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연히라도 내 앞에서 전두환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얼굴에 오줌이라도 갈기고 싶은 생각이 지금도 굴뚝같다. 인간에 대한 존중? 죽어가는 이에 대한 배려? 늙고 병든 약자에 대한 연민? 그건 '우리'에 대해서나 해당되는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 대중들은 난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진보입네 개혁입네 하던 인간들도 난민들이야 당장 어떻게되든 우리를 위해 모두 쫓아내야 한다 목소리를 높이기에 급급하다. 왜냐면 남이니까. 어차피 나와 상관없는 남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집시 소녀가 물에 빠져 죽은 옆에서 백인들은 태연히 일광욕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집시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물며 적이다. 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악이다. 서로 용납해서도 어울려서도 안되는 대상이다. 그만큼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방향으로 감정적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의 일상에 위해를 끼칠지 모르는 난민들을 당장이라도 이 나라에서 내쫓아야만 한다. 한 발도 이 나라에 발을 딛지 못하게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더구나 개인이 아닌 공인이다. 공적인 대상이다. 대통령이란 어쩌면 큰 일이 일어났을 때 대신해서 욕먹으라고 있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직접 잘못하지 않았어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욕을 먹어야 한다.


그러고보면 노무현 때도 노빠들과 사이가 틀어졌던 계기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었다. 정치적으로 견해가 전혀 다르면 당연히 대통령도 비난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욕도 할 수 있다. 내가 지지하기에 나는 옳다 여기지만 그렇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나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아직도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다지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싶은 생각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는 굳이 반대해야 하는 시위가 있고, 나서서 지지해주어야 하는 시위가 있고, 그냥 아무 관심없이 흘려보내야 하는 시위가 있다. 그리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설사 내가 동의하지 않는 시위라 할지라도 최소한 그 의도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말하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그것이 옳았던 모양이다. 그리 절박했던 모양이고 그래서 그렇게까지 나서야 했었던 것인지 모른다. 굳이 반박까지 하지 않는 것은 내가 귀찮기 때문에. 나와 직접 상관이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런 시위 현장에서 무슨 구호가 나왔든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시위다.


대통령 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당연히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비판도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을 욕했다는 그 자체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내가 보기에 옳지 못한 이유로 시위를 했다 해서 그 의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는가 보다. 그냥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는가 보다. 굳이 누군가 의견을 물으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옳지는 못하지만 시민으로서 권리는 인정한다.


그래서 더 웃기는 것이 자신들이 주도한 시위 과정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고 일부러 수정하고 해명하려는 일부 인사들이다. 굳이 해명해야 할 발언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 정히 문제가 될 것 같은 발언이면 자기들이 나서서 솔직히 사과하던가. 그런 식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비겁함이 자신들이 시위하는 정당성마저 훼손하고 만다. 그만한 용기도 자신감도 없이 어떻게 거리로 나가 구호를 외치는가. 대통령이 만만한가.


대통령 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예 반인륜적인 내용이면 모를까 집회의 자유도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인정할 수 있는 자신들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다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모욕에 무덤덤한 이유다. 나도 이명박과 박근혜를 그만큼이나 싫어하니까.


모든 국민이 대통령을 좋아할 수는 없다. 지지할 수도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다. 모욕하고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할 수 있다. 세상에는 참 여러 사람들이 살아간다. 일일이 관심을 가지기에는 내 일상이 너무 분주하다.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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