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구개발이라는 이름의 낭비,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와 인텔과 보잉

가난뱅이 2025. 3. 23. 02:26

지금 유럽국가들의 군사력이 처참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이유는 단 하나다. 군사력에 투자하는 돈이 낭비로 보인다. 사실 그럴만도 하다. 군사력이라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야지만 의미가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가치도 없는 일에 돈을 쏟아붓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상 많은 나라들이 전성기를 지나 더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군사력에 소홀하다가 결국 그로 인해 멸망에 이르고는 했었다. 고대 지중해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더이상 러시아와 전쟁을 하거나 할 것도 아니고 군사력에 쓸 적지 않은 돈을 다른 데 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일견 합리적이지만 러시아가 실제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미국이 유럽을 버리는 듯한 행보을 보이면서 비로소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자기 나라를 자기 힘으로 지켜야만 한다.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대부분 연구개발은 일정한 성과 없이 그자 돈과 시간만 쓰고 끝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없던 것을 만들고 모르던 것을 알아내고 하지 않던 것을 하는 과정 아니던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원리를 밝혀내고 그를 응용하는 방법까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실패가 없으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더구나 무엇보다 항상 모두가 납득하고 인정할만한 연구주제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나 항상 의미있고 가치있는 그 결과 더 큰 이익으로 이어질 연구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해외토픽에나 나올만한 별 생뚱맞은 연구도 사이사이,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주인 것처럼 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뜻밖에 적지 않다. 그래야지만 지금의 연구팀을 유지하면서 연구역량도 정비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테니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연구개발이라는 게 평소에 하는 일 없이 놀다가 필요할 때만 불러서 시키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에 대한 스킬도 쌓아가야 한다. 해당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나 과정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더불어 그 결과로 얻어진 데이터 역시 제대로 분석해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건 그저 책으로만 혹은 강의만 들어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수롭지 않고 그저 돈낭비에 지나지 않더라도 실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습득해야 하는 말 그대로 스킬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말만 들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은 주제에 대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연구개발을 진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당장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일론 머스크에 의해 불필요하다 판단한 연구들이 중단되자 미국내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상황이 그 직접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연구를 중단한 순간 장차 미국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연구에 종사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줄 연구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경쟁상대가 될 다른 나라로 떠나려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미국 정부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끊자 다수의 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경쟁상대인 중국과 유럽으로 떠나려 하는 중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인력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러나 한국은 이미 윤석열이 선제적으로 작살내 놓은 상황이라. 그리고 그것은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항상 모든 신기술이 시장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당장 특허청만 들어가 봐도 한 해에 수도 없이 많은 특허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그 가운데 실제 상품화되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는 것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도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하물며 어떤 것들은 단지 흥미본위로, 연구개발팀 자체의 호기심이나 충동에 의한 것들일 수 있다. 이런 것도 있으면 재미있겠다. 저런 것도 만들어 보면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찾아지는 것이고, 아니더라도 필요한 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입할 수 있는 인력도 걸러지고 길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기술을 중요시하는 기업들에서는 철저히 연구개발진들의 자율성을 북돋고 보장하고 있었다. 오래전 미국 기술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을 때도 아무나 필요하면 자재나 설비들을 이용해서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제재가 없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게 가능할까 싶은 신기술들도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고는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효율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될 것 같은 연구에만 돈을 지원한다. 성공할 것 같고 돈이 될 것 같은 기술개발에만 인력을 투입한다. 그 외에는 전혀 어떤 투자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연구인력을 놀리고 설비와 자재를 방치하더라도 낭비를 줄이기 위해 더이상의 연구개발에 돈을 쓰지 않는다. 물론 그런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실제 연구개발에 쓰이지 않는 인력과 설비와 자재는 낭비이므로 하나씩 배제되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새로운 것도 나오지 않고, 기존의 것들을 개량하고 발전시키려 해도 그 역량이 보존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보잉과 인텔이다. 삼성도 지금 그 대열에 합류하려는 모양이다. 재무계열에서 기술기업의 경영을 맡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흔한 부작용일 것이다. 돈을 아끼려다 가능성까지 팔아먹는다. 그런데 그런 짓거리를 나름 엔지니어 계통일 일론 머스크가 저지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골때리는 상황인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너무 성공하는 연구만 하려 한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정치인과 대중들은 낭비가 많다고 줄여야 한다 이야기한다. 민주당 정부와 보수당 정부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민주당 정부는 실패하더라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를 거리껴하지 않고, 보수장 정부는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연구들을 중단시킨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적 역량은 언제 길러졌는가? 그런데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안된다며 핏대를 올리는 것이 보수정당과 그 지지자들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정당 지지자 가운데는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추종자가 그리 많다. 똥을 싸도 그들은 옳다. 웃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