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망하고 집에서 놀다가 아무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편의점 알바란 것에 도전해봤다. 마침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알바를 구하길래 바로 찾아가서 하루 일을 배웠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못하겠다 통보했다.


손님이 없다. 사장이랑 같이 일배우며 일하는데 밤새 매출이 10만원 조금 넘어간다. 내 알바비가 6만원이다. 당연한 것이 걸어서 15분 거리 안에 편의점만 도대체 몇이냐? GS25 3개, 세븐일레븐 3개, CU도 하나 늘어서 3개, 그밖에 내가 모르는 곳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 그다지 동네는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그런데 아무리 심야에 편의점밖에 갈 데가 없다고 장사가 되겠느냐고.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어딘가는 아예 미니스톱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도 하다. 사거리에 편의점 세 개가 마주보며 영업중인 곳도 있다. 이런 것이야 말로 프랜차이즈가 신경써줘야 하는 것이다. 가맹점이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가맹점 숫자를 유지하고 서로 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않는다. 왜? 가맹점주의 사정이야 어떻든 가맹점이 늘어야 로열티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가맹점 망하면 다시 새로 계약해서 열게 하면 된다.


한국 자영업의 최대 문제는 자영업의 포화다. 길가다 보면 지겹도록 보게 되는 것이 프랜차이즈 식당이고 편의점이다. 같은 프랜차이즈의 매장이 불과 몇 분 거리를 두고 몇 개 씩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리 한국의 인구밀도가 높아도 그런 식이라면 제대로 장사가 될 리 없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없이, 명확한 비전이나 계획 없이,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을 하지 못하니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것을 또 저임금의 알바가 지탱해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요소는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그저 만만한 것이 알바의 임금이다. 알바의 임금만 깎으면 어떻게 내 이익은 늘릴 수 있겠다. 그것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언론들일 테고.


어째서 한국 자영업은 이렇게 기형적인 모습이 되어 있는가. 첫째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둘째 해고되면 다시 재취업이 쉽지 않으며, 셋째 대부분 임금노동자는 일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 지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 거의 세우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도 물론 자영업의 비중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동일한 업종에 지나치게 몰려 있지는 않다. 원래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이 명확하고 그에 따른 상당한 전문적 지식, 기술, 설비까지 구비해 놓고 있다. 생산과 관련한 자영업의 비중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는 더이상 임금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아야 할 테고, 둘째는 퇴직한 중장년층이 다시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할 테고, 셋째는 더불어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시장의 수요를 예측해서 구체적인 계획 아래 창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식당이나 편의점만이 아닌 진짜 사회적으로 필요한 전문서비스를 늘린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대부분 컴퓨터나 기계가 다 하는 시대가 와서 크게 도움이 안될지도 모른다. 이미 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가장 쉬운 인건비만 건드린다. 전정부에서도. 그리고 언론들 역시. 그리고 국민도 그에 휘둘리... 그런데 워낙 현실이 뭣같다는 것을 모두가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라. 핵심은 인건비가 아니다. 정부의 대책도 그것을 말해준다. 답이 없는 것이다.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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