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있다면 그런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여유가 없기에 그런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푝가 특별히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런 트윗을 올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선의를 인정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문제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사람들은 부모로부터 그렇게 듣고 배운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 부모말 잘 듣지 않으면 저런 삶을 살게 된다. 어째서 더 노력하지 않았는가. 학교다닐 때 더 성실하지 않았던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할 당시 어떤 사람들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다. 못살고 어렵고 열심히 살지 않았으면 당연히 그런 일들을 해야만 한다.

이를테명 징벌이다. 모두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 부자가 되어 잘 살려 노력해야지만 한다. 그것만이 삶의 목표고 의미다. 그런데 누군가 그것은 당위로부터 벗어나 있다. 잘살려 노력하지 않았거나 혹은 능력이 부족해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 더 힘들고 더 어렵고 더 열악한 직업들은 그에 대한 징벌이다. 그러므로 모두는 더 잘살려 더 힘써 노력해야지만 한다.

무의식이다. 더 가난하고 여유가 없는 조건에서도 별다른 위험없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보다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위험도 어려움도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때 유행어처럼 들렸던 말이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그러므로 부자가 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모든 문제는 아무렇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너무 당연해서 덧붙일 말이 없다. 만일 희생자가 부자였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공정성장론이 의도하는 바도 바로 그것이다.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모두에게 창업하고 부자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다. 또한 이 사회에 필요한 정의이기도 하다. 다만 이 사회가 가진 상식에 부합하는 정의다.

굳이 말꼬리를 잡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선의만을 읽는다. 그리고 그 선의에 내포된 비극성을 읽는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여유가 없으므로. 부자가 되지 못했으므로. 많이 배우지도 가지지도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은 그리 말했었다.

"우리가 벌받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각."

정치권이 조용한 이유가 있다. 보다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와 닿아 있다. 지엽말단을 건드려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감정을 건드려야 한다. 겉만 건드리거나, 아니면 그 핵심을 건드려 국민과 싸우거나. 동정은 쉽다. 현실이 어렵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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