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를 따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소인이 더 많아 항상 먼저 이를 구할 수밖에 없다.


권력에 논공행상은 필수다. 역사상 수많은 사건들이 바로 이 논공행상을 두고 이루어졌다. 누가 더 받았네 누가 덜 받았네, 결국은 내가 그동안 고생하고 기여한 보상을 받아야겠다.


문재인이라는 개인만 보더라도 과연 혼자만의 힘으로 그 수많은 정치적 이벤트들을 모두 거쳐 올 수 있었겠는가. 민주당이라는 정당에 이르면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유력정치인들의 모습이란 숲의 끝자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한 번 치르려 해도 각 지역마다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동원된다. 그렇게 당선되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낙선하면 주변으로 물러나 당을 위한 조직이 되는 것이다. 그런 끝없이 복잡하게 이어진 관계들이 선거에서 민주당을 이기게 만드는 힘이 된다. 괜히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정당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권력의 획득은 곧 지방조직의 강화로 이어진다. 그러면 이들을 그냥 맨입으로 부려먹을까?


물론 이건 이성으로 하는 말이고 감정으로는 뭐 이런 새끼들이 있는가 싶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아무리 나라일이 늬들 호주머니 쌈지돈이나 되는가 따져묻고 싶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그 모든 것이 문재인과 민주당의 것이 되는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로 그래서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내분이 심했던 이유다. 상대적으로 당시 새누리당이 조용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공천에서 떨어져도 굵직한 자리 하나씩 나누어 줄 수 있었다. 요직에서 밀려나도 하다못해 아무 자리라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얼마 안 되는 당직 가지고 지지고 볶고 아예 당이 망해라 난리를 부리고.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었다 할 수 있다. 당을 외면할 수 없다. 조직을 외면할 수 있다. 지지자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 과거 참여정부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국민의 지지란 어쩌면 바람과도 같다. 당이 굳건하게 정부를 지탱해주지 않으면 먼저 뿌리부터 허물어져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어째서 지금 민주당이 과거와 다르게 이토록 조용하게 일사불란한가. 입에 아무거라도 사탕을 물려주니 울고 보채는 이들도 줄었다. 자기 주변에 아무거라도 쥐어 줄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더이상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사라졌다. 보는 국민들 입맛은 씁쓸하더라도.


이건 지지자 아닌 국민 보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지지자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나 역시 기분이 좋지 못하다. 그래도 지지자니까. 어떻게든 지지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더이상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어쩔 수 없이 지지를 포기하게 된다. 아직은 자신을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 수 있다. 자기가 만든 이유에 스스로 만족하며 지지를 이어갈 수 있다. 여기서 청와대에서 과감하게 조치를 보여준다면 실망은 환호로 바뀔 수 있다.


납득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그럼에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당위가 자기 안에서 충돌한다. 화가 나고, 그러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뭐가 없을까 청와대를 바라보게도 되고.


입맛이 쓰다. 그냥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세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원래 정치란 그런 것이다. 이해하면서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재미없다. 요즘 뉴스들 가운데 가장 재미없다. 크게 기대는 않았지만 그와 별개의 문제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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