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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