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를 기를 때도 조른다고 다 들어주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들어줄 것과 들어줄 수 없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야만 한다. 때로 야단도 치고, 때로 주의도 주고, 때로 조건도 달고, 해달라는대로 무조건 다 들어주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길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아이도 아닌 어른들 사이의 협상은 어떨까?


그만한 것을 가지고 요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기본은 하는 비례의 원칙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조건인가. 따라서 충분히 고려하여 받아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제안일 수 있는가. 그래서 중간에 타협도 한다. 서로 적당히 양보할 것은 양보해가며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으로 다듬어낸다. 그래서 서로 납득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이 합의가 된다. 무조건 주장한다고 다 들어주는 것이 협상은 아닌 것이다. 당연히 협치도 아니다.


경찰수사도 끝나지 않은 사안이다. 더구나 그렇게 국회까지 공전시켜야 할 만큼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도 아니었을 터다. 만일 그만한 무게를 가지는 사안이라면 그것은 지난 대선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최소한 드루킹의 댓글조작이 지난 대선에서부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을 때 다른 모든 국회활동을 정지시킬만큼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실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언명한 바 있었다. 그래서 과연 그같은 주장이 정당한가.


원래 조선일보는 그런 것들이었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도 그런 매체들이었다. 그래서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한겨레와 경향이 얼마나 대통령을 증오하고 혐오하고 있는가. 얼마나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가. 협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한국당과 협상해서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협상이란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협상하라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이 조건없는 특검을 받아들여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다 주장하는데 그같은 요구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합리적인 것인가.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그같은 요구 자체가 국회를 볼모로 잡을만한 중대한 것이었는가. 바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언론보도를 떠올려본다. 세월호특별법으로도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허락받지 못했었다. 지금 드루킹 특검이 그보다 더 중대한 절체절명의 사안인가. 무엇보다 집권여당으로서 심지어 청와대까지 겨냥하여 대선 자체를 문제삼으려는 야당의 의도를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여야 할 당위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런데도 정작 자유한국당을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바만 따라 읊으며 청와대와 여당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대로 들어주면 지난 대선의 정당성까지 문제삼는 특검이 시작될 것이고,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국회공전의 책임은 여당인 민주당에게로 모조로 떠넘겨진다. 사실 그래서 민주당으로서도 전혀 손해인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 해도 자유한국당과 언론의 집중공격을 당하는 것은 같다. 차라리 되도 않는 특검으로 지난 대선에 대해서까지 온갖 근거없는 비방을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듣느니 지금의 대치상황을 이어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인, 아니 역사적이기까지 한 이슈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청와대와 정부를 흔들려는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지난 대선까지 뒤지겠다고 청와대를 들쑤시면 과연 정부가 지금의 역사적 이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분명 언론도 알 것이다. 특히 그동안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진보언론이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괘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만 끌어내릴 수 있으면 북한문제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북미정상회담이야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않는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군사행동이 이어지더라도 문재인 대통령만 끌어내릴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그리고 아예 노골적으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나 언론을 통해 그렇게 말해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협치해야 한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대로 들어주어야 한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국회를 볼모잡을만한 사안으로 국회를 볼모잡으라는 것이다. 국회를 공전시킬 정당한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국회를 공전시켜야 그래도 이해도 하고 납득도 한다는 것이다. 드루킹이 그렇게 중요한가. 드루킹 특검이 다른 어떤 사안들보다 우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가. 그 정도 판단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에도 말한 사리분별이다. 그래서 그것이 여당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이고 요구인가.


보수언론이야 원래 그러려니 한다. 그래서 전부터도 말했던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언론과 정치인, 지식인들이 가장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은 민주당이다. 심지어 민주당 안에서도 보수였던 국민의당보다도, 바른정당보다도, 아예 군사독재의 후신인 극우정당 자유한국당보다도 더 적대시하는 것이 그 가운데서도 특히 친노와 친문이다. 이유는 말한 바 있었다. 그를 흠집내고 상처입힐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사실만 제대로 보도한다고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다. 사실의 취재와 더불어 그것이 가리키는 진실의 이면을 밝혀낼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언론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이 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상황에 그같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가. 언론혐오는 정의다. 기레기는 과학이다. 문재인 정부의 온건함이 때로 화가 난다. 어쨌든 누가 적인지는 명확하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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