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서주대학살, 당시 학살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조선시대 여진부락을 토벌할 때 했던 일들이다. 일단 살던 사람들을 쫓아낸다. 그리고 살던 집에 불을 지르고 우물을 메운 뒤 갈아먹던 땅에는 소금을 뿌린다. 다시는 그곳에서 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원주민들이 통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니 굳이 저항하지 않는 사람까지 쫓아가서 죽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청나라 때 강희제가 오이라트부를 아예 씨몰살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워낙 오이라트부가 반복해서 반란을 일으키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고, 청나라 건국 초기 강남에서 저지른 학살에서도 어찌되었거나 모든 사람을 죽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죽인 숫자만 놓고 본다면 조조보다 더 많기는 했다. 그만큼 당시 강남의 인구가 후한말의 서주의 인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큰 도시 하나면 수 십만은 훌쩍 넘어가던 시절이었으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때의 학살은 이민족인 만주족이 한족의 왕조인 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역사상 초토화라고 하는 것들이 대개 이런 정도 수준들이었다. 오스만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을 때도 단지 일정기간 동안 약탈을 허락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다.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는 조금 더 상황이 끔찍하기는 했지만 이조차 이교도를 용납할 수 없었던 종교적인 이유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최소한의 포로와 같은 생존자를 남겨두기는 했었다. 학살의 규모도 최대로 잡아야 10만 이하였다. 정설로는 4만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교도인데도 그렇다. 더구나 이 경우도 예루살렘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 그런 것이었지 굳이 작은 마을까지 뒤져가며 일일이 학살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전근대사회에서 그러는 자체가 상당한 비용과 수고를 요구하는 고단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조조는 굳이 수 십만이나 되는 백성들을 일일이 찾아서 닭과 개까지 모두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고대사회에서 일상적이었다?
당장 삼국지를 보자. 삼국지의 인물들 가운데 그만한 학살을 저지른 인간이 또 있었는지. 심지어 낙양을 불사르고 수많은 백성을 죽음으로 내몬 동탁조차도 직접 백성들을 수 십만이나 살해하지는 않았었다. 낙양을 불사르고 저항하는 백성은 죽였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백성들을 장안으로 끌고가 자신의 백성으로 삼고 있었다. 수도 없이 서량병을 동원해서 주변의 고을들을 약탈하면서도 그것이 조직적인 학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그토록 조조빠들이 비웃는 원소는 또 어떤가? 공손찬이 욕을 들어먹는 것도 당시 명망이 높던 유우를 죽이고 사람들을 함부로 억압했던 때문이지 백성들을 함부로 학살해서는 아닌 것이다. 그래봐야 도적무리였던 장연이나, 동탁에 이어 서량을 장악했던 한수와 마초 등도 다르지 않았었다. 누가 또 조조처럼 백성들을 무참히 학살했었는가? 아, 있다. 항우. 항우가 당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더구나 수도 없이 유방을 몰아쳐 승리하고서도 끝내 패자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이유였다. 심지어 항우가 학살을 저지른 것은 조조보다도 4백년도 더 전이었다. 과연 조조의 학살이라는 것이 당시 기준으로도 얼마나 일상적인 것이었는가?
아니 조선의 세조처럼 자기가 왕이니까 마음에 안 들면 다 죽여버리겠다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그래서 과연 조조가 왕이기는 했는가 하는 것이다. 조조가 왕이어서 왕을 거스르는 백성들을 모조리 죽인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조조가 헌제를 받들면서 그 명을 받들어 황명을 거스르는 죄인들을 징치한 것이라 말한다. 그래, 황명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치자. 그래서 그것이 과연 헌제의 의지였는가, 아니면 헌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를 포위하고 있던 조조의 의지였었는가? 헌제가 백성들을 학살하라 지시한 것인가? 아니면 조조가 자의로 저지른 것이었는가? 무엇보다 조조가 처음 서주에서 학살을 저지른 것은 아직 헌제를 데려오기 전이었다. 그래서 조조 후방에서 연주의 고을들이 죄다 들고 일어나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될 뻔도 했던 것이었다. 왕도 아니고, 그저 일개 군벌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그래도 황제로부터 벼슬도 받았음에도, 나라의 구성원인 백성들을 학살한 것이다. 그냥 살지 못하게 쫓아내고 주거지를 파괴하는 정도를 넘어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인 것이다. 그런 행위가 어떻게 당시에도 일상이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조조와 같은 학살이 일상이었다면 최소한 정사든 소설이든 삼국지 안에서 그와 비슷한 사례가 보였어야 하는 것이다. 삼국지가 아니더라도 이후의 역사에서 그런 경우가 최소한 몇 번은 보였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실제 역사에서 보이는 학살들이란 이민족에 대한 것이거나, 혹은 이교도에 대한 것이거나,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거나, 그도 아니면 황제 개인이 미친 새끼여서 저지른 짓거리인 경우가 거의 대다수다. 그래서 그같은 학살을 저지른 놈들은 역사에서도 미친 놈이거나 폭군이라거나 하여튼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는 것이 또한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조조만 다르다. 조조의 학살만은 어떻게든 남들과 다르지 않은 지극히 냉정하고 이성적인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전략적 행동이었다. 이런 걸 이성이라고 논리라고 합리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기만일 따름이다.
조조와 비슷한 정도의 학살은 그런 점에서 거의 천 년 넘게 지난 명말청초나 아니면 태평양 전쟁시기에나 겨우 보이는 정도라는 것이다. 청이 강남을 점령하면서 저지른 학살과 일본군이 남경에서 저지른 학살 정도만이 그나마 조조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사이에 정신나간 인간들이 있어서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스케일적인 면에서 그와 비견하려면 이 정도는 끌고 와야 한다. 그래서인가? 굳이 이제와서 청나라를 긍정하려는 건 아닐 테고 역시 일빠인 것일까? 일본의 남경대학살을 긍정하고 싶은 것인가? 하긴 일본군위안부도 역사적 사례를 들어 일반적인 경우였다며 옹호하고 나서는 일빠새끼들이 적지 않기는 하다. 다 늙은 새끼가 저따위 소리 지껄인 거 보고 있으면 역시 그런 새끼였구나.
다시 말하지만 당시는 물론 이후의 역사를 보더라도 조조 정도의 학살이란 그리 흔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 정도 규모로 그렇게 잔혹하게 사람을 죽여댄 경우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국의 백성을 상대로 저질러진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아, 있구나. 4.3 제주도 대학살. 이걸 빼먹을 뻔했다. 결국 이게 의도였을까? 이승만과 조병옥을 미화하고 싶었다. 그런 의도라면 이해가 된다. 제주도민을 모두 씨몰살하려 했던 의도도 일반적인 것이었다. 개새끼들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