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인은 명예백인? 반PC주의자들의 대단한 착각
1990년대 지금도 회자되는 군가산점 판결 당시 여성주의자들은 장애인을 함께 앞세우고 있었다. 여성 뿐만 아니라 장애인 역시 군대에 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무원 임용에서 군가산점으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다. 그래서 과연 당시 여성주의자들은 진심으로 장애인들의 입장까지 생각해서 재판에 앞세웠던 것이었을까? 여성주의자 가운데 성소수자나 장애인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후로도 장애인 이슈에서 여성주의자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면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한국 반PC주의자들이 크게 착각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인들에게 페널티를 주고 있는 것을 백인 반PC주의자들이 앞세우고 있으니 반PC주의가 PC에 비해 아시아인에게 더 우호적이라 여기는 것이다. 실제 흑인이나 히스페닉에 비해 아시아인들, 특히 동북아인들의 피부가 더 흰 편이기도 하고, 어려서부터 서구문명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고방식을 흡수하다 보니 아시아에서 주류인 자신들이 미국에서 비주류인 흑인이나 히스페닉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한 마디로 아시아인은, 특히 동북아시아인들은 흑인이나 히스페닉같은 미국내 비주류 유색인종들과 다른 과거 일본이 탈아입구를 외치며 주장했던 명예백인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흑인과 히스페닉 등 비주류 유색인종들에 우호적인 PC주의보다 그를 부정하는 반PC주의가 훨씬 더 자신들에게도 유리하다.
그것을 더이서 바로 엿볼 수 있는가면 헐리우드 영화에서 흑인이나 히스페닉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경우 해당 배우의 외모나 피부색을 가지고 차별적인 언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모습들이 바로 그 증거들인 것이다. 흑인과 히스페닉은 못생겼고 심지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며 백인은 우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 전국시대에 흑인이 등장한다고 난리가 난 것도 그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백인이 사무라이로 등장한 만화나 영화가 얼마나 많았었는데. 역사왜곡으로 따지면 중국 삼국시대에 일본인 고딩들이 타임슬립해 가거나,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어린 시절 표류해 온 칭기즈칸과 만났다는 것 등 따져보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 게임과 영화에서 그렇게 역사적 사실들을 디테일까지 따져가며 즐겼다고 왜곡을 이유로 비판하는 것인가. 그냥 흑인이 싫다. 히스페닉이 싫다.
그래서 과연 반PC주의를 주장하는 미국의 백인들은 아시아인을 진정 자신들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가?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흑인만큼이나 모욕적일 정도로 차별적으로 그려졌던 것이 바로 한국인과 일본인들이었다. 그나마 일본은 좀 사정이 낫고 한국은 거의 듣보잡 수준이라 어디 근본도 없는 영화 하나에서 한국인이 매우 대단하게 묘사되었다고 꽤나 화제가 되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영화도 정작 내용을 보면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에 더 가깝게 묘사되고 있었다. 반PC주의에 동참하면 아시아인들도 백인처럼 흑인이나 히스페닉과 달리 그보다 우월한 존재로써 대우해줄 것이라 착각하는 모양이다만 글쎄... 하긴 아시아에서 만든 게임에서도 정작 캐릭터들은 거의 서양의 그것에 가깝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상관은 없겠다. 백인처럼. 그러니까 백인이 우월하다.
아무튼 그래서 웃긴다는 것이다. 그래봐야 아시아 몽골리안 주제에 남의 나라에서 영화에 백인을 캐스팅하는지 흑인이나 히스페닉을 캐스팅하는지 왜 그리 난리들인지. 게임에서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을 등장시키는 것에 어째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원래 게임이든 영화든 만화든 잘만 만들면 뚱뚱해도 매력이 있고, 땅꼬마라도 재미있고, 게이든 트랜스젠더든 상관없이 재미있다. 잘만들면 재미있고 못만들면 재미없다. 그런데 만들기도 전에 인종부터 따지고, 즐기기도 전에 성정체성부터 문제삼고, 보기도 전에 캐릭터의 외모부터 시비건다. PC가 문제인 것일까? 그같은 맹목적인 반PC주의의 선동이 더 큰 문제인 것일까? 선동이라 말하는 이유는 정작 그 PC라고 하는 실체부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냥 뭐든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죄다 PC다. 자기들이 싫으면 PC, 좋으면 반PC. 누가 더 미친 것인지 경쟁하려는 것인가.
그래서 뭐가 더 중요한가. 흑인인가? 백인인가? 히스페닉인가? 캐릭터는 뚱뚱한가? 날씬한가? 가슴이 큰가? 엉덩이가 빈약한가? 호모섹슈얼인가? 헤테로 섹슈얼인가? 남성인가? 여성인가? 정체성정치를 그리 욕하더니만 자기들이 그 짓거리 하고 있는 중이다. 검열이라는데 자기들이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검열을 시도하고 있다. PC가 들어있는가 아닌가는 단지 부차적일 뿐 그 본질 자체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둘 다 똑같다는 것이다. 더구나 타인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에서 반PC는 그보다 더 고약하다 할 수 있다. 인종과 성정체성과 외모에 대한 차별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저지를 수 있는 아마도 역사상 최초의 집단이 아닐까. 아니다 기독교가 있었구나. 배경에 뭐가 있는가 짐작해 볼 수 있다. 결국은 차별금지법, 바로 기독교가 가장 혐오하는 그것이 목표일 것이다. 1990년대 영지주의 선동의 재현일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