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란 곧 분별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잘하고 못하는 것을 구별하고, 그러므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정한다. 언론이란 한 사회의 지성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보고 바로 듣고 바로 느끼고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사실을 전달하고 진실을 파헤쳐 이해를 돕는다. 그래서 취재라는 것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설이라는 것도 쓰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듣고 같은 것을 느끼며 같은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것이 곧 정체성이며 정치에 이르면 당파성이 된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내가 남들과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같은 사안에 대해서 그는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 이를테면 같은 사안에 대해서 한겨레와 조선은 어떻게 다른 판단을 내리는가.


대선이 끝나고 어떤 사람들은 그리 말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보수언론의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지키고 성공을 도울 것은 진보언론들 밖에 없다. 명명백백한 사안이다. 드루킹 사건의 본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당장 수사결과 드러난 내용들만 봐도 김경수 경남도지사후보와 엮는 것조차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대개는 알고 있다. 하물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폭행한 범인이 정부나 여당과 연관되어 있다는 어떤 증거도 당장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억지로 쟁점화하며 국회를 볼모잡고 지금껏 파행을 이어 온 것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폭행을 빌미로 아예 파행을 이어가려는 속셈마저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대해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는 어떤 판단과 결론을 내리고 있는가.


여당의 잘못인가? 여당의 책임인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언론이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멱살을 틀어쥐고 국회로 밀어넣던 단골멘트가 있었다. 바로 '야당의 발목잡기'다. 당시 국회 파행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원내에서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가려 하지 않는 야당 민주당에 있었다. 명백히 정부와 여당이 잘못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민주당으로 하여금 국회로 돌아가라 압박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다시피 했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었고 정권이 바뀌고 나니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처음 분별을 이야기한 것이다.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다. 엄정하게 과연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가.


하다못해 한겨레의 정체성과도 같은 남북대화에 대해서조차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주도하여 풀어가니 보수언론을 따라 우려하는 기사를 낸다.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만평에 확실하지도 않은 불안요인을 부각시키는 기사에, 하긴 경향신문 역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인상은 문제있다는 논조의 기사를 몇 차례나 낸 바 있었다. 정부가 하면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누가 할까? 누가 어떻게 그같은 진보적인 과제들을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말한 것이다. 한겨레는 적이다. 경향도 적이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에도 한 번도 이들 진보언론이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편에서 기사를 내거나 한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한 보도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경우마저 적지 않았다. 진보적인 가치보다 반민주당과 반문재인이다. 이번에도 확인한다. 모든 잘못과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청와대에 있다.


알고 있던 사실을 새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팟캐스트며 라디오며 신문이며 보면서 많이 참았다. 드루킹에 대해서 뻔히 알만한 인간들이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에 동조하여 무슨 대단한 의혹이라도 있는 것마냥 떠들어대는 소리를 참 오래 참아야 했었다. 어쩌면 비판이야 말로 언론의 사명이라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앞서 분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얼마나 사리를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제대로 바르게 비판을 하고 있는가. 비판을 위한 비판이란 또한 기만이고 거짓이다.


한 대 맞았다고 보호대까지 차고 나온 야당의 원내대표나, 근거도 없이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돌리며 쟁점화하려는 야당이나, 그런데도 바로 분간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 비판에만 여념없는 자칭 진보언론들이나. 보수언론은 그나마 솔직하다. 도대체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인 가치란 무엇인가. 무엇을 그들은 진보라 부르는가. 웃게 된다.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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