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취미생활과 유비라는 인간이 가지는 매력
유비가 멋진 옷과 개와 말, 음악을 좋아했다는 기록을 두고 돗자리를 만들어 팔았지만 가난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모양이다. 하긴 그럴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신을 삼고 돗자리를 짜서 팔던 주제에 무슨 옷이고, 개고, 말이고, 음악일 것인가?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그런 것들도 좋아하고 즐겼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아도 일단 좋아하는 건 해야 하는 사람들.
한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했을 것이다. 돈도 좆도 없는 주제에 명품만을 찾는다. 버는 것도 쥐뿔도 없는 주제에 사치스러운 것들만 즐긴다. 아니 세월호참사가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는 이혼하고 위자료도 제대로 못 주는 주제에 국궁을 취미로 삼는다고 지랄하던 새끼들이 있었다. 물론 맞다. 인간은 일차적인 욕구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살아야 한다. 안전해야 한다. 그러고 난 다음에 다른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흔하지는 않지만 그런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존재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 당장 하루 한 끼 라면만 먹더라도, 아니 이틀에 한 번 죽지 않을 만큼 설탕물로만 연명하더라도 다른 누구도 자신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초코파이만 먹고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눈으로 보고 확인했던 적이 있었다. 진짜 우유도 없이 초코파이만 먹고 살고 있더라.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가 있었거든. 그런데 자기 벌이가 그다지 충분치 않으니 다른 곳에서 아껴서라도 그를 누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물론 굳이 자기가 좋아한다고 사서 즐길 필요는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중고시장이 의외로 당시에도 제법 발달해 있었으니. 그렇게 먹는 것까지 아껴가며 어떻게든 필요한 것들을 사서 즐기다가 진짜 중요한 순간에는 그동안 사서 모아 놓은 것들을 그 시장에 내다 팔아서 부족한 비용을 마련한다.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오타쿠들이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굶어서 배고픈 것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저것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더 안타까운 것이다. 당장 먹은 것이 없어서 눈앞이 어찔한데도 그것을 위해서 그나마 있는 것들마저 내다 팔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뭔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수호전과 같은 유협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인물상이기도 하다. 가진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으면서 멀리서 대단한 사람이 왔다고 하니 있는 것이라도 팔아서 대접하고자 한다. 아니 아예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그 사람을 대접해야 한다는 강박마저 느낀다. 실제 유비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사귀는 것을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동시대의 인물인 동탁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당시 서량의 이민족 추장들이 동탁을 찾아왔을 때 마침 밭을 갈고 있었는데 대접할 것이 없으니 그 소를 잡아서 대접했다고 한다. 당장 그 소가 없으면 밭을 갈 수 없을 텐데도 그렇다. 그러니까 동탁이 서량의 맹주가 되고 나아가 서량의 군사를 이끌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공통점은 무언가면 나 자신보다, 나라고 하는 개인의 생존이나 안전보다 더 중요한 다른 추구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비가 당시 좋아하고 즐겼다는 저 모든 것들은 원래 돈도 좀 있고 신분도 어느 정도 되어야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유비 스스로도 자기는 장차 화려하게 장식된 수레를 타고 다닐 것이라 말했다지 않은가.
요즘 말로는 아마 이런 것을 허영이라 부를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다른 발로 호방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취직도 못했는데 항상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먹은 것도 없는데 오히려 더 멋지게 세련되게 머리도 만지고 몸도 깔끔하게 다듬는다. 그리 비싼 것은 아닐지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시계 하나 쯤 손목에 제대로 차고 다니기도 한다. 뭔 헛바람이냐고 그럴 수 있겠지만 그렇게 평소 자신을 잘 가꾸는 사람은 그것이 평소 몸가짐으로도 드러나는 법이다. 가난한데도 먹는 건 제대로 차려먹어야 한다던 어느 가장의 이야기가 괜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인물이었으니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조차 천하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일 테고, 싸움에 져서 맨몸으로 쫓겨다닐 때도 천하에 대한 뜻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유비의 성격이 관우와 장비, 그리고 조운과 같은 인물들로 하여금 어떤 경우에도 그를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것일 게다. 이 사람이라면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이 되든 아니면 뒷골목 허풍선이로 끝나든 뭐든 될 것이다. 가장 의미없는 것은 그냥저냥한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고 끝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의외로 유비같은 경우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의외로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경우가 드물지 않게 보일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그러한 성향이 더 큰 무언가를 위한 포부로 이어지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유비는 그런 경우였고, 오타쿠들은 그냥 방구석에서만 끝나는 존재들이었을 뿐. 그래서 과연 돈이 많아야만 멋진 옷과 개와 말과 음악들을 즐길 수 있는 것인가. 주위에 친구가 많다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짚신이나 삼고 돗자리나 만들면서도 그럴 수 있다는 자체가 유비라는 인물이 가지는 매력일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생각나서 끄젹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