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명이 사고치고 도망치고, 그 전에 한 사람 나가고, 덕분에 한 조에 세 명이 결원이다. 8명이 해야 할 일을 5명이서 나눠 해야 하는 상황이다. 돌아버리겠다. 이제는 가만 서 있어도 눈이 감기고, 숨만 쉬어도 머리가 멍할 지경이다. 그런데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월급이 짜다. 둘째 일이 힘들다. 셋째 그런 주제에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월급이 짜기는 한데 그래도 최저임금보다는 더 준다. 그래서 최저임금 오르면 자동으로 월급도 오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는 일의 강도나 장래성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 월급 받고는 도저히 일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만두는 것도 쉽게 그만두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이보다 못하지는 않겠다.


특히 젊은 구직자들이 일을 선택하는 기준일 것이다. 첫째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난이도여야 한다. 셋째 그리고 안정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아니더라도 최소한 경력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심각한 일자리 문제라는 것이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만족할만한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인 것일까? 만일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것이라면 벌써 사람을 구하다 못해 이미 지원한 사람들 가운데 적합한 사람을 고르고 있었을 것이다. 말했다. 그래도 최저임금보다는 더 준다고.


그냥 아무 일자리나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말한 것이다. 일자리문제에는 노동포기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고. 차라리 그런 일 하느니 놀겠다. 그런 일 하느니 그냥 틈틈이 알바나 뛰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겠다. 그래서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중간관리자까지는 그 사실을 알기에 이것저것 월급은 못 올려도 처우를 올릴 궁리를 하는데 정작 저 위에서는 전혀 그런 자각조차 없는 모양이다. 덕분에 그동안 오히려 일 잘하고 그래서 어디 가도 인정받을 만한 사람들 위주로 그만두는 바람에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도 조만간 한 번에 그만둘 모양이다. 그러니까 임금이야 얼마든 처우야 어떻든 그저 일자리만 있으면 좋은 것인가.


그런 것을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나야 그만둘 상황이 아니다. 다른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나이와 경력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집이 가깝다는 것도 하나 장점이다. 이래저래 나한테는 그럭저럭 맞는 일자리라 만족하며 다니는데 정작 회사가 바라는 젊고 능력있는 직원을 구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다. 불가능에 가깝다. 나가면 나갔지 들어오지는 않는다.


새삼 확인한다. 일자리가 문제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문제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을 해서 월급을 받아 만족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라면 상식일 텐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멋진 상식이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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