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는 인종갈등이 없었다? 미쳐돌아가는 반PC
아무 생각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다가 아주 흥미로운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아마도 1990년대 거리 인터뷰인 것 같은데, 흑인과 백인들이 서로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하는 아주 훈훈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그리고 영상을 게시한 당사자나 거기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 다수는 이런 주장들을 하고 있었다.
"1990년대에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 인종갈등이 없었고 오히려 최근에 들어서 민주당과 오바마가 부추기고 만들면서 생겨난 것이다."
아마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어린 정도라면 뭔 개소린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조금 뜸해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것이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사고였고, 그로 인한 흑인사회의 집단적인 반발과 행동들이었을 텐데 이제와서 저따위 소리를 하는 놈이 있고, 그것을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놈들이 있다고?
지금도 당시 자기 동네를 지키겠다고 스스로 무장을 하고 옥상에서 경계를 서는 한국인 남성들의 모습으로 유명한 LA폭동이 일어난 해가 바로 1992년이었다. LA의 흑인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해서 집단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1990년대 초였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잊을 만하면 경찰에 의해 흑인이 부당하게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고, 그리고 역시나 그것은 흑인사회의 반발과 소요로 이어지고는 했었다. 오죽하면 지금도 흑인들이 당하고 있는 일상에서의 다양한 차별들이 코미디의 소재로써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고 있을 정도겠는가. 피의자가 흑인인데도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정중한 태도를 보이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이미 차별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다른 이들에게까지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에는 인종차별도 인종갈등도 없었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물론 흑인차별따위 없다고 주장하는 흑인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부시 행정부에서 꽤나 잘나갔던 곤돌리자 라이스 역시 그런 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흑인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서 학위도 받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흑인이라고 성공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흑인은 더이상 다른 흑인들처럼 차별받지 않고 오히려 백인들과 대등해지거나 오히려 그들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다. 그러니까 흑인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백인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던 흑인들이 오히려 같은 흑인을 차별하는 것이 꽤나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비유하자면 일제강점기 스스로의 능력으로 일본인들과 대등해진 조선인이 다른 조선인을 차별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보면 된다. 그런데 그런 경우를 예로 들어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대한 차별도 민족간의 갈등도 없었다고 하면 과연 진실이 되는가?
1990년대 한창 지역갈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을 때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영호남의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나름 히트한 것도 그런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다. 영남과 호남출신의 남녀가 부부가 되어 잘 사는 모습이 나오고, 영남과 호남의 경계에 사는 주민들이 이웃으로써 너나없이 화목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방송에서 보이니까 그때는 지역감정이 없었다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그런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방송에서 서로가 존중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감정의 골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1990년대에는 인종갈등이 없었다, 인종갈등은 민주당과 오바마가 만든 것이라 선동해버리면 그냥 어이가 없는 것이다. 아마 젊은 놈들이겠지. 반PC에 미쳐서 오히려 흑인이 우대받고 백인이 역차별받는다고 떠들어대는 노랑원숭이새끼들일 것이다. PC는 가짜다. 지구온난화가 가짜라는 트럼프와 잘 통하는 놈들이다. 그런 선동을 하는 놈들이나 거기에 넘어가는 놈들이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유튜브 영상 하나 이런 긴 글까지 쓰고 만다. PC도 상당히 맹목이라 꽤나 거슬릴 때가 있었는데 반PC는 그런 정도를 넘어서 아예 지성 자체를 부정 하는 느낌이다. 그냥 미쳤다. 반PC를 주장하는 미국 백인들이 아시아인을 끼워넣어 위하는 척 떠들어대니까 자기들이 명예백인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 일빠들인가? 일본애들 자랑이 자기들은 아시아인이 아니라 명예유럽인, 명예백인이라는 것이었는데.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 윤석열 이후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다. 참 심각하다. 웃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