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내가 안철수에게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
바로 '무릅팍도사'다. 많은 사람들이 '무릎팍도사'에 나온 안철수를 보며 크게 기대를 가졌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거꾸로였다. 아마 여기나 다른 블로그나 전에 이 말을 했었던 것 같다.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말하는 것을 듣고 저 사람은 아니다 여겼다고. 정확히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하기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대통령되겠다고 나선 순간 생각나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다.
아마 당시 말했던 대략의 내용이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에서 의료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겪은 한 토막이었을 것이다. 약을 공짜로 주었더니 필요도 없는 약을 받아가서는 서로 나누어갖더라. 그래서 약값을 100원이라도 받았더니만 그런 일이 사라지더라. 그리고 뒤에 몇 마디 덧붙였던 것 같은데 이 자체로 큰일나겠다 싶었다. 그야말로 타인을 철저히 대상으로써만 여기는 것이었으니까.
예를 들어 나만 하더라도 내가 약을 공짜로 주는데 필요없는 것까지 가져가서 나누는 행동을 한다면 먼저 왜 그러는지 물어봤을 것이다. 물어본 다음에 혹시라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해시키고 설득하려 시도했을 것이다. 그 고작 100원 때문에도 정작 약이 필요한데 달라고 하지 못할 사람이 현실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마주보며 이해하고 이해시키고 그것이 원래 함께 살아간다는 뜻인 것이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가진 수단을 이용해서 상대를 억압하고 제약하고 길들이려는 시도는 동등한 인격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본다. 불쌍한 사람들을 돕겠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베풀겠다. 그런데 정작 그 대상인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 자신의 선의에만 취한다. 자신의 선의에만 취해서 정작 그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선행인데 사실상 폭력과 같다. 가끔 복지시설에서 유명정치인들이 보이는 추태가 그런 연장이다. 나는 선의로 베푸는데. 그 베푸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일방적인 선의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실에 분노하며 오히려 대상들을 억압한다. 단지 정도와 방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당시부터도 어쩌면 안철수와 같은 사람은 복지정책에 크게 관심이 없을 것이다. 관심이 없기보다 쓸데없는 곳에 돈이 나가는 것에 불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낭비가 없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럴 수 있도록 사람들을 유인하고 억압하고 강제한다. 보다 아름다운 완결된 질서의 세계를 위해서. 사실 이게 권도다. 왕도와 패도 사이의 권도가 이것이다. 유럽에서는 마키아벨리스트라 부른다. 인간을 조종의 대상으로 본다. 이용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복지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무서움이 있다. 그마저 사람들의 판단은 혼란시키고 왜곡시킨다.
그런데 차마 어디가서 이 사실을 말하기 꺼려졌었다. 내가 안철수를 얼마나 싫어하는가를 먼저 보여버린 탓이었다. 나 자신도 안철수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혹시나 그로 인한 선입견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분명 당시까지 나 역시 안철수를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정치인으로서는 곤란하겠다. 이제야 비로소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선입견은 분명 아니었던 모양이다. 확신을 가져간다. 어쩌면 내가 당시 '무릎팍도사'에서 보았던 안철수의 모습이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어떤 사람들의 특징이다.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그래서 태연히 거짓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속을 것이라 생각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모면을 위해서 거짓말이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타인도 자신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과정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그때 느꼈던 인상이 갈수록 크게 다가오고 있다. 내가 의외로 이런 때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 그런 것을 무엇이라 말하는가는 지나치게 한 사람에 대한 폄하가 될 수 있으므로 알아서 찾아볼 수 있도록 비워둔다.
그냥 대충 거짓말해도 사람들이 믿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을 믿고 그러는가 싶었더니 전부터 그래왔었다. 어제 한 말이 다르고 여기서 했던 말이 다르고 그런 주제에 확신과 고집만 쓸데없이 세다. 자기에게 불리한 질문은 애써 외면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사안은 은근슬쩍 비껴간다. 그래도 통한다. 그래도 받아들여진다. 그냥 오해이기를 바라겠다. 워낙 안철수를 싫어해서. 사실이면 너무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