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방적으로 더민주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원구성 협상에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것은 더민주 뿐이었다. 나머지 두 당은 되도 좋고 안되면 더 좋았다. 아예 대놓고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던 청와대나 정치냉소주의에 힘입어 제 3당의 위치에까지 오른 국민의당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원구성이 안되고 계속해서 싸우는 모습만 보인다면 더 이득일 터였다. 보라. 국회가 일은 하지 않고 허구헌날 싸움질만 하고 있다.


안철수가 세비반납이라는 속이 뻔히 들여다 보니는 퍼포먼스로 대중에 어필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우리는 일하는 국회를 지향한다. 어서 하루라도 빨리 원구성을 끝내고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작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느라 원구성 협상이 자꾸만 늦어지고 있다. 그러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그리고 그로부터 이익을 보는 것은 또한 누구일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면 알짜 중의 알짜다. 원래 국민의당이 원하던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 교문위 역시 안철수가 직접 지명하여 요구한 것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법사위, 운영위, 개획재정위, 정무위 등을 모두 가져갔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가며 국회의장을 지켜야 했는가 싶을 정도로 더민주가 크게 손해본 협상이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크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원구성협상은 길어졌을 테고 그 책임은 모두 더민주에게로 돌아갔을 테니까. 새누리당의 뒤에는 청와대가 있고, 국민의당은 어차피 정치를 냉소하고 혐오하는 이들의 정서에 기댄다. 국회가 욕먹으면 오히려 이들은 이득을 본다. 더 열심히해서 욕먹는 경우란 원래 어디에나 있다.


그만큼 더민주의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어느때보다 강하다 유추해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이라면 국회의원 개인이나 계파의 이해 때문이라도 어느 위원회를 가지는가가 더 중요했을 수 있다. 어떤 위원회를 가져와야 어떻게 계파들끼리 나눠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이제는 차라리 국회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국회를 내주고 정권을 가져오겠다.


하기는 가장 가능서이 높은 때이기도 하다. 반기문은 의외로 상당히 약체다. 그나마 다른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은 반기문만도 못하다. 안철수가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잠식할 것이다. 안철수 혼자서는 절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지금의 추세만 이어간다면 다음 대선은 더민주의 것이다. 계산이 섰다. 어떻게 하면 대선에서 승리하고 자기도 그 위에 숟가락 하나 당당히 얹을 수 있을 것인가.


나쁜 게 아니다. 권력의지란 정치의 동력이다. 권력을 가지고자 하기에 사람은 정치라는 것을 하는 것이다. 국회의장을 가지는 대신 상임위를 양보하고, 상임위를 양보하는 대신 국회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냉소를 피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이번 총선의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까지 노리는 큰 노림수가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만 잘 치른다면. 그놈들을 믿을 수 없다. 그래도 저력이 있는 정당이니까. 기대가 크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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