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정치, 외교와 위선혐오, 인간 지성의 저열함
그동안 미국 대통령 가운데 힘을 앞세운 패권을 추구한 대통령이 아주 없었느냐면 그건 아니었다. 당장 레이건부터 그랬었고, 아들 부시 또한 그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최소한의 선만큼은 어떻게든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미국은 패권국가가 아니며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다. 세계의 평화를 지키면서 정의와 질서를 추구한다. 패권을 추구하더라도 그런 전체적인 틀 안에서 최소한의 명분은 지켜가며 행동하던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위선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 위선마저 사라졌을 때 세상은 어떻게 되는가?
특히 2030 남성들 가운데 그런 경우가 많다. 차라리 위선보다 악이 낫다. 위선은 혐오스럽고 차라리 솔직하게 드러내는 욕망과 충동, 본능이 더 호쾌하고 좋다. 악은 차라리 욕이라도 할 수 있는데 위선은 욕하기도 애매하니까 그냥 악한 쪽을 선택하겠다. 그래서 더 정의롭지 못한, 더 도덕적이지 못한, 더 윤리적이지도 못하고, 보편의 가치와 질서와 정의를 부정하는 집단을 위선을 응징하기 위해 당연하게 지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트럼프의 막나가는 짓거리들을 자기 대통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보라. 위선적이던 오바마와 그 위선조차도 사라진 트럼프가 실제 현실에서 보이는 짓거리와 아마도 돌아올 후폭풍들을.
미국이 알아서 관리중인 파나마운하를 아예 가져가겠다고, 우방인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까지 자기들이 가지겠다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맹국 캐나다를 자기들의 주로 만들겠다고, 그냥 이스라엘을 위해서 가자지구를 자기들이 가져가서 개발하겠다고, 일견 시원하다. 미국 정도 힘이 있는 나라가 그래도 되는 거겠지. 미국 정도 군사력과 경제력이 되는 나라가 굳이 남의 눈치 볼 필요도 없이 그렇게 시원하게 지르는 것도 한 편으로 멋지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그 후폭풍은? 그로 인해 세계질서에 끼치게 될 악영향들은? 그러면 이전 대통령들은 몰라서 안했었을까?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세부적으로는 오류가 있을 수 있어도 그러나 그동안 서구사회가 저질러왔던 실수들을 이제라도 하나씩 바로잡아보자. 그 가운데 환경도 있고, 평화도 있고, 서로를 존중하는 국제질서 또한 있다. 강자라고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않고, 하고 싶다고 막 내지르지 않는다. 그래서 위선이라고 이전 민주당 정부에서 하던 것들을 다 폐기하고, 심지어 공화당 정부들에서도 지키던 것들마저 모두 무시하고, 그래서 그 모습이 그렇게 후련하고 보기 좋은가? 그런데 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이 저러고 돌아다니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 그래서 내란을 지지하는 정당을 젊은 층 남성들에서 3배나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게다. 악한 게 차라리 답답한 위선보다 나으니까.
그런데도 중동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트럼프만이 할 수 있는 신의 한수다. 트럼프가 가자지구에 사는 난민들 다 주변나라들로 내쫓고 가자지구를 미국 소유로 한 다음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데 달리는 댓글들이다. 이게 지금 한국인의 지성수준이다. 남의 나라니까 힘있는 나라는 그래도 된다. 힘이 있으면 그렇게 쓰는 게 옳은 것이다. 이래서 구한말 조선의 지식인들이 친일로 돌아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삼 확인한다. 인간의 지성이란 참으로 저열하다.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