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어느날 황희에게 여종이 찾아와 남종의 잘못을 아뢴다.


"네 말이 옳구나."


이번에는 남종이 찾아와서 여종의 잘못을 아뢰려 한다.


"네 말 또한 옳구나."


보고 있던 아내가 그런 황희의 태도를 탓한다.


"임자 말 또한 옳구려."


정치인이니까. 더구나 재상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다루어야 한다. 왕명을 따르면서도 신하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각 관청이 서로 다른 이해와 입장으로 인해 부딪히면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최대한 공정하게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 여기서 왕이 잘했고, 신하가 잘못했고, 이조는 문제가 있고, 병조는 무엇이 틀렸고, 그랬다가는 바로 조정에 분란이 일게 된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시시비비란 없다. 관계와 조율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선비는 다르다. 분명 옳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면서도 침묵하는 것을 예전 선비들을 수치스럽게 여겼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잘못되었다 바로 말해야 한다. 공식적인 경로로 문제를 제기해서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교통도 불편하던 시절에 저 먼 시골 깡촌에서까지 선비들은 일부러 상소를 써서 조정으로 올려보내고는 했었다. 조정에서도 그것들을 최대한 읽고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 이것도 나쁘고, 저것도 그르다. 자칫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더구나 청와대는 국가안보상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청와대가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가 하는 것은 청와대의 내부사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것과 같다. 정의당은 절대 정권을 잡으면 안되겠다. 그런 정도 중요성도 읽지 못하는 대가리로 어떻게 정권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려 하는 것인가. 정부에서 민감하게 기밀로 대외에 알려지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알아서는 안되는 대상까지 알게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단계와 순서와 절차를 밟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정부에도 잘못이 있어야 하니까.


프로그램의 오류를 이용해서 자료를 다운받았다고 불법이 아니라는 것은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논리다. 현행법이 그렇고 현실이 그렇다.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 없는데 그 오류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해커를 범죄자로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심재철의 경우나 해커들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해커들도 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서 보안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킨다. 더구나 이후 정부에서 불법자료라며 돌려달라 했을 때 심재철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미 기밀인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반환을 거부한 자체가 불법을 인지한 상태에서 불법으로 취득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 역시 잘못했다. 심재철이 그나마 청와대의 공금유용이라고 공개한 사안들조차 청와대에 의해 모두 해명되었는데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국은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사실을 명확하게 판단했을 때 혹시 돌아올 지 모를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혹시라도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 비난을 듣지 않을까봐. 민주당이나 청와대야 가만 있겠지만 혹시라도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게 욕먹거나 맞지나 않을까. 진보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국가라는 단위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역시나 자유한국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거나. 차라리 반대하더라도 저들에게 정당한 정부란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은 정부다. 과연 진보언론들이 문재인 정부를 정당한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한 적이 있기는 한가. 그러니까 정부와 여당에는 함부로 해도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흔히 쓰는 말이 진실공방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진실을 다투고 있다. 이처럼 명확한 사안에서조차 그저 양쪽에서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옮기기나 하고 무엇 하나 판단을 도울 말을 보태지 않는다. 중립을 가장하면서 명백하게 잘못한 심재철과 단지 법과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를 같은 선상에 놓아둔다. 이처럼 명백한 사안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레기가 달리 기레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보가 정의가 아니라는 것은 이번 정의당의 논평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멍청하거나 사악하거나. 차라리 그래도 착해서 그런 거라 변명해주어야 할까. 그래도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칭찬해주어야 할까.


볼수록 언론이 얼마나 쓰레기인가를 깨닫게 된다. 저런 놈들 대학교육시키겠다고, 하긴 지금 하는 꼬라지 보며 그래도 돈 잘 벌고 있다며 기뻐하실 부모님들이 안타깝다. 저런 놈들이 언론이다. 바닥까지 썩어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