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미국 민주당의 패배, 트럼프의 승리가 반PC여야 하는 이유
최저임금이나 노조에 대한 태도, 그리고 건강보험 등에서 볼 수 있 듯 분명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노동자의 입장을 더 고려해 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어째서 노동자들은 그런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을 지지한 것인가?
한국인들에게 미국 공화당보다 민주당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일단 첫째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 전쟁이 많이 일어났다. 물론 거의 명분도 있고 이유도 있는 전쟁들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미국 공화당에게는 전쟁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더해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역에 있어 한국정부를 비교적 덜 압박한다. 한 마디로 자기들 물건 더 사라고 괜히 지랄하는 경우가 그나마 조금은 덜하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면 미국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이 자유무역에 대해 조금 더 우호적이란 뜻이다. 정확히 세계화에 적극적이다.
세계화란 무엇인가. 세계를 하나의 경제단위로 설정하는 것이다. 더 싼 곳에서 상품을 사서 더 비싸게 사는 곳에 파는 것처럼 생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에서 생산을 하고, 그것을 더 비싸게 사 줄 수 있는 곳에서 판다. 물론 그래서 좋아진 점도 있다. 이를테면 내가 어릴 적 땅콩샌드에는 땅콩잼이 그야말로 한 줌 겨우 들어가 있었다. 붕어빵에도 팥소가 진짜 쥐똥만큼 들어가 있었다. 붕어빵을 어디부터 먹는가는 팥소가 어디에 몰려 있는가와 관계가 있는 논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라. 중국에서 수입해 와서 땅콩도 싸지고 팥도 싸졌다. 옷도 봄가을 옷이면 그냥 한 해 잠깐 입는다고 거의 일회용 가깝게 싼 것 사서 입고 버려도 될 정도로 어마무지하게 싸졌다. 전자제품들은 또 어떨까? 덕분에 노동자들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보다 더 나은 수준의 소비가 가능해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노트북은 진짜 돈 있는 놈들이나 쓰던 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거의 반값도 안되게 싸졌다. 기술발전도 있지만 그만큼 생산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면 이전까지 그 제품을 생산하던 사람들은 어찌되는가 하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로 한창 시끄럽던 무렵 마스크가 충분치 않아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동안 단가가 안 맞는다고 죄다 수입해 쓰다 보니 정작 국내에 마스크 생산시설이 충분치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전에도 마스크는 만들었을 텐데 인건비에서 비교가 안 되니 그냥 중국에서 싸게 사서 쓰는 것을 선택한다. 내가 값싸게 입는 트레이닝 바지도 원래는 우리나라에서 싸게 생산해서 파는 공장들이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단가에서 경쟁이 되지 않으니 어차피 팔리지 않을 것 더이상 만들지 않게 된다. 아예 공장문을 닫기도 한다. 그러면 당연히 그들 공장들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중국산 상품들을 싸게 살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정작 노동자 자신이 그 상품들을 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 역시 다르지 않다.
애플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번다. 그래서 애플의 주력상품들은 지금 어디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는가? 엔비디아 주가가 그렇게 올랐다는데 그 엔비디아의 제품들은 어느 나라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가?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 하는데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실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기는 한 것인가? 일자리가 늘어나면 급여나 처우는 과연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괜찮아질 것인가? 그래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해외에 있던 자국 기업 공장들을 다시 다 미국으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무리할 정도로 강제했던 것이었다. 그 무렵 TV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지금도 기억한다. 미국이 더 잘 살기 위해서 조금 비싸더라도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미국 시민들의 움직임이었다. 안 그러면 미국 시민들 자신이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그것이 보편타당하게 옳다는 이유로 세계화를 추구하는 정당을 노동자들은 어떻게 여길 것인가?
물론 공화당이라고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그래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었다.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기는 했지만 트럼프라는 인물 자체가 원래 공화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과 충돌도 많이 했고 갈등도 많이 빚었었다. 그런 만큼 기존의 정치권의 문법과 크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런 트럼프가 외친 첫 일성이 바로 아메리칸 퍼스트! 미국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 미국의 이익만을 먼저 생각하겠다. 그래서 기존의 공화당 정치인들과 달리 미국이 그동안 치르던 전쟁들도 빠르게 종식시키고 있었다. 굳이 미국에 직접 이익도 되지 않는 전쟁들에 더 이상 미국의 돈과 미국 젊은이들의 아까운 생명을 희생하지 않겠다.그리고 도저히 트럼프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바이든으로 돌아서고 난 뒤 다시 그런 트럼프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차라리 나쁘지 않다.
해리스가 불법이민자들을 받아들인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그마저도 제대로 못해냈을 정도로 해리스가 원래 무능했다. 그런데 자기가 무능하면 일선의 담당자라도 유능하면 되잖은가? 그러면 두 번째 불법이민자들도 결국 히스패닉이니 민주당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불법이민이면 시민권도 없는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 결국은 뭐냐면 불법이민자들의 역할이다. 한국사회에서 불법체류자들이 가지는 역할이기도 하다.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이다. 법망을 벗어나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에도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임금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지만 결국은 그로 인해 임금의 하방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들인데 불법체류자들이 있기에 오히려 최저임금보다 더 적게 줘가며 부리는 농어촌과 물류센터의 일용직이 그것이다. 필리핀인 가정부를 두고 공정한 좋은 정책이라고 좋아하는 놈들이 있던데 조선족 출신 가사도우미들이 어째서 한국사회에서 질시의 대상이 되었는가 떠올려 보라. 특히 그런 사람들과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입장이 되면 열불 터지는 것이다. 한 달에 못해도 몇 십만 원은 더 받을 수 있는데 저 사람들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사실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삼성도 스마트폰은 거의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서 세계시장에 내다판다. 현대자동차도 국내공장에서는 더이상 신규채용이 없다시피한 지가 꽤 되었다. 역시나 2030 남성들이 일자리 없다고 지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은데 세계화랍시고 여기저기다 지사를 내고 공장도 짓고 하느라 정작 국내에서 더이상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젊은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을 두고 대기업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지 중소기업에 일하라고 그런다고 반발하던 게 그놈들이다. 그것들 정권 바뀌고 다 없애니까 비로소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좋아하던 놈들이다. 아무튼 인건비도 더 싼 곳에 지사도 내고 공장도 짓고 하다 보니 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지는데 정작 국내의 노동자들에게는 일자리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그저 중국산 싼 물건들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좋아졌다 해야 하는 것인가.
2030 남성들이 현실이 이럼에도 굳이 트럼프의 승리를 반PC의 승리로 포장하고 싶은 진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누가 더 세계화에 적극적인가? 적극적이나마나 우리나라에서는 세계화는 그냥 필수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아예 정권차원에서 삼성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적극 등을 떠밀고 있기도 했던 것이었다. 국내에 더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해외에 공장을 짓도록 하고 있었다. 더구나 지난 정부에서 그나마 국내 소부장산업을 성장시켜보겠다고 정부에서 지원하던 것들마저 모조리 철회하고 폐기한 상황이다. 물론 2030 남성들은 환호한다. 어차피 더 좋고 더 싼 물건이 있는데 국내에서 다 생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일본에 머리를 조아려서라도 그런 물건들을 사서 쓰는 것이 옳다. 이해가 되는가? 일본에 대한 태도에서부터 그들은 세계화를 비판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반PC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설명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결국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노동자의 권익에 관심을 가지기는 하는데 그놈의 노조라는 걸 만들 수 있는 직장부터가 당장 노동자인 미국 시민들은 아쉽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고 높은 임금을 보장받더라도 불법이민자들의 존재가 자신들의 위치와 임금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민주당의 세계화가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트럼프의 극단적인 자국우선주의가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에 노동자를 위한다면서도 세계화로 인한 자본의 이익에 더 우선한 결과가 지난 대선이었던 것이다. 자기당을 지지하고 있는 흑인과 무엇보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이 최저임금을 올린 만큼 더 저렴한 노동력을 위해 국경을 열어 놓는다. 지지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그렇게 한국 반PC 2030남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반PC적인 인물인가? 미국 기준으로는 그럴 지 모른다. 정확히 미국 기준으로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에서 반PC란 남부의 근본주의 개신교의 논리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 대부분 PC라는 자체가 아직 미국사회에서 지배적인 주류개신교의 논리와 주로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주류사회에서 그같은 근본주의적인 논리는 비주류로 밀려난지 아주 오래인 터다. 하지만 트럼프는 반PC의 상징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애잔할 정도다. 그래서 오바마가 PC의 투사가 되어 가고 있다. 만악의 원인이 되어 간다.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