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30 남성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극우화되어가는 이유?

가난뱅이 2025. 2. 4. 18:22

아주 오래전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엘리트 좌파였다. 흔히 말하는 오만한 진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었는데, 그런데 이 사람이 어느날 사람들에게 그리 물은 것이었다. 보수는 저리 쉬운데 어째서 진보는 이토록 어려운가? 보수는 주장도 행동도 저리 쉬운데 진보는 어째서 모든 과정들이 어렵기만 한가? 그래서 내가 그때 들려준 대답이 원래 그렇다는 것이었다.

 

당장 반PC주의를 주장하는 어느 젊은 남성의 한 마디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그러고 살아왔는데 괜히 쓸데없는 소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잘 살아오고 있는데 괜한 새로운 주장들로 인해 온통 시끄럽고 성가셔지고 있다. 즉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기는 해도 어차피 그동안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일들이고 그에 사람들도 적응한 상태라고 하는 전제 위에서 그저 새로운 주장이나 제안들에 대해 그 문제점만 지적해도 충분한 상당히 일방적이고 편리한 구조 안에 보수는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더 어렵고 더 복잡한 논리 없이, 자기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없이, 그냥 기존의 구조 위에서 상대를 공격하기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실제 그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2030 남성들의 태도 역시 대부분 그러했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오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비난하다가 정작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원래 그런 정당이라는 한 마디로 퉁칠 때가 많았다. 원래 그런 정당이니까 굳이 비판할 필요도 없고, 민주당은 그보다 더 잘해보겠다고 주장하는 정당이니까 하나하나를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그헌 행위 자체가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키고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모든 최선의 가정을 전제하여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최악의 현실을 전제하여 옹호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이 국민의힘은 기존의 모순되고 부조리한 현실을 대변하는 정당인 반면 민주당은 그것을 바꿔보자는 정당일 테니까. 그러니 뭐라도 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조금이라도 못한 부분이 있으면 민주당은 그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여긴다.

 

그나마 보수는 이렇고 극우는 이보다도 더 쉽다. 히틀러를 떠올려보면 된다. 마오쩌둥과 홍위병을 떠올려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아마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정의 어쩌고 떠들며 만들어서 방영하던 만화영화의 주제들도 그렇다. 주인공이랍시고 나오는 역시나 어린 새끼들도 입만 열면 정의를 떠들어대는데 결국 그 정의라는 것은 작품이 명시한 악당들을 때려잡는 것이다. 때로는 외계인이고, 때로는 역사 이전부터 존재한 신비한 세력들이었으며, 때로는 정신나간 과학자가 그 중심에 있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저 새끼들 나쁜 새끼들이니 정의로운 우리가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 여기에 더해 지금 너무나 선량하고 능력도 있는 네가 지금처럼 비루하고 한심한 처지로 내몰린 모든 책임이 그 나쁜 놈들에 있다고 하면 자신의 지금 처지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 새끼들 때려잡자.

 

미워할 대상을 만들면 된다. 증오할 대상을 만들면 된다. 당연히 그 증오는 공포에서 비롯될 것이다. 저 새끼들을 때려잡아야 내가 산다. 저 새끼들 때려잡으면 내가 지금보다 더 영광스러워질 수 있다. 이를테면 이준석의 세대포위론 이후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4050 세대들이 모두 물러나면 자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같은 것이었다. 4050 늙다리들이 능력도 안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꼼짝도 않으니 자기들이 그들을 모두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나아가 여성들을 모조리 몰아내고 자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도 쫓아내고, 조선족도 내보내고, 혹은 장애인이거나 성소수자거나 못배우고 거지같이 산다고 대우받는 패배자들이거나. 그래서 민주당에 이렇게 해달라 요구하는 2030 남성들을 가끔 보면 정작 자신들을 위해 이러저러한 일들을 해달라기보다는 쟤들 좆되게 해달라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얘들 내쫓아라, 얘들 처벌해라, 얘들 특권을 줄여라, 정작 그 특권이 뭔지도 정확하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2030 남성들을 특정하지 않을 경우 아직 사회적으로 약자인 청년세대들을 위한 정책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의해 실제 추진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힘은 그런 것이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적대하는 그들을 적대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얼마를 더 양보해야 하고, 얼마나 더 배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손해와 피해들을 감수해야 하는가는 꽤나 복잡하고 정교한 논리와 그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하기 위한 지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성가시고 불편하기만 한 과정들이란 것이다. 그에 비해 저 새끼 나쁘고, 저 새끼가 문제고, 그러므로 저 새끼만 때려잡으면 된다는 건 얼마나 쉬운가 말이다. 이게 다 페미들 때문이다. 이게 다 PC주의자들 때문이다. 게임이 실패한 이유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 바로 달리는 이게 다 PC가 문제라는 댓글같은 것이다. 더이상 고도의 분석과 이해같은 건 필요없고 하나의 적만을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만을 투사하면 그것으로 자신은 얼마든지 더 현명해지고 더 지혜로워지며 심지어 더 정의롭고 더 도덕적일 수 있다. 그런데 포기하는가?

 

지금 2030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1980년대에도 비슷한 놈들이 있었다. 들어는 봤는가 모르겠다. NL이라고. 지금은 흔히 주사파라고 부르는 그놈들이다. 임종석과 하태경이 그때 그 대빵 쯤 된다. 하는 짓거리가 닮아 있는 이유아. 전두환이 나쁘고 미국도 나쁘니까 김일성을 찬양하는 것도 만만세, 주체사상을 배우고 추종하는 것도 만만세, 자기들과 반대하면 같은 운동권이라도 가차없다. PD계열에서 NL이라면 지금도 이를 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다. 민노당도 통진당도 바로 그 해묵은 갈등이 원인이 되어 깨졌었다. 유시민도 그래서 머리채를 잡혔던 것이었고. 그러면 그때는 어째서 주장하는 것도 구린 NL이 더 대세가 되었던 것일까? 쉬웠거든? 간단했다. 그래서 편했다. 전두환 나쁜새끼, 박정희 나쁜 새끼, 미국 나쁜 놈들, 그러니까 북한 우리 편, 한 민족, 우리끼리. 그런데 그때 NL들이 지금도 그러고 다니는가? 일부 사회부적응자들이 그러고 다닌다. 직장도 얻고 가정도 꾸리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NL들은 지금은 더 평범한 사람들이 되어 오히려 이제는 그 나쁜 새끼들은 군사독재의 후신인 보수정당을 지지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비슷한 경로다. 다만 문제라면 그때 NL들이 나쁜 놈들이라 믿었던 놈들 가운데 박정희, 전두환은 진짜 나쁜 새끼들이었지만 지금 2030이 믿는 나쁜 놈들인 민주당은 과연 그러한가 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것도 이미 정착된 사회의 구조와 진보하고 있는 가치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아무튼 내 결론은 이거다. 지금 2030 남성들이 보수를 넘어서 극우를 추종하는 것은 원래 그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더 쉽고 편한 답을 찾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물론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항상 떠드는 말이 자기들이야 말로 단군이래 가장 고등교육을 받은 가장 똑똑한 세대라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그런 것치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 일차원적인 감정에 기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얘 나쁘고, 쟤 나쁘고, 저놈들 못됐고. 똑똑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정작 그 똑똑한 머리를 쓰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기보다 편향된 경우가 많다. 자기 분야에 더 열심이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공동체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게으르다. 당장 내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파편화된 개인들의 집합인 정의가 일방적인 방향성을 보이기 쉬운 것이다. 거기에 불을 지르는 것이 인터넷이고 유튜브일 테고. 특히 20대 남성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의 그것에 비해 3배나 높다는 것은 그를 보여주는 즐거일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얼마나 더 잘해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그들의 극우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수인가?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